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문답] "제재, 인도적 지원 겨냥 안 해" vs "현실은 달라"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31일 국무부 브리핑에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대북제재의 대상이 아니라고 거듭 밝혔다.

북한과 이란 등 취약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과 관련한 인도적 지원과 제재 문제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구호단체들은 제재 영향으로 인한 현장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데요, 미국 정부는 제재가 인도적 지원을 막지 않는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시간에는 박형주 기자와 함께 관련 내용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최근 미국 정부는 제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과 관련한 인도적 지원을 막지 않는다는 입장을 계속 밝히고 있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NSC가 13일 트위터에 관련 입장을 올렸습니다. 미국의 제재가 의약품, 의료 기기와 장비, 농산품과 같은 합법적인 인도주의적 지원을 겨냥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재무부도 지난 9일 비슷한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는데요, 특히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북한과 이란 등에 대한 폭넓은 제재 면제와 승인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도 지난달 말 인도적 지원이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밝혔습니다.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녹취: 폼페오 장관] “When it comes to humanitarian assistance, medical devices, equipment, pharmaceuticals, things that people need in these difficult times. Those are not sanctioned anywhere at any time that I'm aware of.

의료기기와 장비, 의약품 등 어려운 시기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어느 때도 제재 대상이 아니었다는 설명입니다.

진행자) 실제 유엔 대북 제재 결의나 미국의 법률에도 그렇게 명시하고 있지요?

기자) 가장 강력한 제재를 담은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 25항은 이 결의가 인도주의 상황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의도가 없다며, 대북제재위원회가 사안별로 제재 면제를 결정할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미국의 독자 제재에도 가뭄이나 식량, 재난 등의 인도적 지원과 감염병 예방과 관련된 활동 등은 제재 대상이 아닙니다. 또 식품과 의약품도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구호단체들이 제재를 인도적 지원 활동의 걸림돌로 거론하고 있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지난 13일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코로나19가 북한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토론회가 열렸는데 여기서도 그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스위스 개발협력청(SDC) 평양사무소장을 지낸 카타리나 젤웨거 미국 스탠포드대 객원연구원의 발언입니다.

[녹취: 젤웨거 연구원] “Sanctions imposed should exclude humanitarian assistance, and not influence aid project. This works only in theory, the reality is different.”

이론상으론 제재가 인도적 활동을 보장하고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는 건데요, 젤웨거 연구원은 특히 의료 지원 활동에 많이 사용되는 가위, 주사기 바늘, 진단 장비 등이 제재 품목에 포함돼 까다로운 면제 승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인도적 지원 물품이 제재 면제 대상인 건 맞지만 승인 절차를 받는 것이 번거롭다는 말이군요 ?

기자) 2018년에는 신청부터 면제까지 평균 90여 일이 걸렸는데, 최근에는 절차가 무척 빨라졌다는 것이 구호단체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특히 올해 초부터는 신청 후 5일에서 10일 사이 승인이 완료된다고 하는데, 국제적십사연맹 측은 자신들의 경우 최근 3일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VOA에 전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미국 단체가 북한에 인도주의 지원을 하려면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의 허가(license)를 받아야 하는데 최장 1년이 걸릴 때도 있다고 합니다. 또 지원 물자에 식품과 약품을 제외한 미국산 제품이 포함될 경우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일부 지원 단체들은 미 정부의 허가가 일관성이 없었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습니다. 재미한인의사협회 박기범 북한담당 국장입니다.

[녹취: 박기범 국장] “그동안 미국 기관은 일단 재무부 승인을 받고 유엔 제재위 면제를 받아야 했어요. 그런데 재무부의

인도주의 지원에 대한 해석이 상황에 따라 다르고 유엔과 일치하지 않아 답답했어요.”

진행자) 미 재무부가 최근 이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개선 방안을 내놓기도 했죠?

기자) 재무부는 9일 북한 반입을 금지한 ‘사치품’ 중 유엔 대북제재위의 면제 승인을 받은 경우 사치품 적용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예를 들어 의료 활동에 필수적인 노트북 컴퓨터 ‘랩톱’이나 구급차 등 기존에는 미 정부의 허가 대상이었는데 유엔 대북제재위로부터 ‘제재 면제’ 승인을 받은 경우 별도의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구호단체들은 재무부가 앞으로 얼마나 유연하게 이런 부분을 적용할지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구호단체 관계자들은 제재의 간접적인 여파로 운송과 송금의 어려움을 지적했습니다. 관련 업체들이 인도주의적 거래는 제재 대상이 아님에도 혹시 모를 제재 위반 가능성을 우려해 북한 관련 거래를 꺼리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가 하면 제재와는 별도로 북한의 국경 봉쇄와 엄격한 이동 제한, 코로나 상황에 대한 불투명한 북한 당국의 입장이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박형주 기자와 함께 신종 코로나 관련 인도적 지원과 관련한 미국 정부의 입장과 구호단체 관계자들의 의견 정리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