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자주 열고 경제 문제를 집중 논의하고 있습니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노동당 제8차 당대회에 앞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세부 내용을 다듬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이 분석했습니다. 삼중고로 경제난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경제계획에 시장경제 요소를 얼마나 수용할 지 주목됩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어 최근 경제운영 전반 실태를 비판하고 제8차 당대회 준비를 논의했습니다.
이번 회의에서는 특히 경제지도 기관의 경제운영실태 비판과 개선 대책이 집중적으로 다뤄졌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오는 1월에 예정된 제8차 당대회가 신.구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연결하는 매우 중요한 행사라며, 북한 당국이 상당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30일 VOA에 말했습니다.
특히 이번에 비판을 받은 경제지도 기관의 역할이 크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I think they have a huge amount of work to do, figure out how to adjust the planning mechanism.”
브라운 교수는 북한 경제의 상당 부분이 여전히 계획 경제라며, 앞으로 5년간 경제 운영에 대한 “매우 정교하고 세밀한 계획”을 관료들이 세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시장경제의 경우 수요와 공급으로 자연스럽게 결정될 일들도 소수의 몇 사람이 일일이 결정해야 하는 ‘복잡하고 어려운 과업’이라는 것입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30일 VOA에 이러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북한의 전문관료들의 자질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Reality is that their economic bureaucracy is not well trained in economic management of complex, increasingly complex economic behaviors or both state and non-state actors…”
국가와 민간의 갈수록 고도화되는 경제 활동을 운영하는 훈련이 부족하고, 외부 세계와 단절돼 있어 경제와 금융 부문에서 기술관료들의 교류가 없다는 것입니다.
뱁슨 전 고문은 북한이 추구하는 것은 ‘혼합 경제체제’라며, 민간 주도의 혁신과 성공을 국가 경제와 당의 포괄적인 정책에 체계적으로 통합하려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계획 경제 강화 Vs. 시장 자율화ㆍ주민 생활 향상
이처럼 전문가들은 북한이 새롭게 발표할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에 시장경제 요소가 얼마나 반영될 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두 가지 가능성이 공존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8월 김정은 위원장이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실패했다고 인정한 것은 “큰 변화와 개혁을 단행할 것이라는 기대를 심어준다”며, 장마당과 공장들에 자율성을 확대하는 조치들이 도입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 problem is there’s reasons to think they’re going to move to the other direction. Try to firm up the plan and knock down the markets. The markets are competing for the plan’s resources so he might try to go backwards. And one thing that gives him an ability to do that is the virus situation.”
브라운 교수는 그러나 북한이 “계획경제를 강화하고 시장을 폐쇄하는 방향으로 나갈 수도 있다”며, “특히 5개년 계획에 필요한 자원이 시장으로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주민의 이동과 교역을 통제하는 상황도 경직적인 통제 정책을 강화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적성국 분석국장은 현재 김정은 위원장이 개혁 정책을 도입하기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I think that’s ultimately where he would like to get. But given all of the constraints and the sanctions and the Covid and everything else, it makes all of that very, very difficult to pull off right now.”
고스 국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궁극적으로는 집단경제와 공공배급제 등에서 탈피하고 경제 특구 등에 자본을 끌어와 경제 전반으로 확산시키고 싶어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제재와 코로나 등 제약들을 감안하면 그러한 개혁을 단행하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중국 방식의 혁신적인 개혁을 상상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난 5개년 계획이 실패한 데 더해 다시 한번 실패할 계획을 내놓을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지난 20년간 북한에서 주목할 만한 ‘시장 경제’ 통합 없이도 이미 비공식적으로 민생경제가 역할을 해 왔다”며 “8차 당대회를 전후해서 ‘시장의 역할’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이 있다면 전략적인 방향 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잦은 노동당 회의... 당 중심 국가운영 강화
한편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총 31번의 정치국 회의 중 11번의 회의가 올해 열린 데 대해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당 중심의 국가운영 방식을 추진하는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올해 김 위원장이 직접 주재한 노동당 정책회의도 총 17번으로 예년의 6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녹취: 뱁슨 고문] “It reflects his efforts which he’s really been working on for a long time, to rebuild the institutions of a political governance system where the party organs like the Politburo, the Central Committee and even Party Congress play an important role in the governance of the country.”
뱁슨 전 고문은 “김정은 위원장이 당 중심의 통치 구조를 복원하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정치국회의, 중앙위원회, 당대회 등이 국가를 운영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회의를 통해 김 위원장 자신의 견해를 전하는 동시에 지도부 전반의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잦은 회의가 김 위원장이 권한 일부를 지도부에 이양하려는 움직임과 연관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김 위원장이 현장에서 대신 활동하는 지도부와 자주 접촉해 자신의 비전을 제시하고, 이해시키려는 노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