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최근 3개월간 북한에 정제유를 공급하지 않았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럼에도 북한 내 기름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중국의 원조와 불법 수입, 코로나 팬데믹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입니다. 오택성 기자입니다.
지난해 말 석 달 동안 러시아가 북한에 정제유를 전혀 공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1일 유엔 안보리에 보고된 러시아의 대북 정제유 공급 현황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북한에 정제유를 전혀 공급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앞선 7월과 9월에는 아예 공급량을 비워 놨었는데 이번에는 제공하지 않았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겁니다.
11일 현재 안보리에 보고된 2020년도 대북 정제유 공급량은 1월부터 9월까지 중국의 공급량과 8월까지 러시아의 공급량을 합산해 약 1만 7천 870t입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만t 이상 차이가 나는 양이며, 배럴로 환산하면 약 14만 1천 180 배럴로 안보리가 정한 연간 수입 한도인 50만 배럴의 28%에 해당합니다.
이같이 공식 확인된 대북 정제유 공급량이 줄어든 것과는 별개로 북한 내 휘발유 값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추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의 북한전문 매체인 '아시아 프레스'에 따르면 러시아가 정제유 공급을 중단했다고 밝힌 10월부터 현재까지의 휘발유 가격은 1kg 당 최고 1만 1천 25원에서 최저 8천 700원 사이를 오가고 있습니다.
특히 올 들어서는 1천원 미만의 편차로 안정세를 보이며 대체로 1만원 이하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의 `북한경제리뷰’ 1월호 보고서 역시 북한 휘발유 가격이 지난해 4월 말 한 차례 상승했지만 이후 안정적인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공식적인 공급량이 줄었음에도 시장 상황이 안정적인 이유를 설명하는 데 있어 우선적으로 거론되는 것은 북한의 불법적인 정제유 수입입니다.
최근 공개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보고서는 북한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수입 한도의 몇 배를 초과하는 정제유를 수입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공개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비교적 충분한 공급이 있었다는 겁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1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전문가패널이 지적한 불법 수입 외에도 중국을 통한 비공식 수입으로 충분한 유류를 확보한 것이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They're not saying publicly because it would be probably considered in violation of sanctions. They're doing that through the pipeline which provides crude oil and they don't count that and they don't report on how much oil they're actually providing to the pipeline."
뱁슨 전 고문은 제재 위반으로 여겨질 수도 있어 중국이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는다면서, 중국은 송유관을 통해 북한에 원유를 공급하는데 얼마나 많은 양을 보내는지는 밝히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원유 제공에 있어 중국은 이를 무역으로 보지 않고 원조로 여기는 만큼 세관에도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도 중국 등이 밑에서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상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There is a lot of stuff going on under the table, which allows North Korea to stay stable. Because they're more interested in stability on the peninsula."
트로이 스탠거론 한미경제연구소 선임국장은 북한이 계속해서 늘리고 있는 유류 저장시설에 주목하며, 이를 북한 내 기름값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한 가지 이유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이 유류 저장시설을 늘린다는 것은 미래에 대비해 추가적인 기름을 저장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전략적으로 필요할 때마다 보유분을 풀어 시장 가격을 안정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트로이 스탠거론: 이메일 답변] "There have also been reports that North Korea is building more storage facilities. This suggests that the regime is planning on being able to store additional petroleum in the future. The current price stability that we’ve seen is likely the tactical release of fuel reserves by the regime to maintain a stable price."
앞서 VOA는 인공위성 사진을 분석해 최근 남포항 일대에 북한이 최소 5개의 새로운 유류 저장시설을 짓고 있으며, 신규 시설을 포함하면 북한에 30개 이상의 유류 저장시설이 마련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상황이 북한의 연료 수요를 감소시켰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All those taxicabs in Pyongyang probably are not running around the same way they were before. So the consumption of refined petroleum, the demand may have been lower.
뱁슨 전 고문은 코로나 대응으로 북한 내 이동이 제한되면서 평양 시내에서 운영되는 택시의 수가 이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며, 정제유 소비와 수요가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더욱이 코로나 상황이 제재와 겹쳐 경제에 영향을 미치면서 수요가 더욱 억압됐을 수 있다고, 뱁슨 전 고문은 덧붙였습니다.
고스 국장 역시 코로나는 그 어떠한 제재보다 더욱 북한을 봉쇄시켰다며, 코로나가 북한의 연료 수요를 감소시킨 요인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오택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