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자연재해로 인한 농업생산 감소 당초 예상보다 클 듯”

지난 8월 태풍 바비의 강풍에 북한 황해남도 웅진군에 나무가 쓰러진 장면을 북한 관영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올해 태풍과 홍수 등 잇단 자연재해로 인한 북한의 농업생산량 감소가 예상보다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북한 당국이 매년 추수를 앞두고 샘플을 통해 수확량을 사전 조사하는 이른바 예상수확고가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탈북민 출신 농축산업 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 소식통의 말을 빌어 평안도의 한 수해 지역에서 샘플조사를 통해 올해 예상수확고를 조사한 결과 국가계획량의 50% 수준에 그쳤다고 밝혔습니다.

조 소장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매년 추수를 앞두고 옥수수는 8월 말~9월 초, 벼는 9월 말~10월 초에 샘플을 채취해 사전에 수확고를 측정하는 예상수확고 조사를 합니다.

국가계획량은 해당 농지에서 농사가 잘 됐을 때를 기준으로 한 일종의 목표치로, 올해는 역대급 장마로 인한 수해와 잇단 태풍으로 이 같은 국가계획량에 예상수확고가 미치지 못하는 폭이 지난해 보다 크게 확대됐다는 게 조 소장의 설명입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작년에 70% 수준인데 작년보다 20% 정도 모자라고 그 상태에서 예상수확고 판정이 나면 그 상태에서 벼를 베서 운반하고 탈곡하고 도정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또 엄청나게 들어가거든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에 따르면 올 자연재해로 인해 침수된 북한의 농경지가 4만 정보에 이릅니다. 하지만 이는 북한 당국이 피해 면적을 모두 합산한 공식 기록이 아닙니다.

한국 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의 김관호 책임연구원은 일단 4만 정보로만 계산을 해도 통계청이 북한 농경지의 정보당 생산량 평균치로 잡고 있는 2.8t을 감안하면 약 11만 2천t 정도가 줄어들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연재해가 있기 전인 지난 5월 한국 통일부가 추산한 북한의 올해 식량부족량 86만t을 더하면 부족량은 100만t 가까이로 늘어난다는 설명입니다.

조충희 소장은 그러나 북한은 통계가 매우 불투명하게 관리되는 국가라며, 실제 피해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 소장은 특히 홍수와 태풍으로 주민들이 국가에 등록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농사를 짓는 소토지의 피해가 막심하다고 전했습니다.

조 소장은 이 같은 소토지는 산이 많은 함경도와 강원도 주민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경작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산에 이제 나무 베고 화전 농사하는 것처럼 개인들이 다 농사를 지었는데 그 농사가 이번에 비가 오면서 많이 안됐어요. 그래 가지고 기본적으로 통계에 잡히지 않고 시장에 나오던 곡식의 양이 감소하게 되는 거죠.”

북한 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북한 동북아연구원장도 북한이 정확한 피해 통계치를 발표하지 않은 상황에서 인공위성 사진 등을 근거로 추산해 온 예상치 보다 실제 피해가 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권 원장은 한국에서 막상 벼 수확을 해보니 역대급으로 길었던 장마 탓에 일조량이 부족해 겉보기보다 피해가 큰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북한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권태진 원장] “실제로 우리나라도 이렇게 벼 수확을 해보고 타작을 해보고 도정을 해보니까 쭉정이도 많고 상당히 겉보기보다 피해가 더 크다, 이런 게 밝혀지고 있거든요. 올해 북한도 어느 정도인지 피해가 예상이 되긴 했지만 실제로 우리가 지금까지 추정하던 피해보다는 클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홍수로 인한 농경지 유실과 바닷물 피해로 인해 올해는 물론 내년 농사까지 큰 지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김관호 책임연구원입니다.

[녹취: 김관호 책임연구원] “가뭄은 그래도 농경지는 있고 뭐래도 심으면 나오는데 홍수는 다 쓸고 지나가잖아요. 그러니까 농경지가 4만 헥타르 피해를 입었으면 그러면 그 농경지를 다시 일궈야 되잖아요. 근데 복구가 많이 더뎌질 것 같다는 얘기죠. 장비도 없고 유류도 없는 상태고 그런 면에서 농경지 복구가 더뎌지면 농사지을 땅이 없는 거잖아요.”

조충희 소장은 북한에서 홍수로 유실 또는 매몰된 농경지는 복구가 힘들다며 이 때문에 홍수가 발생한 해에는 북한 당국이 토지 유실 조사를 벌여 해당 토지를 국가 토지에서 제외시킨다고 설명했습니다.

조 소장은 평안도 서해안 곡창지대인 증산, 대동, 온천 등은 호우가 내리는 시기와 조수가 들어오는 시기가 겹치면서 제방이 터져 짠물 피해를 봤다며 향후 수확량 감소로 애를 먹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관호 책임연구원] “짠물 피해 이제 바닷물이 들어왔기 때문에 그 짠물을 빼야 되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작업이 힘든 거에요. 하긴 하는데 몇 년 걸려야죠. 한 2~3년. 단물을 계속 넣으면서 짠물을 빼줘야죠. 그러니까 수확고가 엄청나게 떨어지죠.”

권태진 원장은 “식량 부족은 북한에서 만성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당국의 대응이 중요한데, 대북 제재로 인한 달러 부족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중국으로부터의 식량 수입이 원활치 않은 게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이 내년엔 그동안 거부해 온 국제사회로부터의 지원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