1950년대 중후반 일본 내 한인 북송 사업으로 북한에 갔다가 이후 탈북한 5명이 북한 정권을 상대로 한 소송의 재판이 곧 시작될 예정입니다. 이들은 북한을 지상낙원으로 속여 북송 사업을 진행한 일본 내 친북단체인 조총련 등의 재산 압류 활동에 착수했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일본 내 한인 북송 사업으로 북한에 갔다가 탈북한 가와사키 에이코 씨는 도쿄의 재일본조선인총연합, 조총련 앞에서 사과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정기적으로 벌이고 있습니다.
가와사키 씨는 북송 사업에 대해 알리기 위해 지난달 말 미 서부 시애틀을 시작으로 뉴욕과 워싱턴 DC를 방문했습니다.
북한에서 43년 만에 탈출한 가와사키 씨는 16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탈북한 일본인 2명, 재일 한인 2명과 함께 북한 정권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재판이 다음달 시작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가와사키 씨] “5명의 탈북자가 한 사람 당 1억엔의 소송배상을 걸고 북한 정부를 대상으로 도쿄지방재판소에 소송을 걸었어요. 재판 준비가 다 됐어요. 아마 일본으로 내가 돌아가면 1차 재판이 있을 것이에요.”
북한 정권이 북한을 지상낙원으로 속여 조총련을 통해 재일 한인과 일본인을 북한으로 가도록 유인한 뒤 굶주리게 하고, 신분 차별과 이동의 자유 등 가장 기본적인 인권까지 침해했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했다는 겁니다.
특히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직후 숨진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약 5억 달러의 배상 판결을 받아낸 것에서 소송을 제기할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습니다.
2004년 탈북 당시 성인 자녀들을 남기고 홀로 떠났던 가와사키 씨는 이번 소송은 자녀들을 다시 만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가와사키 씨] “(자식들이) 계속 살아있다는 건 압니다. 아직 처리되거나 강제수용소에 보내거나 그러지는 않았어요. 내가 70살이 되고 보니까 내가 이렇게 내 모습을 다 드러내지 않고 활동을 했다가는 끝장을 못 보겠구나…”
어떤 북한 자산을 압류 대상으로 삼을지는 변호사들과 조사 중이라며 전 세계 북한 자산, 특히 조총련 자산도 대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가와사키 씨] “북한 자산이 일본에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조총련 자산은 있죠. 오토 웜비어 씨네 어머니 되시는 분이 저리 말씀하시는 거에요. 조총련이 있지 않냐고.”
가와사키 씨는 이번 소송을 통해 북한의 북송 사업이 세계적으로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재일 한인 북송 사업은 북한과 일본 사이에 체결된 ‘재일 한인 북송에 관한 협정’에 따라 61년 전인 1959년부터 일본 내 조총련계 한인들이 북한에 보내진 사업입니다.
이 사업은 한국전쟁 이후 노동력이 필요했던 북한 당국이 송환자들의 생활을 책임지겠다며 추진했고, 이에 일본 정부가 호응해 성사됐습니다.
사업은 1959년 12월 14일, 재일 한인 975명을 태운 배가 니가타 항을 출항한 것을 시작으로 이후 1984년까지 지속적으로 진행됐습니다.
이후 25년 동안 180여 차례에 걸쳐 진행된 이 사업을 통해 약 9만 3천 명이 북한으로 들어갔고, 이 중에는 남편을 따라 함께 간 일본인 부인 6천여 명도 포함돼 있습니다.
일본 내 대한민국민단 중앙본부는 북송 사업 60주년을 맞은 지난해 11월 조총련에 대해, 북한사회의 실태를 숨기고 일본 내 많은 한인들을 사지로 몰고 갔다고 비판했습니다.
민단 중앙본부는 또 일본 정부에 대해서는 북송 지원에 따른 인도적 책임을 인정하고, 북송 한인들과 그 가족의 원상회복 실현에 힘써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VOA뉴스 김영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