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한국 영화 ‘기생충’, ‘방탄소년단 BTS’는 한국의 대중문화가 해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한류’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최근에는 미국의 스포츠전문 방송이 한국의 프로야구 리그를 정규 방송으로 편성하면서 한국 야구에 대한 미국인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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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3명의 한인 남성이 미국 민간단체가 주관한 온라인 강연 행사에서 유창한 영어로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토론의 주제는 ‘한국 프로야구의 멋진 세계’.
온라인 행사를 주관한 ‘아시아 소사이어티’는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민간단체로 지난 1956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이해와 교류 활성화를 목적으로 록펠러 3세가 설립한 국제 학술연구 단체입니다.
이 단체의 매트 쉬아벤자 콘텐츠 디렉터는 야구 전문가로 알려진 3명의 한인 남성을 소개하면서 행사의 배경을 설명합니다.
[녹취:매트 쉬아벤자] “And in fact, the Korean, the Korean baseball organization resumed games on May 5 and ESPN began broadcasting on that..”
현재 미국에서 야구중계를 보기가 어렵지만 그렇다고 야구를 하는 곳이 없다는 말은 아니라며, 지난 5월 5일 한국의 프로야구 리그가 시작됐고 같은 날 ESPN이 이 경기를 생중계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쉬아벤자 씨는 전 세계 야구 팬들이 세계 최고의 프로야구 경기 중 하나인 KBO 리그를 볼 수 있게 됐다며, 한국 야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시간이 될 거라고 말했습니다.
북미 지역 최고 수준의 프로야구인 메이저리그 야구 MLB는 보통 3, 4월에 시작해 가을까지 이어지며 30개 구단의 승자를 가리는 경기를 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야구의 종주국인 미국이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MLB일정을 미루면서 자택대기령 상황 속 야구팬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스포츠전문 채널인 ESPN 방송이 전례없이 KBO리그의 모든 경기를 생중계하기로 결정한 겁니다.
ESPN은 전 세계 120개 나라에 스포츠 소식을 전하고 있는 만큼 ESPN의 KBO 생중계는 미 언론과 소셜미디어 등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ESPN은 당초 한국 시각에 맞춰 미국 시각 새벽으로 편성해 ESPN 2 로 내보냈던 KBO 리그 생중계를 ESPN으로 옮겨 정규 방송에 편성하면서 새벽 생중계와 오후 재방송으로 하루 2회 한국의 야구 경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KBO리그는 1982년 시작한 한국의 프로야구 리그로, 10개 구단이 경기를 벌이는데, 올해 9개 구장에서 경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3월 말 혹은 4월 초에 정규시즌을 개막했지만 올해는 5월 개막해 11월에 폐막할 예정입니다.
한국의 야구 역시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영향으로 선수들은 사진으로 대신한 관중석을 바라보며 경기를 치르고 있습니다.
박찬호, 황재균, 류현진 등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인 선수의 기량을 확인했던 미국의 스포츠계와 팬들이 KBO리그를 두 달 넘게 관람하면서 전례없는 다양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케이블 스포츠 대기업인 ESPN은 KBO리그 경기 소식과 함께 ‘주간 KBO’라는 기사로 경기 일정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ESPN의 스포츠 생중계도 이색적입니다. 이 채널의 스포츠중계 아나운서인 캘 래비치 씨와 해설위원인 에두아르도 페레스 씨는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초대손님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초대손님은 KBO 를 거쳐간 선수, 기자, 칼럼니스트 등으로 경기 당 2-3명이 이들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한국의 한 방송의 여성 스포츠 앵커는 “한국의 야구 경기를 관람하며 맥주와 피자를 즐겨 먹는다”는 등 한국 야구 관중석 풍경을 언급하며 응원가를 가르쳐주기도 했습니다.
이 방송에 출연했던 댄 커츠 씨는 VOA에, ESPN의 KBO중계 방송을 통해 한국의 독특한 야구 문화나 한류까지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댄 커츠] “she just went down to Dongdaemoon, Kwanghwamoon and just was showing them, you know, different aspects of Korean life that you know, outside of the baseball…. ,”
`USA투데이’ 신문은 야구 팬들의 SNS를 소개하며 ESPN생중계가 경기 자체에 집중하지 않는 점을 비판하면서 한국에 생중계 팀을 보내는 것을 권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CNBC 방송의 경우 한국의 야구 문화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는데요, 미국에 없는 한국의 야구 문화에 대한 내용입니다.
일명 ‘빠던’으로 불리는 ‘배트플립’에 대해 홈런이 많이 나오는 한국 야구 리그의 볼거리로 꼽았습니다.
‘배트플립’은 홈런을 친 선수가 휘두른 야구 방망이를 그대로 공중에 던져버리고 달리는 행위를 말하는데요, 이 방송은 미국도 팬들을 위해 이를 허용할 것을 권했습니다.
또 열을 맞춰 힘있게 춤을 추는 응원단 ‘치어리더’를 소개했는데, 3시간 동안 경기를 보는 팬들을 위한 이벤트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방송은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한국 야구에 대한 관심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무키 베츠는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 야구가 돌아왔다, 우리 모두 시청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라고 적으며 영상을 만들어 올렸습니다.
[녹취: 무키 베츠 트위터 영상] “This is the Korea, Home…. Kim Haksung..”
배츠 선수는 KBO의 10개 구단의 대표적인 선수를 한 명씩 호명하며 이들의 선전을 기원했습니다.
CNBC는 기본적으로 두 나라의 야구 규칙이 같다면서, 미국의 야구 팬들도 문제없이 관람할 수 있을 거라고 소개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4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 한화 경기에서 시구하는 장면이 세간에 화제가 됐습니다.
해리스 대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ESPN에서 KBO가 전 세계로 생중계되고 있어 기쁘다”며 “자신은 ‘빠던’을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아시아 소사이어티의 ‘한국 프로야구의 멋진 세계’는 3명의 야구 전문가들을 통해 한국 야구의 역사부터 미국과 한국 야구의 다른 점을 다양한 각도로 소개했습니다.
또 미국에 진출하는 한국 선수, 한국에 진출하는 미국 선수들이 겪는 문화 충돌, 선수로서의 보람 등의 내용이 다뤄졌습니다.
토론을 진행한 30대 한인 남성 커츠 씨는 어릴적 미국 부모에게 입양된 한국계 미국인으로 자신의 뿌리를 알기 위해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을 계기로 MyKBO.net 이라는 채널을 운영하며 미국 사회에 한국 야구를 알려왔습니다.
커츠 씨는 이번 생중계를 통해 미국 내 한국 야구 팬들이 많이 생겼다면서, 또 하나의 한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한국 야구 팬인 30대 미국 여성 제시카 클레인 씨는 ESPN에서 한국 야구 경기 중계를 알렸을 때 매우 흥분했다며, 한국 야구에 익숙하지 않았지만 열린 마음으로 관람했다고 VOA에 말했습니다.
[녹취:제시카 클레인] “I was not familiar with Korean baseball, so I went into it with an open mind and eager interest. The time difference I’m in EST..”
새벽에 생중계되는 경기를 놓치지 않으려고 밤잠을 설쳤을 만큼 매우 흥미롭게 관람했다는 설명입니다.
클레인 씨는 한국 야구팀의 상징인 마스코트를 너무나 좋아하고 응원단들은 매우 훌륭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모든 노래와 춤을 추는 치어리더가 관중이 없는 가운데서 응원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겠지만 이들이 경기 자체에 큰 힘을 가져다 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제시카 클레인] “I really enjoy all the dances and songs that they have for each player.. As an entertainer, I know it can be difficult to perform without a..”
지난 5년 동안 한국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 구단 선수로 뛴 조쉬 린드블럼 선수와 2017년 메이저 리그에서 뛰었던 황재균 선수의 소속사인 스포츠 에이전시 SGI의 이한길 대표는 VOA에 미국의 한국 야구에 대한 관심은 이전부터 이어져오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이한길] “한국 무대로 가고 싶어하는 선수들이 점점 안그래도 늘어나고 있는데, 좀 더 극대화 되고 있다고 보면 되요. 더 젊은 선수들이 한국 무대에서 뛰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생각하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는거죠. 안그래도 계속 느는 추세였는데 더 확대됐어요.”
ESPN이 KBO리그를 생중계 하면서 미국 선수들의 한국 진출에 대한 문의가 크게 늘었다는 설명입니다.
선수들이 소속 구단과 계약 관계가 있지만 한국 구단마다 3명의 외국인을 영입할 수 있는 조건 속에서 30개 자리가 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가능성을 생각하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이 대표는 한국 야구가 KPOP이나 영화처럼 한류 열풍을 일으킬 지는 좀 이르지만, 한국의 스포츠와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해 흐뭇하다고 심경을 밝혔습니다.
미국에서 스포츠 업종에 10년 간 몸담고 있는 제시카 클레인 씨도 KBO 열풍이 아직은 다른 한류와 같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이미 MLB를 사랑하기 때문에 같은 종목인 야구 팬들이 이달 말 시작하는 MLB개막 후 양쪽 경기를 모두 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러나 제시카 씨는 한국 야구는 야구팬들에게 매우 흥미롭다며, 경기를 놓치지 않기를 바랬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