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5개년 전략과 실패 원인, 차기 계획에 반영해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북한 평양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제7기 제6차 당 전원 회의를 주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북한은 최근 열린 당 전원회의에서 경제성장 목표 미달을 인정하고 내년에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핵-경제 병진 노선을 유지하는 가운데 세계 추세에 동떨어진 자급자족적 생산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북한의 경제발전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북한의 5개년 전략을 되돌아봤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016년, 36년 만에 개최한 7차 당 대회에서 야심찬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핵심인 계획경제 구조를 복원해 인민생활을 개선하겠다고 강조한 겁니다.

[녹취: 김정은 위원장]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목표는 인민경제 전반을 활성화하고 경제 부문 사이 균형을 보장하며 나라의 경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이후 5개년 전략은 북한 경제의 최대 과업이자 핵심 의제로 떠올랐습니다.

북한 수뇌부는 이 전략의 청사진을 밝히지 않으면서도 경제발전과 핵무력 건설 `병진 노선’을 틀어쥐면서 고질적인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전력과 석탄, 금속, 철도 운수 등 4대 선행부문과 농·수산업·경공업, 대외 경제관계 등 부문별 과제를 제시하고 개선을 독려했습니다.

특히 발전소 보수와 건설, 송배전망 개건 보수 등 전력 문제 해결을 선결조건으로 강조하고, 합영·합작을 통한 주체적 무역구조 개선과 경제개발구 확대, 관광사업 확대를 강조했습니다.

경제특구는 김 위원장 집권 이후 19곳이 새롭게 지정되는 등 거의 30개로 증가했습니다.

아울러 운영 방식으로 내각 책임제와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를 제시해 경제 부문에 대한 내각의 자율성과 동시에 책임성을 강화를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북한의 경제성적표는 매우 처참합니다.

한국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최대 과제로 강조했던 발전전력량은 2018년 기준 249억 kWh로 1990년의 277억 kWh를 밑도는 등 4대 선행 부문은 대부분 20~30년 전과 비교해 진전이 없거나 오히려 퇴보했습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북한의 수출 역시 지난해 2억 6천 100만 달러로, 4년 전 기록한 45억 달러의 17분의 1로 줄었고, 올 상반기 북-중 전체 교역액은 4억 1천 200만 달러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67% 급감했습니다.

국제 경제분석 컨설팅 업체인 ‘피치 솔루션스’는 이달 초 보고서에서 북한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7년에 기록한 -6.5%보다 더 낮은 -8.5%를 기록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북한의 라선 경제특구 (자료사진)

30여 개에 달하는 경제특구 역시 투자 유치에 실패해 대부분 개점휴업 상태라고 대북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런 열악한 상황에 대해 이번 전원회의 연설에서 “여러 측면에서 예상치 못했던 불가피한 도전에 직면한 주·객관적 환경”, 전원회의 결정서에는 “혹독한 대내외 정세의 지속”을 언급했지만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릅니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와 최근 홍수 피해가 어려움을 가중시켰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북한의 핵무력 고수와 세계 추세에 동떨어진 사회주의식 자립생산 구조에 있다는 겁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앞서 VOA에,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시작부터 핵-경제 병진 노선을 표방했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큰 대가를 치르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He paid a high economic price for his provocative military policy in 2017, and he wasn't able to sustain the economic development effort, even though he was, you know, giving it high priority.”

전문가들은 핵무력 고수가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를 촉발해 무역에 큰 타격을 줬고, 4대 선행 부문은 투자 없이 구호만 요란했으며, 자원 투입은 누가 이익을 챙기는지조차 모르는 고질적인 계획·통제 경제가 발목을 잡았다고 지적합니다.

한국 통일교육원은 5개년 전략 평가서에서 “구체적인 거시경제와 부문별 생산 목표를 제시하지 않은 채, 기존의 선행 부문과 먹는 문제 해결을 재강조하면서 개발에 대한 독려와 원칙적인 방향 제시 등 추상적 수준에 그쳤다.”고 분석했습니다.

아울러 핵무력 고수에 따른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와 “내부적으로는 재원의 비효율적인 배분, 개혁 의지 부족으로 구체적인 성과 도출에 한계”를 보였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 통일연구원의 김석진 선임연구위원은 5개년 전략 성공을 위해서는 북한이 투자를 적극 유치해 산업기술의 낙후성을 극복해야 하지만, 북한 당국은 사회주의 자립경제를 고집해 발전을 스스로 막았다고 말합니다.

[녹취: 김석진 선임연구위원] “국내자원에만 의존하려고 하면 더 이상의 발전은 없고 현상유지밖에 못하는 거죠. 그러니까 자력갱생, 자력으로 제재를 돌파한다는 것은 발전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냥 겨우겨우 살아가는 정도밖에 안 되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이 진정돼 북-중 국경이 다시 열리더라도 비핵화와 개혁개방 조치가 선행되지 않으면 북한의 차기 5개년 계획도 진전을 이루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합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