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캠벨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이 현 시점에서 `쿼드' 확대 계획이 없다고 밝히면서 한국의 쿼드 참여 문제가 양국 현안으로 부각되진 않을 전망입니다. 하지만 곧 있을 미-한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한국이 협력하는 다른 방안들이 구체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18일 한국의 ‘연합뉴스’와 가진 서면인터뷰에서 “현 시점에서 쿼드(Quad)를 확대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쿼드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 인도, 호주 4개국이 결성한 협의체입니다.
캠벨 조정관은 “쿼드는 민주주의가 각국 국민과 더 넓은 세계를 위해 무엇을 함께 내놓을 수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 설립됐다”면서 “확대한다면 정말로 우리는 이름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캠벨 조정관은 그러나 “자유롭고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지라는 공동의 가치는 역내 많은 다른 파트너들에 의해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우리는 역내 협력을 계속 확대할 방법이 있으리라 생각하며 이는 한국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 역내 다른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포함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아시아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캠벨 조정관이 쿼드 확대에 일단 선을 그으면서 한국의 쿼드 참여 여부는 양국간 현안으로 부각되진 않을 전망입니다.
한국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1차장과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낸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쿼드는 조약에 근거한 동맹체와는 다른 느슨한 협의체로 미국에게도 생소한 실험이라며, 성격이나 운영 방식을 놓고 여전히 고민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조 의원은 미국이 한국의 쿼드 참여를 원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가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일단 쿼드 가입 문제를 현안으로 전면에 꺼내진 않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조태용 의원] “쿼드라고 하는 것이 대단한 법적 틀을 가진 조직이 아니다 보니까 이걸 앞으로 어떤 식으로 발전시킬지 미국 스스로가 아직도 답을 찾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하고요. 또 그 사이에 문재인 정부가 쿼드 참여에 대해서 부정적인 태도를 내비쳤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 특히 미국 정상 차원에선 쿼드에 참여하라고 얘기하기 보다는 대한민국이 쿼드에 협력할 수 있도록 틀을 잡아가는 식으로 입장을 정한 것 같고요.”
미국이 한국에 쿼드 참여를 압박하는 대신 백신이나 반도체 등 글로벌 현안에서 쿼드가 논의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오히려 한국이 협력 필요성을 느끼게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쿼드는 지난 3월 정상회의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군사·안보 협의체의 성격을 지우고 신종 코로나 백신과 신기술, 기후변화 등 3개 분야의 워킹그룹을 출범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습니다
캠벨 조정관이 역내 협력을 확대할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한 발언도 쿼드 확대 이외의 다른 방안들을 강구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21일 열리는 미-한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들은 쿼드가 다루는 현안들과 일치한다며 이번 회담을 통해 사실상 대중 견제 네트워크에서의 한국 역할이 구체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한-미 정상회담이 실질적인 인도태평양 협력과 쿼드 협력에 한국이 아주 중요한 첫 발자국을 떼는 즉 미-중 간 경쟁구도에서 애매하게 입장을 취하다가 이제 미국 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는 첫 발자국이라고 봐요.”
특히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등 신기술을 둘러싼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에 한국도 참여하는 방향으로 회담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입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 측이 미국의 대중정책에 협력하면서 어떤 반대급부를 요구할지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한국이 미국의 쿼드 또는 미국의 대중정책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미국도 한국에 대해 배려를 하는 모습, 북한 문제라든가 백신이라든가 이런 모습을 보이면서 한-미 동맹 강화를 시연하겠죠.”
전문가들은 그렇다고 이번 미-한 정상회담에서 대중 견제 공조가 전면에 부각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조태용 의원은 경제 위기가 다급한 현안인 북한으로선 지역안보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할 전략적 여유가 없을 것이라며, 미-한 대중 견제 논의는 북한에겐 부차적 관심사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태용 의원] “북한으로 봐선 가장 중요한 코로나로 인해 엎친 데 덮친 격이 된 이 경제 난국을 어떻게 돌파할 거냐, 돌파하기 위해선 미-북 협상을 통해서 제재를 완화하는 것이 급선무죠. 그런 점에 있어서 바이든 행정부가 얼마만큼 초반에 즉 1단계 합의에서 선물을 줄 수 있느냐에 집중할 겁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대중 견제가 노골적으로 표현될 경우 북한 문제를 놓고 중국의 협력을 끌어내는 데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