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북한 무기역량 '급진전' 평가에 "과시 역량과 실제 역량 다를 수도"

북한은 전날인 25일 새로 개발한 신형전술유도탄시험발사를 진행했다며 26일 관영매체를 통해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이 최근 공개한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관련해 북한의 무기역량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과시하는 역량과 실제 역량은 다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뉴욕타임스’ 신문은 26일 한국 안보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북한의 무기체계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북한이 2006년부터 2017년까지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6번 진행했다면서, 그 가운데 4번은 김정은 위원장 통치 기간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2017년은 북한의 무기역량에 큰 획을 그은 시기라며, 화성-12형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통해 괌을 겨냥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지난해 10월 당 창건일 열병식에서는 역대 가장 큰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선보였고, 올해 1월에는 다탄두 핵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핵 고도화를 더욱 강화할 것을 공표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KN-23, KN-24, KN-25로 분류되는 새로운 무기체계를 외부에 과시했다며, 각 무기체계는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큰 진전을 상징한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 매체가 지난 2019년부터 신형 무기 실험라고 주장하며 공개한 사진 (왼쪽부터 신형대구경조정포, 초대형방사포 KN-25, 지대지 전술유도무기 KN-24,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전문가들은 북한의 동시 다발적 공개를 두고, 개발 표준에서 크게 벗어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AP통신도 북한의 미사일이 훨씬 기민해지고 회피 역량도 증가했다고 분석했습니다.

통신은 한국 군사전문가의 분석을 인용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의 사거리는 한반도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핵탄두 탑재도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군사전문가들도 북한의 전반적인 무기역량이 예상보다 빠르게 발전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북한의 실제 역량을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 “과시 무기의 실전역량 판별 신중해야”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1월 한미연구소(ICAS)가 개최한 화상대담에서, 북한이 외부관객들을 겨냥해 과시하는 무기들이 완벽히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같이 보기: 에이브럼스 사령관 "북한 도발 전조 없어…강행 시 대처할 다양한 화살 아주 많아"

[녹취 : 에이브럼스 사령관] “We should take what we saw the images. We ought to be careful and assuming that all of those are fully capable systems. We should not fall into that trap…It would not surprise me if we learn later on that some of the systems that we saw were mirror facades out of aspirations of something that they would like to fully develop…”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북한이 과시한 새로운 무기체계 가운데 일부가 향후에 역량을 흉내내기 위한 가짜로 판명되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완벽히 개발하길 원하는 열망과 실제 역량은 구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또 지난 10일 하원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북한이 8차 당대회 열병식에서 선보인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 실제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검증되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 에이브럼스 사령관 하원 군사위 사전제출 답변서 바로가기

버나드 샴포 전 주한미8군사령관은 26일 VOA에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대북 군사력 평가를 전적으로 신뢰한다며, 기밀정보의 접근 허가수준이 다른 어떤 민간기관이나 보도매체와는 견줄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샴포 전 사령관 “북한 군사력 외부평가, 대부분 추측 기반”

샴포 전 사령관은 북한의 구체적인 군사 역량 진전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가겠다며, 다만 자신의 재직시절을 돌이켜 볼 때, “많은 경우 북한의 군사력에 대한 외부 평가는 추측에 기반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 샴포 전 사령관] “My view is that a lot of it is speculation and it could be calculated speculation, but it's speculation. And I've always felt that anytime North Korea tests a capability, that they run the risk of demonstrating failure. So I've always believed there's a calculation within North Koreans to think, 'What do we test to enhance our position? And what in doing, so what do we risk?'…”

북한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지난 10월 자정을 기해 열린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신형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보이는 무기가 등장했다.

샴포 전 사령관은 때론 이런 추측이 북한의 계산에 따른 유도된 추측일 때도 있다며, 그러나 자신은 항상 북한이 무기역량을 과시하기 전에 ‘실패’ 가능성에 따른 파급효과도 셈법에 넣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무기역량 일변도 평가는 근시안적”

한미연합사 작전참모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근시안적으로 군사역량 증진 추이만 놓고 분석하는 것은 북한의 총체적 상황을 진단하는데 장애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 맥스웰 선임연구원] “While we have to be focused on their military capabilities, their missile capabilities, their situation in North Korea is complex because of the entire spectrum of its military capabilities… It poses a very complex problem and you cannot look at any one aspect of that in a vacuum….”

특히 북한의 핵, 재래식, 사이버 등을 망라한 전방위 분야의 국방투자를 강조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정책은 북한 주민의 희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야기되는 군부 내 균열, 사회 불안정성 등을 모두 종합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미국의 미사일 전문가들은 대북 제재와 북한의 경제 사정을 고려해 최근 선보인 일부 무기체계에 러시아 등의 외부지원이 있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브루스 베넷 “외부지원 가능성 불구 실전배치는 또 다른 도전”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고위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그와 같은 외부지원이 북한의 무기역량 진전에 상당한 도움을 줬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 베넷 선임연구원] “So there are limitations in a development for North Korea where even if they know what they need to do, if they can't get the electronic components or the test equipment or whatever which the US is trying to deny them access to, then that's going to slow them down”

베넷 선임연구원은 다만 이 같은 외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주장하는 새로운 역량의 완벽한 실전배치는 어려운 과제라며, 대량생산을 위한 핵심소재 확보는 미국의 제재 노력 때문에 쉽지 않는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VOA 뉴스 김동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