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전 부장관 "코백스 통한 대북 백신 지원, 건설적 관여 될 것...상호 연락사무소 협상에 도움"

스티븐 비건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

스티븐 비건 전 미 국무부 부장관은 코백스를 통한 대북 백신 지원이 교착 상태에 있는 미-북 협상 재개에 도움이 될 것이란 견해를 밝혔습니다. 비건 전 부장관은 또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이 이전과 비슷하다며, 관건은 북한의 의지라고 말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스티븐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는 미국이 코백스를 통해 북한에 백신을 지원한다면 미-북 양국에 이익이 되는 건설적인 관여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앞서 코로나 백신 5억 회 분을 코백스를 통해 중.저소득 국가에 기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비건 전 부장관은 14일 북한전문 매체 `NK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코백스를 통해 북한에 백신을 지원할 경우 “협상에 임할 수 있는 지도부도 (접종) 대상이 될 수 있다”며 “2020년은 코로나 감염에 대한 우려로 (협상을 못 한) 잃어버린 해”라고 말했습니다.

[비건 전 부장관] “It’s a very constructive engagement that’s self-interested on our part as well as on the N Korean part. But it also begins to put in place a population that’s in the leadership that’s able to engage in discussions because again you know 2020 was lost year first and foremost because of the risk of the spread of the infection.”

비건 전 부장관은 바이든 정부 고위 당국자가 북한도 코백스를 통한 지원의 수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백히 밝힌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코백스는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니세프의 주도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세계 각국에 평등하게 공급할 목적으로 설립된 프로젝트 입니다.

비건 전 부장관은 보건 협력 외에 미-북 양국이 서로의 수도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것도 협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양측이 손해 보지 않고도 추진할 수 있으며, 연락사무소는 협상의 거점(toehold)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정부 시절 북한 측과 총 8차례 만나며 양측의 실무 협상을 주도했던 비건 전 부장관은 북한과 지속적인 관여를 유지하기가 어려웠다고 회고했습니다. 협상 이후에 긴 공백기가 따라오곤 했다는 것입니다.

비건 전 부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북한과의 첫 정상회담 직후인 2018년 8월 대북특별대표에 임명돼 2021년 1월까지 활동했습니다.

“바이든 대북정책, 이전과 비슷”

비건 전 부장관은 바이든 정부에 철저하게 인수인계를 했다며 정책의 연속성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바이든 정부가 대북정책에 대한 깊이 있는 검토 뒤 결론을 내렸는데, 이전과 대체로 같다”며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전문 매체 `NK 뉴스'와의 인터뷰 발언 내용입니다.

[비건 전 부장관] “The Biden administration entered into a deep review of policy and ultimately came to the conclusions but I would say without any way diminishing it, it is largely the same.”

비건 전 부장관은 바이든 정부도 트럼프 정부와 마찬가지로 북한과 협상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며, 성 김 대북특별대표에게도 이런 평가를 공유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관건은 북한의 의지라고 비건 전 부장관은 지적했습니다. ‘북한도 함께 진전을 낼 의지가 있느냐’는 질문이 자신이 2년 반 동안 부딪혔던 어려움이자 바이든 정부도 동일하게 직면한 도전이라는 것입니다.

비건 전 부장관은 정권교체 기간에 대북정책의 모든 영역을 함께 검토해 바이든 정부가 큰 맥락을 이해하고,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내용까지 알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자신과 알렉스 웡 대북특별부대표 등 몇 명을 제외하고는 국무부 대북 협상팀이 거의 대부분 바이든 정부에서도 일하고 있다며 연속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비건 전 부장관은 바이든 정부가 북한에 대해 강경책을 펼치던 양보를 더 하던, 마음껏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줬다고 스스로 평가했습니다.

또 자신은 비록 기준이 낮기는 해도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았다는 점과 안정적인 대북 관여를 유지했다는 데 만족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재임 기간 중 북한과 미국 사이에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협상가들, 비핵화 논의 권한 없어”

북한이 협상 대표들에게 비핵화에 대한 협상을 할 권한을 주지 않아 구체적인 논의를 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비건 전 부장관은 “정상회담이 성공적이기 위해서는 실무회담에서 실질적으로 의제를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북한의 제안에 트럼프 대통령이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북한의 실수’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영변 폐기 제안이 ‘부분적’이라는 것을 즉각 알아챘다고 비건 전 부장관은 말했습니다.

비건 전 부장관은 ‘싱가포르 합의’에서 양측이 합의한 ‘미-북 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비핵화', 미군 유해 송환’ 등에 대해 트럼프 정부가 매우 구체적인 로드맵을 세웠으며 “이론적으로는 바이든 정부도 이 내용 중 상당 부분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로드맵에 동의할 때만이 다른 분야에서도 진전을 낼 수 있다고, 비건 전 부장관은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