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풍경] 한인 여성 미술가, 한반도기 주제 새 작품 전시회    

메릴랜드 예술대학(MICA) 교수로 재직 중인 천민정(Mina Cheon) 작가와 ‘한반도기’를 소재로 한 작품.

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다양한 미술 작품을 전시해온 한인 여성 작가가 한반도기를 주제로 한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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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동부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 있는 메랠랜드 예술대학(MICA)의 교수로 재직 중인 천민정(Mina Cheon) 작가가 ‘한반도기’를 등장시킨 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전시회 제목은 ‘미나 천의 새로운 개인전 -한반도 통일을 꿈꾸다/ 평화 시위(Dreaming Unification/Protest Peace)’.

천 작가는 2004년 금강산 관광 중 북한 주민을 만난 것을 계기로 북한 주민들을 그림에 등장시켰고, 이후 남북한 갈등, 북한 주민의 인권, 북한 정권에 대한 메세지 등 정치 현안들을 대중에게 쉽게 소개하기 위해 '폴리팝 아트' 형식을 활용해 왔습니다.

북한 인민복을 입은 자신을 ‘김일순’으로 작품에 등장시키고, 북한 주민에게 인기있는 한국 과자 쵸코파이 수십만 개를 작품에 활용해 남북한이 정을 나누는 소통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또 인공기와 태극기를 그려넣은 ‘글로벌 평화 신발’을 제작 판매해 남과 북이 나란히 함께 평화를 위해 걸어가자는 메시지를 전하는 소셜미디어 운동도 벌였습니다.

그 밖에도 다양한 소재로 대중과 소통하는 ‘뉴미디어’ 방식으로 강연과 전시를 병행하며 꾸준한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전시는 그 어느 때보다 대중과의 소통의 성격이 강합니다. 도심 곳곳에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거리예술, 시위, 낙서, 태깅 등을 작품에 등장시켰기 때문입니다.

천민정 작가는 이 같은 행위들은 모두 시기적인 위급성을 띄는 공통점이 있다고 진단합니다.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아시아계 혐오 범죄를 멈춰라’ 등의 구호는 시위 현장과 소셜미디어 등에서 퍼지며 즉각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거리 예술과 소셜미디어의 해시태그(#)도 일반 대중의 메시지 전달에 활용된다는 겁니다.

천 작가는 이런 시대적 흐름과 대중의 소통 방식에 동참함으로써 한반도 평화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녹취: 천민정] “정치가에서부터 문화인들이 결과적으로 이런 프로테스트 형식이 아니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지나가는 일로 알려지기 때문에 빨리빨리 그려지는 방식..”,

대중에게 알리고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이 같은 방식이 효과적이라는 겁니다.

천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등장시킨 ‘한반도기’는 하늘색으로 칠한 한반도 그림을 문양으로 하는 깃발로,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남북한 단일팀이 한반도기 깃발을 들고 입장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녹취: 천민정] “저는 2004년에 금강산 갔을때 우리를 위해 북한 사람들이 공연하는데 그 기를 쓴 기억이 나요. 그때부터 한반도기에 대한 생각과 이미지가 떠나지 않아서. 특히 꿈을 꿀때 통일을 위한 꿈을 꾸는데 우리 나라가 갈라졌기 때문에 환상적인 작품이 계속 나오는데요. 한인 여성이지만 북한 작가, 가상의 페르소나로서 꿈을 꾸는.”

천 작가는 작가들에게 ‘꿈’은 무의식의 표현으로써 중요하다며, 자신도 오랜기간 꿈에서 본 형상인 한반도기 그림들로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천민정] “연속적으로 나열돼서 퍼레이드에 서 있는 것 처럼 되어있고, 여러 종류가 있는데 수밍 잉크와 스프레이가 결합된 작업이고 그리고 ‘태깅’이라고 하죠. 코드가 많은데, ‘그녀가 온다 빨리빨리, 미투 무브먼트에 ‘김일순이 온다’, ‘통일이 온다’는 메시지가 담겼어요.”

한 폭에 각각 그려진 한반도기 모습은 남북한뿐 아니라 지구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의미하며 같은 크기의 그림을 나란히 걸어 함께 행진함을 상징했다는 설명입니다.

천 작가가 그림을 그린 12개의 캔버스에는 한반도기 이미지가 담겼고, 모두 짙은 파란색 바탕에 그려졌습니다.

작품 전체에 흐르는 짙은 파란색은 바다를 의미하는 동시에 현대 미술에서는 깊은 무의식인 꿈을 상징한다고 천 작가는 설명했습니다.

12개의 그림들은 각각 짝을 이뤄 4개의 작품으로 또 구분됩니다.

먼저 ‘그녀가 온다 빨리 빨리’와 ‘엄마, 통일, 지금, 김일순’, 그리고 ‘동서양의 만남, 조선화 시위 아트’ , 동서양 무의식의 연속적 만남’ , ‘같이 살고 죽자 지금’ 등 입니다.

이 중 ‘동서양의 만남, 조선화 시위 아트’ 는 북한 조선화의 물감인 먹물과 스프레이 페인트 즉 서양의 기법을 등장시켜 대조를 이뤘습니다.

또 ‘초코파이 해피랜드’는 알록달록한 색깔의 도형이 겹치는 문양의 3개의 캔버스로 구성된 작품으로, 초코파이 상자에 담긴 조립 장난감 ‘놀이공원’을 재해석한 것입니다.

천 작가는 평양의 ‘개선청년 놀이공원’과 매우 닮았다고 생각해 작품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 동부 뉴욕을 거점으로 한 천 작가의 전시 활동은 사립 갤러리와 비영리 민간단체가 주최하는 초대전을 통해 꾸준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시아 소사이어티’에서 현장 전시와 온라인으로 열렸고 지난 3일부터 뉴욕에 소재한 ‘코리아 소사이어티’에서 시작된 전시회는 9월까지 열릴 예정입니다.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제이 오 예술문화 감독은 VOA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중단됐던 현장 전시회를 다시 열게 됐다며, 이런 시점에서 천민정 작가를 초대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녹취: 제이 오] “많은 분들에게 영향을 주시는 작가들은 그 당시 살고계시는 상황이나 시대에 반응을 하는 분들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미나 천 작가님은 계속해서 그런 작업을 꾸준히 해오셨고. 이번에는 지금까지의 작품과 다른 점이 있는 것 같아요. 그전에는 북한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은가를 많이 생각하셨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북한을 남한과 나누지 말고 한 가지로 생각하면 어떤가 생각을 해보자를 의미라고 생각하거든요. 아직도 분단된 한반도에서 살고 있는 많은 분들이나 한인들에게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또 한반도 문제뿐 아니라 현재 미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시아계 혐오 범죄 등 사회 이슈에 대한 관심에 대해서도 의미있는 행보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제이 오] “미나 천 작가님의 작품들은 시기에 따라,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반도에 대해 걱정하는 분, 현재 힘들고 스트레스 많이 받는 미국 내 한국계 분들이 보셨을 때는 다른 의미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를 정치적으로 본다기 보다는 저희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받는 의미가 틀려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편 천민정 작가는 뉴욕의 이든 갤러리와 아시아 소사이어티 전시회에서 북한 화가의 그림을 전시회에 등장시키는 등 새로운 시도도 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사는 한인 작가가 북한 화가의 그림을 통해 소통하는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자는 취지입니다.

천 작가는 향후 북한 화가들의 작품을 함께 소개할 계획이라며 자신과 북한 주민들과의 소통을 미국 사회로 확대해 한반도 평화를 생각해보는 것이 의미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