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의 외교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차단을 위한 북한 당국의 국경 봉쇄로 필수품 구입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관이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외교관들이 북한을 떠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김영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관은 1일 북한 당국의 전례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 봉쇄 조치로 평양 주재 외교관들이 극심한 필수품 부족 현상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대사관은 이날 사회연결망 서비스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북한 주재 외교관들이 대부분 떠나 현재 평양에는 9명의 대사와 4명의 임시 대사대리만 남았고, 심각한 의약품과 생필품 부족을 겪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러시아대사관은 이런 현상이 북한 당국의 강력한 코로나바이러스 봉쇄 조치 때문이라며, 대다수 대사관의 인력과 기능이 최소한으로 축소됐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영국과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12개 나라 공관은 모두 폐쇄됐고 국제 인도주의 기구의 외국 직원들도 모두 떠났거나 철수 중이라며, 평양에는 현재 외국인이 290 명도 채 되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러시아대사관은 북한 당국의 전례없는 봉쇄 조치와 의약품, 생필품의 심각한 부족 상태, 취약한 의료 문제 해결 방안 부재 등을 모두가 이겨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면서, 평양을 떠나는 외국인들을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페이스북에 사람들이 떠난 것으로 추정되는 평양 내 외교공관의 사진을 올리고 “코로나 봉쇄로 인해 어려웠던 지난 몇 개월 동안 가까워지고 친해진 외교단의 동료들이 고국으로 행복하게 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지난 2월에는 평양에 주재하던 러시아 외교관이 가족과 함께 궤도수레를 직접 몰고 두만강 쪽 국경을 넘어 귀국하는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 외교관과 가족 등 8명이 궤도수레를 타고 귀국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기차와 버스를 타고 국경에 도착했고, 여기서부터 궤도수레를 직접 몰고 1km 정도 이동해 귀국했습니다.
북한 정부는 코로나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해 다른 나라와 연결되는 교통편을 전면 중단시켰습니다. 지난해 초부터 북한에서는 기차나 수레가 국경을 넘나드는 것도 금지됐습니다.
당시 러시아 외무부는 페이스북에 북한이 1년 넘게 교통편을 중단시킨 탓에 귀국하는 것이 매우 길고 어려운 여행이라고 설명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