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보고서 "북한, 전환경제 진행 중...통계 '블랙홀' 문제"

지난해 11월 북한 평양의 한 식료품점 판매원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이례적으로 북한 경제 상황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북한에 계획경제와 시장화가 뒤섞인 전환경제가 진행되고 있지만, 신뢰할 수 없는 통계 블랙홀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가 지난 2일 자로 ‘북한: 마지막 전환경제?’(North Korea: The last transition economy?)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47쪽에 달하는 이 보고서는 제한적이고 부정확한 통계에도 불구하고 북한 경제에 상당한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 경제는 계획경제와 시장경제가 뒤섞인 혼합경제 체제로, 국가와 당, 군부의 여전한 통치, 군사력 증강 속에서도 시장화가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전국적으로 활발한 종합시장(장마당)과 수 백만 개에 달하는 휴대폰, 과학교육 강조 등 다양한 변화를 예로 들었습니다.

하지만 농업 분야에 많은 노동력을 투입하고도 만성적인 식량난과 영양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고, 시장화 진전에도 불구하고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990년 수치를 밑도는 불투명한 문제도 여전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새로운 정보나 결론, 권고안 없이 기존의 한국 기관들과 국제기구들이 발표했던 통계와 보고를 요약·정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보고서를 공동 작성한 빈센트 쿤 OECD 국가분석실장은 8일 VOA에, 회원국들과 북한에 관한 정보를 좀 더 공유할 목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쿤 실장] “I think the paper's aim is very modest, it's basically to share information and the limits of our information with our membership.”

북한은 급변 상황에 따라 36개 OECD 회원국 중 하나인 한국에 우발적인 채무 부담(contingent liability) 등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 노동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한국 보고서들을 통해 계속 언급을 해 왔다는 겁니다.

하지만 남북,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북한에 뭔가 새로운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어 별도의 북한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혼합경제에 다양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쿤 실장] “It's really a hybrid economy. With strong elements of state and military control, and at the same time, a lot of bottom up, private initiative. And so there's uneasy compromise between the two and….

국가와 민간 부문 사이의 불안한 타협 속에 이따금 경화를 챙기기 위한 당국의 단속이나 부패를 척결하려는 시도 등 다양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겁니다.

쿤 실장은 이런 양상이 마지막 전환경제를 의미하는지,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빨리 움직일지 여전히 불투명하다며, 북한

경제가 가시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게 현 상황에서 설명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쿤 실장은 “북한은 통계의 블랙홀”이라며, 보고서가 인용한 많은 통계에 대해 경고했습니다.

[녹취: 쿤 실장] “So, it's like a statistical black hole and it's a very peculiar way of information sharing because the paper contains a lot of numbers, but it also contains allow warning at the beginning saying we don't really believe any of these numbers.”

기존의 북-중 무역 통계 등 많은 정보가 단편적이고 불완전하며, 모순이 많아 신뢰하기 힘들지만, 그것이 최선의 자료이기 때문에 반영했고, 보고서 서두부터 이런 점을 명확히 경고했다는 겁니다.

쿤 실장은 이번 보고서가 이런 신뢰할 수 없는 통계를 바탕으로 작성됐기 때문에 다른 보고서들과 차이가 있으며, 정보 공유일뿐 OECD의 공식 입장을 반영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이 보다 투명한 통계를 발표하면 국제사회의 지원과 경제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쿤 실장은 또 자료를 분석하면서 남북한뿐 아니라 평양과 지방 주민들 사이에도 생활 방식과 수준에 엄청난 격차가 나는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쿤 실장] within the country that is enormous difference between the way of life and standard of living of Pyongyang residents and the rest of the country.

쿤 실장은 OECD 회원국들이 보고서를 통해 북한 내 상황을 이해하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