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최근 관영매체를 통해 스마트폰 사용 관련 소식을 자주 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인터넷 활용이 제한돼 있을 뿐 아니라 관련 기반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스마트폰의 폭넓은 활용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오택성 기자입니다.
북한 함경도 수해복구 현장에 투입된 제2수도당원사단 대원들.
짙은 녹색 단복에 파란 보호장구를 쓴 단원들이 무리지어 모여 손 안에 쥐고 있는 물체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응시하고 있는 것은 바로 ‘스마트폰’, 손으로 직접 써서 보낸 ‘위문편지’ 대신 스마트폰에 도착한 ‘위문문자’를 읽고 있는 겁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7일 단원들이 각각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사용하고 있는 사진과, 선전문구를 배경으로 선 단원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있는 모습 등을 공개했습니다.
이에 앞선 지난 21일,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중앙은행과 평양정보기술국 공동연구집단이 손전화기에 의한 ‘전성’ 전자지불체계를 개발하고 현실에 도입하고 있다”며 스마트폰 결제 기술이 도입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사회에서 스마트폰 이용이 보편화하고 있음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이는 대목입니다.
2020년 8월 현재 북한 내 휴대폰 수는 전체 인구의 4분의 1 수준인 약 600만여 대로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스마트폰이 얼마나 많이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습니다.
북한의 최신 스마트폰 출시 일시는 지난 2월로, 당시 북한 대외 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은 북한의 스마트폰 ‘진달래 7’의 출시를 대대적으로 알렸습니다.
오늘날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인식하는 휴대전화는 지난 2007년 미국에서 처음 개발돼 출시됐습니다.
2020년 현재 미국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은 약 2억 7천 500만 명으로 이들이 보내는 하루 평균 문자 메시지는 60억 건에 달합니다.
문자 메시지 전송과 통화 등과 같은 일반 휴대전화에서도 사용 가능한 기본적인 기능을 제외한 스마트폰의 장점은 바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애플리케이션이란 스마트폰에서 특정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개발된 응용 프로그램으로, 업무를 위한 문서작업, 동영상 재생, 은행업무, 사진촬영, 음식배달, 장보기 등 넓은 영역에서의 활용이 가능하며 스마트폰에서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그 활용도를 무궁무진하게 넓힐 수 있습니다.
2020년 8월 현재 이런 애플리케이션을 판매하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는 300만 개가 넘는 애플리케이션이 등록돼 판매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만들어진 애플리케이션은 지금까지 단 한 개도 발표된 적이 없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진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에는 이런 앱 개발자가 160만 명에 달하며, 미국은 아시아, 유럽 등과 함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이끌고 있습니다.
김연호 조지 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 부소장은 28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스마트폰과 미국의 스마트폰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기기 자체가 아닌 사용환경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김연호 부소장] “모양이나 내부 기능같은 것은 상당히 미국이나 한국에서 쓰는 스마트폰을 많이 쫒아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문제는 스마트폰이 생산되고 사용하더라도 북한은 지금 아직도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거든요. 미국이나 한국 같은 경우 지금 5세대를 상용화하는 단계이고요. 북한은 3세대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능들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기반시설이 안 되어 있는 거죠.”
김 부소장은 데이터가 스마트폰 간에 신속하게 그리고 대용량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북한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탈북한 뒤 미국에 정착한 빅진혁(가명) 씨는 하루의 시작과 끝을 모두 스마트폰과 함께 할 정도로 스마트폰은 일상생활에서 필수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진혁(가명)] “거의 모든 기능을 다 사용하죠 일상생활에서. 스마트폰을 잘 때부터 일어날 때까지 두고 있잖아요. 모든 것을 스마트폰을 통해서 하죠. 이메일도 확인하고 문자도 보내고 인터넷도 하고 웹사이트도 들어가고 그리고 네비게이션 활동, 동영상 시청, 그리고 쇼핑도 하죠.”
박 씨는 북한에서는 스마트폰이 나오고 또 어떤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인터넷 사용이 안되기 때문에 기능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진혁(가명)] “북한은 스마트폰이 있다고 해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애플리케이션이 그렇게 중요한가 그런 생각도 들고. 만약에 있다고 해도 접속할 수 있는 자료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앱들이 얼마나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김 부소장은 북한에서 이런 기술이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평양에 있는 일부 특권계층만 쓸 수 있고 일반 주민들과 지방, 지역 사람들은 활용에 제약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오택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