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사상 초유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북한 당국은 국경을 철저히 봉쇄했습니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무역도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는데요. 미국의 전문가들은 중국으로부터 소비재 수입이 중단돼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라며, 새해에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당국이 국경 봉쇄를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1년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을 굳게 걸어 잠갔고,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무역도 전무한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2020년 10월에 이어 11월에도 무역 총액은 100만 달러 대에 머물렀고, 특히 수입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1월에서 10월 무역누계도 전년 대비 7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2020년에 특히 중국산 소비재 수입이 끊긴 것이 주민들의 생활에 직격탄을 가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So that’s hurting the people quite a lot. Because you know, they like to think they’re self-reliant, Juche, but of course nobody is completely self-reliant. For example, sugar and coffee and tobacco and lots and lots of medicines…”
브라운 교수는 “북한은 ‘주체’를 강조하지만 완전히 스스로 자립할 수는 없는 만큼 현 상황은 주민들에게 큰 타격을 주고 있을 것”이라며 설탕, 커피, 담배, 주방용품 등 북한 장마당에서 거래되는 중국산 물품의 수입이 크게 줄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홍콩에 본부를 둔 대북 구호단체 코에이드(KorAid)의 카타리나 젤웨거 대표도 지난달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화상세미나에서 북한 내부 상황을 전하면서 “일반 주민들이 국경 봉쇄의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젤웨거 대표는 “북한 내 많은 장마당이 폐쇄된 가운데, 여전히 운영되는 곳은 북한 현지 물품으로 채워졌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젤웨거 대표] “So I hear shops which were selling imported goods are now short of sugar, cooking oil, coffee, dairy products and so on. Not a happy situation for small middle class that has developed in Pyongyang.”
특히 평양의 수입품 상점에서 설탕, 식용유, 커피, 유제품이 부족하고, 지방에서는 북한산 물품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VOA가 해관총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0년 1월에서 9월 사이 북한이 중국에서 수입한 품목은 1천756개로, 전년도 같은 기간의 2천556개, 대북 제재 영향이 본격화하기 이전인 2017년의 3천808개에 비해 최대 2천여 품목이 줄었습니다.
각 물품의 수입량도 크게 감소해 2019년 100만 달러가 넘게 수입된 품목이 286개 였던 반면, 2020년은 단 70개 품목만이 수입액 100만 달러를 넘겼습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현재 북한의 경제 상태는 1990년대 초 옛 소련 붕괴 이래 가장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I think it’s terrible. To me, it’s equivalent to the trade shock they experienced in the early 1990s when the Soviet Union collapsed. Particularly if you go back to the sanctions that started in 2017..”
2017년 고강도 대북 제재가 시작된 이래 광물과 섬유 등을 수출할 수 없게 되고, 2020년에는 코로나에 대응해 북한 스스로 국경을 닫아 무역 충격이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경제 회생 위해 국경 봉쇄 완화해야”... “국제사회는 백신 지원해야”
뱁슨 전 고문은 “경제난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코로나를 통제하고 무역관계를 다시 구축해야 한다”며 “중국뿐 아니라 한국 일본과도 의미 있는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뱁슨 전 고문은 다만 “국경을 열고 경제활동을 재개하기 위한 자신감을 얻으려면 코로나 백신이 있어야 하는데, 북한은 백신 확보 순위에서 뒤처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So they’ve got to get COVID under control and the international community can help them do that and that could be a good starting point and aid related to helping them with food and health security is a good starting point for 2021.”
따라서 국제사회가 북한에 백신을 제공하고, 식량과 보건 지원을 하며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 2021년의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뱁슨 전 고문은 제안했습니다.
필라델피아의 민간단체인 외교정책연구소의 벤자민 실버스타인 연구원도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북한 당국이 국경 봉쇄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버스타인 연구원] “Economic development, one of Kim Jong Un’s main promises, is essentially at a standstill, and the regime has very few options at its disposal for now. It could relatively easily relax some of the anti-COVID 19 measures that have made trade with China crumble.”
실버스타인 연구원은 “김정은의 주된 약속 중 하나인 경제발전은 근본적으로 멈춘 상태이며 당국이 현재 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거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중국과의 무역을 붕괴시킨 코로나 방역 조치를 일부 완화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쉬운 결정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버스타인 연구원은 이어 “중국의 대북 제재 이행이 지난 한 해 동안 상당히 약화됐기 때문에 북한이 중국과의 무역 규모를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교수도 “2021년에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국내총생산 수치를 보려면 북한이 국경 봉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If they continue to not trade, you know they really need to import parts and equipment for their machinery, otherwise their stock of capital is just going to get worse and worse and their output will decline.”
브라운 교수는 “북한이 기계류 부품을 시급히 수입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생산성이 계속해서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2020년 중국산 소비재 수입이 중단되기 전에 이미 2018년과 2019년에 제재로 인해 산업재와 기계류 수입이 끊겨 생산 부문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브라운 교수는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