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대북 정제유 공급량 보고 단위 '배럴' 병기…단위 둘러싼 논쟁 '일단락'

지난 2016년 4월 북한 평양의 주유소. (자료사진)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정제유 공급량 보고가 처음으로 '배럴'로 표기됐습니다. 그동안 두 나라가 '배럴'이 아닌 '톤'으로만 보고해 정확한 안보리 결의 이행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었습니다. 오택성 기자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매월 북한에 공급된 정제유의 양이 얼마인지 공급 국가로부터 직접 보고받아 이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17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보고 형식엔 기존과 다른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동안 `톤’으로만 표기됐던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정제유 공급량이 '배럴'로도 환산돼 공개된 겁니다.

안보리 내에서는 그동안 대북 정제유 공급량에 대한 '단위' 통일 문제를 놓고 논쟁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12월로 임기를 마친 전임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의장국인 독일의 크리스토프 호이스겐 대사는 보고 단위 불일치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안보리 회의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온 호이스겐 대사의 발언입니다.

[녹취: 호이스겐 독일대사(지난해 11월)] "Russia and China have been stalling the process. As a result, the UN cannot determine conclusively whether the cap has been reached. This undermines this council's decision to place a cap on the oil export."

호이스겐 대사는 중국과 러시아가 배럴이 아닌 톤으로 공급량을 보고하면서 결의 이행 과정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이에 따라 북한의 정제유 수입한도 초과 여부를 결론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정제유 수입한도는 2017년 채택된 안보리 대북 결의 2397호에 따라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돼 있습니다.

호이스겐 대사는 결의에서 배럴 단위를 사용해 한도를 정한만큼 한도를 초과했는지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선 보고도 배럴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습니다. 안보리 결의가 배럴을 사용해 한도를 정한 것은 맞지만 배럴로 보고하는 것을 명시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합의에 따라 공급량이 배럴로 표기되면서 결국 수 년 동안 이어온 논쟁이 일단락됐습니다.

유엔 안보리가 홈페이지를 통해 정제유 단위 변환표를 공식적으로 공개했다.

안보리는 또 휘발유는 톤에 8.35를 곱하고 등유는 7.88, 그리고 경유는 7.46을 곱해야 한다며, 총 다섯 종류의 정제유 별로 단위 환산 방법을 함께 명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보고된 지난해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정제유 공급량은 약 14만 8천 780 배럴로 한도인 50만 배럴의 약 30%에 해당합니다.

스캇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국장은 17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공급량 보고 단위에 대한 이사국 간 합의는 안보리 내 진전으로 보인다면서도, 이는 정치적인 것으로 쓸데없는 논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I think it represents a modest step forward. This was a needless dispute that it was probably exacerbated by politics."

스나이더 국장은 중국과 러시아의 공식적인 정제유 공급량 보고와 별개로 북한이 불법 환적 등을 통해 이미 수입한도를 초과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북한의 정제유 수입과 관련한 국가간 판단에 입장차가 좁혀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이번 합의는 행정적인 조치라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정책에 변화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오택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