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발사체 실험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무부 ‘한반도 라인’의 부재가 더욱 두드러진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문제를 전담하던 고위 관리들이 줄줄이 자리를 옮기면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분석과 대응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다만 협상을 거부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만큼, 북핵협상팀을 공석으로 두는 것은 자연스러운 인사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전직 미 고위 관리들의 진단을 백성원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국무부 ‘대북라인’의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 등으로 언제든 긴장이 고조될 수 있는 상황에서 효율적인 상황 관리가 가능하겠느냐는 위기감에서 비롯됩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이 여전히 대북정책특별대표를 겸임하고 있지만 알렉스 웡 대북정책특별부대표 겸 북한 담당 부차관보, 마크 램버트 대북특사 등 북한과의 협상을 전담했던 국무부 고위 관리들이 잇따라 자리를 옮긴 상황에서 북한이 또다시 미사일 발사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입니다.
토마스 컨트리맨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담당 차관대행은 “북한 문제와 핵 관련 현안을 다루는 몇몇 능력 있는 인사들이 국무부에 남아 있지만 북한 등과 고위급 협상을 경험한 관리들이 거의 없다”는 점을 한계로 꼽았습니다.
[녹취: 토마스 컨트리맨 전 차관대행] “Specifically on North Korea and related nuclear challenges, there remains some good people at State. But there are very few who have any experience in high level negotiations with Russia or China or North Korea. The fact that Mr. Biegun is now the deputy secretary is a good sign that at least someone is paying attention to North Korea. But overall, I'm concerned about American influence in the world, and American ability to solve any of these problems.”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맡았던 스티븐 비건이 부장관으로 영전한 것은 적어도 누군가는 북한을 주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신호이지만, 전반적으로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영향력과 문제 해결 역량이 우려된다”는 설명입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런 상황을 “외교관 없이 추진하는 외교 노력”으로 규정했습니다.
[녹취: 크리스토퍼 힐 전 차관보] “There's an effort to conduct diplomacy but really conduct diplomacy with almost without any diplomats and this is one of those circumstances.”
대북 고위직의 잇단 교체와 이동으로 외교정책 당국자들의 역량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비판과 위기 의식이 깔려있습니다.
수미 테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국무부 ‘한반도 라인’의 부재가 더욱 두드러진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수미 테리 CSIS 선임연구원] “We don't have capable people who are focused on the Korean peninsula issues. So we don't really have anyone that's going to be prioritizing North Korea to be prepared for any potential publication that is coming out of North Korea to have an effective U.S. response to North Korea challenge.”
“북한 문제를 우선 순위에 두고 북한의 잠재적 도발에 대한 미국의 효과적 대응을 준비하는 실무자가 없는 상황을 우려한다”는 겁니다.
아울러 이런 현실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벌이고 있는 한국과의 동맹 관계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컨트리맨 전 차관대행은 북한 업무를 전담하는 관리들의 부재 속에서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질 경우 미국이 신중한 대응 여부를 확신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에 성급히 과도한 군사 대응 명령을 내리거나 유엔 안보리의 대응을 이끌어내기 위한 미국의 영향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녹취: 토마스 컨트리맨 전 차관대행] “I do worry about the potential for escalation at any point…Well, two concerns. One is that at some point Mr. Trump will impetuously order some kind of military response that will be out of proportion to the North Korean provocation. And the second is the way that we have been burning our bridges at the United Nations, losing influence there means that we no longer have the same capability to get the UN Security Council to respond to North Korean violations.”
또한 전직 관리들은 국무부 대북라인의 연쇄 이동으로 북한 문제와 관련한 대내외적 소통이 부족해지는 상황을 우려했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북한 문제 등과 관련해 각국 카운터파트와 전화 통화를 가끔 나누는 것 외에 정책 실무급에서 충분한 외교 활동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크리스토퍼 힐 전 차관보] “Occasionally I see Secretary Pompeo is making phone calls, but I just don't see enough diplomacy at the policy levels below the secretary.
이어 “주요 직책을 공석으로 놔두는 것이 놀랍다”며 “스티븐 비건 부장관이 맡고 있는 다른 책임들을 감안할 때 여전히 대북 업무를 맡고 있다는 주장은 의심스럽고,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도 북한에 대해 우려하겠지만 정확히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크리스토퍼 힐 전 차관보] “I think Stephen Biegun claims that he's working on North Korea but I doubt it given the other responsibilities that he has. I don't know what Stillwell is doing. You know, he must be concerned about North Korea.”
전직 관리들은 미-북 협상 재개를 장담하기 어렵게 되자 국무부 한반도 라인이 흩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여기에는 정치적 이유가 크다고 진단했습니다.
컨트리맨 전 차관대행은 “북한과 관련해 가급적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가장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다분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토마스 컨트리맨 전 차관대행] “I think a lot of it is also though political calculation that to do nothing on North Korea, and to pretend that he solved the problem because there haven't been more nuclear tests. It seems to be his strategy…So this is, he has no foreign policy victories to boast about in his campaign. But he will find a way to try to present to the American people that in fact North Korea has been a great diplomatic victory for himself.”
“외교적 성공이 아쉬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캠페인에서 미국민들에게 북한을 위대한 외교적 성공으로 내세우려고 한다”는 주장입니다.
힐 전 차관보는 최근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대한 유럽 5개국의 규탄 성명 발표에 미국이 동참하지 않은 것을 상기시키면서 “11월 미 대통령 선거 때까지 북한 문제를 부각시키지 않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크리스토퍼 힐 전 차관보] I was a little surprised when the European countries and the UN Security Council made a statement-somehow the US was not present. So I think it speaks to the fact that the President really wants to keep this issue quiet at least through the November election, and really doesn't want to attract any attention to that.”
반면 국무부 북핵협상팀 등 북한 전담 관리들이 줄줄이 자리를 옮기는 것은 북한에 대한 미국 정부의 무관심이나 우선순위와 관계없이 업무 효율성을 고려한 자연스러운 조정이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현 시점에서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서의 주요 대북 직책이 완전히 채워진다해도 북한과 관련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김정은과의 합의 위반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말한 상황에서 주요 자리의 공석 여부가 북한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So the point I'm making is that the absence of personnel in the State Department has no effect whatsoever on North Korea's decision to continue with these short range missile tests. In other words, even if EAP was fully staffed, even if every position and the US government working on Korea had an official incumbent North Korea would continue to do this because President Trump has made it clear he doesn't object. He doesn't consider this to be a violation of the agreement he has with Kim Jong-un.”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따라서 국무부 대북라인의 구축 여부와 필요성은 북한의 태도에 달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미국과의 핵 협상 재개에 동의하면 대북정책특별대표를 겸임하는 스티븐 비건 부장관을 지원할 실무자들이 충분한지에 대한 질문이 자연스럽게 제기될 것이고, 빠른 시간 내에 대북협상팀을 재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녹취: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If the North Koreans agree to resume nuclear negotiations with the United States, then there would be a question about whether or not the US government has sufficient staff in place to support Special Representative Stephen Biegun in those negotiations.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도 “국무부 내 북한 고위직의 잇단 자리 이동과 공석이 바람직하진 않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치명적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북한과 활발한 외교가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많은 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녹취: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It's not ideal but I don't think it's fatal at least for the time being because there isn't a whole lot of diplomacy going on with North Korea right now. And so there is not an awful lot of work that needs to be done.”
더 나아가 역대 정부의 예를 들며, 북한 문제에 관한 한 아무리 촘촘한 대북라인을 갖추고 주도면밀하게 대응해도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게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The process worked well. I emphasize that because the outcome wasn't great. The outcome has never been great when it comes to North Korea. So this is sort of a default, this is the default option of all bureaucracies, the default to focusing on the process.”
리스 전 실장은 자신이 몸담았던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제임스 켈리 당시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주도 아래 조셉 디트라니, 에반스 리비어, 데이비드 애셔 등 국무부 내 유능한 북한 전문가들이 총동원돼 대북정책을 조정했지만 결과는 늘 좋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