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북한의 천안함 폭침으로 시행된 ‘5.24 대북제재 조치’에 대해 “실효성을 상실했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폐기 검토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한국 시민사회단체들은 공식 해제를 촉구하고 있는데요. 후루카와 가쓰히사 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위원은 VOA에, 5.24 조치가 해제된다 해도 미국 독자 제재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대부분의 제재 조항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습니다. 2011년 10월부터 2016년 4월까지 4년 반 동안 유엔 안보리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했던 후루카와 전 위원으로부터 5.24 조치를 해제할 경우 그 안에 담긴 5가지 금지 조항들이 어떤 영향을 받게 되는지 들어보겠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국제 제재 체제가 5.24 조치의 해제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까?
후루카와 전 위원) 한국인들의 결정에 달렸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2010년 천안함 폭침에 대한 대응에 별 역할을 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미국 오바마 행정부도 천안함 공격과 관련해 유엔 제재를 추진하지 않았고요. 따라서 독자 제재를 해제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한국 정부의 재량에 달려있습니다.
기자) 5.24 조치를 해제할 경우 과연 5개 금지 조항의 효력이 상실되는 것인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기준으로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첫째, ‘북한 선박의 한국 해역 운항 불허’ 조항은 5.24 조치 해제 시 어떤 영향을 받습니까?
후루카와 전 위원) 유엔 안보리는 모든 북한 선박의 외국 항구 입항을 금지하는 게 아니라 유엔 제재를 위반한 선박에 대해서만 그런 조치를 취해왔습니다. 하지만 모든 유엔 회원국들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북한 선박에 (선박의 상태를 검사해 향해가 가능함을 보증하는) 선급과 보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습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 11항과 12항, 2321호 9항, 22항, 24항, 그리고 2270호 20호에 이런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따라서 낡은 북한 선박이 외국 항구에 입항해 사고를 일으킨다면 복잡한 문제가 생깁니다. 북한 배는 선주상호보험 처리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북한 선박과 관련한 높은 위험 때문에 한국 회사는 북한 선박과 거래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생각합니다.
기자) 둘째, ‘남북교역 중단’ 조항은 5.24 조치 해제 시 어떤 영향을 받습니까?
후루카와 전 위원) 북한의 무역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상당 부분이 금지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은 지난 몇 년 간 안보리 결의가 금지하지 않은 특정 품목과 서비스 수출을 늘리려고 시도해 왔습니다. 관광과 가발 등이 그런 예입니다. 만약 5.25조치가 해제된다면, 북한은 이런 영역에서 한국 기업과의 거래를 확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유엔 안보리 결의 2321호 32항에 따라 대북 무역에 대한 공적·사적 금융지원은 물론 수출신용이나 보증, 보험을 자국민이나 기업에 제공할 수 없습니다. 유엔 안보리로부터 따로 승인을 받지 않는다면 말이죠. 어떤 한국 기업이라도 이 조항 때문에 북한과의 금융 거래를 시작하기 매우 어려울 겁니다. 게다가 한국 기업과 금융 기관은 현재 가동 중인 미국 정부의 독자 제재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북한 정부 혹은 노동당과 관계된 기업이나 개인에 대한 미국의 광범위한 금융 제재를 말입니다. 한국의 어떤 기업이나 은행도 북한 기업이나 개인과 그런 거래에 착수할 경우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고, 이는 민간 기업들에 큰 위험을 안길 겁니다.
기자) 셋째, ‘한국민의 방북 불허’ 조항은 5.24 조치 해제 시 어떤 영향을 받습니까?
후루카와 전 위원) 유엔 안보리 결의는 유엔 회원국들이 제재 위반과 관련된 개인에 대한 여행 금지를 시행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북한인들의 해외여행이 금지돼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북한에 대한 독자적 여행 금지를 해제할지 말지를 결정할 모든 법적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을 여행할 경우 관련 제재에 따라 여행자보험에 가입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한국인 여행자들은 알아야 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유엔 안보리 결의 2321호 32항에 따라 대북 무역에 대한 공적·사적 금융지원이 금지돼 있기 때문입니다. 여행은 “서비스 무역”에 포함되고, 보험금 지급은 “공적·사적 금융지원”에 포함됩니다. 결국 유엔 안보리의 승인 없이 북한 여행자보험을 들 수 없다는 뜻입니다. 여행자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채 북한을 방문하는 데는 높은 위험이 따르고요. 또한 한국인 여행자들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의 독자적 금융 제재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기자) 넷째, ‘북한에 대한 신규투자 불허’ 조항은 5.24 조치 해제 시 어떤 영향을 받습니까?
후루카와 전 위원) 한국 정부는 유엔 안보리의 승인 없이 이 네 번째 조항을 해제할 수 없습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 2375호 18항은 “모든 회원국은 자국민이 또는 자국 내에서 북한 기업체 또는 개인들과 기존 및 새로운 합작사 또는 협력체를 개설, 유지, 운영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규정했습니다. 분명하고, 이의를 제기해선 안 되는 조항입니다.
기자) 끝으로 다섯째, ‘대북지원 사업의 원칙적 보류’ 조항은 5.24 조치 해제 시 어떤 영향을 받습니까?
후루카와 전 위원) 대북 인도적 지원은 유엔 안보리의 승인을 받으면 가능합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이 조항을 해제할지 말지 결정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갖습니다. 하지만 인도적 지원에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제재되거나 제한된 품목, 물질, 기술, 금융 서비스, 개인이나 기업 등이 관련되면 한국은 유엔 안보리 승인을 신청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한국 정부는 유엔 제재를 위반하게 될 것입니다.
기자) 5.24 조치 이전으로 돌아가도 한국이 이행해야 할 제재는 달라지는 게 거의 없습니까?
후루카와 전 위원) 간단히 말해, 결국 한국이 독자 제재를 해제하더라도 유엔 안보리 결의를 이행하고 미국의 현행 독자 제재를 준수하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제재 조치들을 계속 유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후루카와 가쓰히사 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위원으로부터 한국의 5.24 조치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어떻게 연동돼 있는지 들어봤습니다. 백성원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