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김정은 ‘스마트’한 지도자 아냐...잇단 정책 실패로 위기 자초”

지난 6월 한국 서울역 대기실에 설치된 TV화면에 북한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스마트하고 터프하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워싱턴에서 김 위원장의 지도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찾기 어렵습니다. 대외관계와 경제 등 국가 경영의 모든 영역에서 실패한 채 오직 1인 독재체제 강화에만 “성공”했다는 지적이 대부분입니다. 전문가들의 진단을 백성원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워싱턴의 전문가들이 김정은 시대를 규정하는 가장 두드러진 정책이자 특징으로 꼽는 것은 집요하면서도 잔인한 권력 강화 과정입니다.

황병서, 김원홍 등 최측근을 숙청하고 고모부 장성택과 이복형 김정남 등 가족까지 제거하면서 비교적 단기간에 유일체제를 구축·강화했기 때문입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김정은의 소위 “성공”은 강력한 독재자로서의 입지를 굳혔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조정관] “The most important thing for any dictator is to retain power, consolidate power. And obviously Kim Jong-un has been very successful in doing that, including removing people who were of questionable loyalty to him, including if necessary executing or assassinating members of his family, including his uncle and his half brother, and replacing important members of the military and the Communist Party and the security apparatus with his own people. So from the standpoint of building a strong position as the dictator of North Korea, Kim Jong-un has obviously been very successful.”

모든 독재자에게 권력 유지와 강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에서, 가족을 비롯해 당과 군, 안보 담당 측근을 제거해 독재 권력을 강화한 것은 김정은의 관점에선 “성공”이라는 설명입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김정은을 평가하는 척도를 국민의 안위 여부에 둔다면 극도로 열악한 내부 실태와 인권이 답을 쉽게 말해주지만, 만약 국가 통제력만을 지도력의 척도로 삼을 경우 괄목할만한 작업이 진행돼 온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He has been able to maintain control. He has eliminated all of his rivals. Clearly, he's consolidated his power, he has put his own people, including family members in positions of responsibility.”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트위터에 “김정은을 절대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쓴 것과 관련해서는, 적어도 지난 몇 년 간 추진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역량의 강화를 고려하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세이모어 전 백악관 조정관은 김정은이 특히 2016년~2017년 잇단 실험을 통해 핵무기와 미사일 기술을 진전시키는 데는 매우 성공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조정관] “I think he's been very successful in pushing forward technical progress in the nuclear weapons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 especially with the successful testing activities in 2016 and 2017, which has clearly produced a more advanced nuclear weapons and missile capability that he inherited from his father.”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국가와 국정을 완전히 장악하고 핵과 미사일 개발 성과를 거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성공이라고 할 수 없으며, 오히려 국내외 위기를 자초해 국정 운영을 실패로 몰아간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무엇보다 미국과 주변국에 대한 군사 공격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내며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 발사를 이어 나가면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와 이행만 가속화시켰기 때문입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이 매우 어려운 위치에 놓였고 지도자로서의 약점이 계속 노출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김정은이 “스마트”하다는 평가가 등장하고 그의 “정상 간 외교력”에 대한 북한 당국의 선전이 계속됐지만, 김정은은 북한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는 제재를 완화하는 데 계속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녹취: 데이비드 맥스웰 FDD 선임연구원] “He is in a very difficult position and I think his weaknesses as a leader are really coming out...Despite all of the talks about how smart he is and, how much he can play (President) Moon and Trump, he continues to fail to get sanctions relief and this failure, I think is really impacting, you know, how the people and the elite look at him.”

맥스웰 연구원은 그토록 자신했던 제재 완화를 얻어내지 못한 것은 김정은의 국내 권력 기반을 약화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김정은을 바라보는 엘리트 계층의 시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이런 상황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태풍 피해와 맞물려 북한인들을 더할 수 없이 나쁜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북한과 직접 협상했던 전직 미 관리들은 소위 “성공”으로 간주되는 김정은의 핵 개발 정책은 국가와 국민의 생활을 도탄에 빠뜨린 실패한 전략이라며, 그의 지도자적 자질을 평가 절하했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김정은이 무기 개발 등 의심스러운 프로그램에 자원을 투입하기로 한 것은 현명한 결정이 아니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달리 김정은은 좋은 지도자가 아니라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It is very clear that he has chosen to spend resources on questionable programs--development of weapons and that kind of thing--and it seems to me that that’s not a wise thing for him to do.”

게다가 북한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대표적인 치적으로 선전되는 핵기술 개발 또한 김 위원장 집권 이전에 이미 수십 년에 걸쳐 불법 구축해 놓은 프로그램 기반을 그대로 물려받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김정은이 언론 매체 등을 통해 성공적인 핵 개발 현황을 자주 공개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해 이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시작한 것이라며, 특히 파키스탄과 거래해 농축기술을 얻어낸 사람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 / 전 IAEA 사무차장] “He has used a lot of the public media or social media to that success (of nuclear development)... So he shows the results and tries to sell it to his people. But this is not his achievement. Look, the nuclear weapon development started by his grandfather and his father. And his father struck a deal, for example, with Pakistan to get enrichment technology, so what he might have been doing is pushing it a little bit harder and getting it visible.”

다만, 김정은은 북한의 핵 역량을 노출하고 이슈화하는데 능하다며, 선대와는 매우 다른 방식으로 이를 과시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평양에서 북한 핵 과학자들을 환영하는 퍼레이드를 벌였던 예를 들며, 하지만 이런 방식은 북한인들의 기대치를 높여 핵과 미사일을 넘어 더 나은 삶과 자유를 갈구하게 된다고 지적하면서, 김정은이 현재 주민들의 이런 욕구를 어느 정도는 해소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 / 전 IAEA 사무차장] “He has made it public and he has made it an issue, and he has also motivated the people...The scientists drove with the buses through the city and there was an event with the music and everything so he, so to say, “sells this achievement” in a very different way, compared to his father and grandfather. But once you do that, you also raise the expectations of the people and the expectations of the people may go beyond the missiles or nuclear. They may want to have a different life, they want to have food, they want to have music, they want to have some liberties. So, he has to address those concerns, and I think he's been doing some of it.”

또한, 김정은은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 전례 없는 행보를 자국민들에게 보여주면서, 현실은 어렵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결국은 원하는 지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계속 갖게 만들고 있다고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덧붙였습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 주변에 전략적 사고와 추진력을 겸비한 유능한 보좌진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김정은 리더십’의 큰 결함으로 꼽았습니다.

최고 권력에 도전할 수 있는 ‘잠재적 내부자의 위협’을 사전에 차단해야 하는 북한 정권의 속성이 김 위원장 대에 이르러 훨씬 강화돼, 주목받는 ‘기술형 관료(테크노크라트)’가 설 자리를 완전히 잃었다고 분석했습니다.

로렌스 코브 전 미 국방부 차관보는 김 위원장이 최근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비롯한 각종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지도자가 아니며, 그렇다고 문제 해결을 주도할 수 있는 전문 관리들을 곁에 두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 “Basically, he is not the type of person who was prepared to deal with this...nor does he have around him the people who will help him do that because he is insecure, and I think he is really concerned that if he had too many competent people around him, they might overthrow him.”

능력 있는 인사들을 측근으로 둘 경우 자신의 권력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김정은 지도력의 근본적인 한계로 보는 시각입니다.

설령 그런 인물로 인적 개편을 하더라도 관리들의 소신 발언이 어려운 1인 지배체제 강화에만 매달리는 것 역시 워싱턴의 전문가들이 김정은의 지도력을 혹독하게 비판하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코브 전 차관보는 북한 관리가 김정은의 행동을 잘못된 것으로 규정하고 이를 말리면서 지도자의 위상을 손상시킬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녹취: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 “Will they tell him when he’s wrong? Will they stand up to him and prevent him from doing things or take risks that could possibly undermine his control of the country and his status in the country?

김정은 위원장의 지도력에 심각한 문제를 제기해온 미 전문가들은 이 모든 결함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이 기존 정책을 절대 변경할 수 없다는 데 심각성이 크다고 우려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연구원은 김정은이 자신의 정책과 결정을 수정할 기회가 있었지만, 문제에 봉착해 여전히 이념과 군중을 동원하는 선대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맥스웰 FDD 선임연구원] “What is really important to understand is that he's had the opportunity to fix things, and to change his policies and decisions, and to respond to this but instead he responds in the same old way that his father and grandfather had, focus on ideological, you know, and of course mobilizing the population to try to repair the damage.”

맥스웰 연구원은 김정은의 오판이 이어져도 북한 체제의 초점은 그의 권력을 영구화하는 데 맞춰져 있다며, 김정은을 자국민의 고통을 방치한 채 오직 정권 유지에만 집중하는 현대사 최악의 지도자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