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문답] 미 양당 대북 정강...민주 '위협 제한', 공화 'CVID' 방점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공개한 정강정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올해 양당 정강에 담긴 대북정책과 대외정책을 이조은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민주당이 전당대회 둘째 날인 18일 정강정책을 채택했는데요. 대북정책에서 공화당과 어떻게 다른가요?

기자) 민주당은 북한과의 ‘외교’를 통한 북 핵 프로그램’과 위협의 ‘제한과 억제’, 그리고 ‘동맹국과의 외교적 공조’를 통한 북한의 비핵화 달성에 방점을 뒀습니다. 북한의 비핵화는 ‘장기적 목표’라고 명시한 점도 눈에 띕니다. 또 북한 주민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을 지지하고 북한 정권에 인권 유린 행위의 중단을 압박할 것이라는 점도 정강에 담았습니다. 민주당과 달리 공화당 정강에는 북한과의 ‘외교’를 통한 북 핵 문제 대응, 인도적 지원을 지지한다는 문구가 없습니다.

진행자) 그럼 공화당 정강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나요?

기자) 공화당은 다음주 전당대회에서 정강을 채택할 방침인데요. 북한 문제에 대한 강경기조를 담았습니다. “북한의 핵 확산 활동에 대한 완전한 신고와, 핵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 즉 CVID를 계속 요구할 것이라는 겁니다. 북 핵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 강화를 촉구한 대목도 눈에 띕니다. 아울러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강조하며, 동맹국은 물론 파트너들과 함께“북한 주민들을 위한 인권 확립을 고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북한의 전자기파, 즉 EMP 위협에 대해 미국의 전력망 등을 붕괴시킬 수 있다며, “더 이상 이론상의 우려가 아니라 진정한 위협”이라고 명시했는데요. 민주당 정강에는 전혀 없는 내용입니다.

진행자) 북한에 대한 정책은 미국의 대외정책 기조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기도 하는데요. 대외정책은 양당이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기자) 민주당은 전반적으로 ‘미국의 리더십 복원’과 ‘동맹 재건’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관계를 훼손했다고 주장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와 독일, 한국 등 동맹국과의 관계를 재건하겠다는 구체적 약속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관련해서는 한반도 핵 위기 와중에 한국의 동맹 분담금을 대폭 늘리기 위해 동맹인 한국은 ‘갈취’하려고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공화당은 ‘위대한 미국의 부활’과 ‘미국 예외주의’를 큰 주제로 한 4년 전의 대외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나토 등 기존의 동맹관계를 재편하고, 동맹국들이 기여를 대폭 늘릴 것을 요구하는 등 미국의 대외 개입을 줄이겠다는 입장입니다.

진행자) 공화당의 이런 기조는 결국 대북정책에도 일부 반영된 것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공화당은 ‘미국의 재부상’이라는 항목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편에서 한반도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미국은 한국, 일본, 호주, 필리핀 등 환태평양 지역 국가들과 경제, 군사 문화적으로 긴밀히 묶여 있다면서도, 이들 나라와 함께 북한 인권 문제를 다뤄나가겠다고 밝힌 겁니다.

진행자) 중국에 대한 정책 기조는 어떻게 다른가요?

기자) 두 당 모두 중국에 대해서는 사실상 강경한 대응 방침을 밝혔습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군의 위협에 맞서고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며, 타이완관계법을 지원하고 홍콩에 대한 중국의 인권 탄압에 미국 법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진행자) 이란 등 중동에 대한 입장은 상당히 대조적인지요?

기자) 맞습니다.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 탈퇴한 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즉 이란 핵 합의에 복귀하고 예멘 내전 개입도 중단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이스라엘 편향적인’ 중동 평화구상에 반대하고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정강에 담았습니다.

진행자) 공화당은 2016년 채택된 정강과 동일한 내용을 채택할 방침이라고 했는데요. 4년 전과 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나요?

기자) 공화당의 이번 정강이 현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입니다. 다만, 정강정책이 대통령의 정책으로 꼭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북한의 경우, 4년 전 공화당의 강경 대북 기조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2017년 취임 초 북한과 이른바 ‘화염과 분노’ 국면이 있었지만, 이후 북한과 ‘톱 다운’ 방식의 정상외교를 진행했습니다. 과거 바락 오바마 대통령도 2008년 대선 후보 시절 북한과의 직접 외교를 강조하고, 이런 입장은 당시 민주당 정강에도 반영됐습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초반 의지와 달리 `전략적 인내’로 일관했습니다.

진행자) 결국 정강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의미군요?

기자) 네. 각 정당이 4년마다 치러지는 대선을 앞두고 마련하기 때문에 지지층 결집 혹은 확대를 위한 상징적 의미가 큽니다. 또 논란이 될 만한 요소는 피하기 위해 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보다, 광범위한 방향을 설정하는 선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강위원회가 마련한 정강정책은 각 주의 대의원들에게 보내지고,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과 동일하게 투표를 통해 채택됩니다. 민주당의 경우 올해 정강위원회는 정치인과 전문가, 노조 대표 등 15명으로 구성됐고, 진보 진영의 결집을 위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측 인사들도 적극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대외 정책에서 진보 진영의 구상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입니다. 공화당이 올해도 채택할 예정인 정강이 작성된 2016년 정강위원장은 당시 공화당전국위원회 위원장이었던 라인스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이 맡고 있었습니다.

이조은 기자와 함께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강정책에 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