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사태 속에서도 한국전 참전 미군의 신원 확인 작업이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미 국방 당국이 밝혔습니다.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실종자실종자 확인국(DPAA)’의 한국계 미국인 인류학자 제니 진 박사는 1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비상 계획에 따라 유해 감식과 서류 검증 작업을 효율적으로 분리해 신원 확인 속도를 높였다고 말했습니다. DPAA에서 한국전 참전 미군 유해 감식을 전담하고 있는 진 박사는 2018년 7월 북한으로부터 상자 55개 분량의 미군 유해를 돌려받을 당시 북한과의 송환 협상에 참여했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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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미 정부 여러 부처가 영향을 받고 있는데 DPAA는 어떻습니까? 미군 유해 감식 절차나 작업 시간과 관련해 변화가 있나요?
제니 진 박사) 저희도 지지난 주부터 재택근무 절반, 출근 절반, 이런 식으로 하다가요. 지난주 화요일부터는 100% 재택근무로 전환한 상태입니다.
기자)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해서 연구실 출입을 자제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면 아무래도 업무 연속성이나 감식 속도 면에서 좀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까요?
제니 진 박사) 그렇게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왜냐하면 저희가 감식을 하기 위해서는 유해를 봐야 하기 때문에 유해를 볼 수 없으면 감식속도가 떨어지지 않느냐, 이런 우려를 하시는 데요. 저희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초기에 미리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유해를 직접 보고 해야 하는 일들을 우선 순위로 다 처리해 놨습니다. 현재 재택근무를 하면서는, 그 이후에 여러 과정이 있거든요, 신원 확인을 할 때 뼈를 보는 게 기본이 되지만 그 이후에 리포트를 작성해야 하고 여러 가지 해야 할 일이 있는데 그런 부분들은 재택근무로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별 지장 없이 잘 진행 중입니다.
기자) 재택근무 체제가 됐어도 신원확인 효율성이나 속도는 떨어지지 않았다는 말씀인가요?
제니 진 박사) 오히려 재택근무를 하면서 밀린 서류 확인까지 한꺼번에 죽 다 할 수 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지금 효율이 더 증가해서요. 그동안 밀렸던 신원 확인까지 많이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기자) 유해 신원 확인 프로젝트별로 성과를 좀 알아보겠습니다. 아무래도 2018년 중반 북한에서 송환된 6.25 참전 미군 유해 55구에 가장 관심이 가는데요. 송환된 지 벌써 1년 반이 지나서, 그동안 몇 명의 신원이 확인됐는지 궁금하네요.
제니 진 박사) 네, 그동안 총 44분의 신원이 확인됐습니다. 이 숫자는 작년 11월 숫자와 변함이 없어요. 저희가 신원 확인을 열심히 안 해서 그런 게 아니라 일단 처음에 신원확인 나간 분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신원 확인이 훨씬 쉬웠던 분들입니다. 그런 분들 먼저 신원 확인을 다 한 다음에 조금 더 복잡하고 어려운 케이스들을 저희가 지금 준비하고 있는 데요. 그래서 그 부분들도 어느 정도 마무리가 돼서 몇 달 안에 55개 상자 안에서 온 유해 중에서 많은 신원 확인이 될 것 같습니다.
기자) 유해 55상자가 돌아왔다고 해서 그게 반드시 55명의 유해라는 뜻은 아니죠?
제니 진 박사) 네, 아닙니다. 저희가 2018년 여름에 원산에서 유해를 돌려받을 때 그 당시 북한군들이 저희에게도 그렇게 얘기했어요. 55개 상자이지만 반드시 55명이 있는지 아닌지는 확실하지 않다고요. 저희가 기존에 1990년대 송환받았던 유해들을 바탕으로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입니다.
기자) 그 이전에 북한에서 받은 유해들도 있지 않습니까? 한 사람의 뼈가 아닐뿐더러 이 지역 저 지역에 흩어진 뼈를 섞어서 1구로 넘기고 해서 좀 이상하다, 이런 대화를 박사님과 나눈 기억이 있어서요.
제니 진 박사) 저희가 90년대에 북한에서 유해를 받았을 때 1상자마다 유해가 어디에서 왔다, 이런 표시를 항상 해 줬어요. 이후 저희가 1996년부터 2005년까지 직접 북한에 들어가서 발굴을 했는데요. 이렇게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서 저희 기관으로 들어오는 미군 유해들이 여러 군데로 나뉘어 섞여 있는 경우를 많이 발견했습니다. 이미 북한에서 90년대에 저희에게 송환한 유해들과 같은 사람의 유해가 여러 지역에 흩어져서 묻혀있는 경우를 저희가 확인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감식이 더 복잡해졌죠. 여러 정황적 증거나 인류학적 증거를 통해 봤을 때 분명히 한 사람의 유해가 맞는데, 예를 들어 다리뼈와 팔뼈가 100km 이상 떨어진 지점에서 발견된다든지 이런 일들이 종종 생겼어요. 그러다 보니까 감식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기자) (1990년대 송환된 유해의 경우) 다른 전투에 참전한 미군의 뼈가 함께 섞여 있었다면 그 이유는 뭘까요?
제니 진 박사) 제가 추정해 보기로는 유해 상태로 봤을 때, 전쟁 이후로 계속 그 자리에 있던 유해를 저희가 발굴한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유해가 어디엔가 묻혀 있다가 다른 지점으로 이동했다는 증거가 있는 경우에는, 저희 생각에는 아마 (북한이) 어딘가에 유해들을 한곳에 보관하고 있다가 저희가 발굴을 나갔을 때 혹은 유해를 송환해야 할 때 북한에서 그쪽에 다시 묻었을 수도 있고 그 유해의 일부를 저희에게 송환했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 과정에서 유해들이 섞이지 않았나 추정을 해봅니다.
기자) 그런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지금까지 수십 년째 벌이고 있는 한국전 참전 미군 유해 신원 확인 작업을 전부 통계 낸다면 몇 명의 성과를 냈습니까?
제니 진 박사) 저희가 전쟁 후에 실종됐던 분들 지금까지 신원확인은 총 558명이 됐습니다.
기자) 진 박사님 하면 원래 ‘K208’로 불리는 프로젝트가 가장 먼저 떠오르거든요. 그러니까 북한이 1990년대 유해를 208개 상자에 담아 미국에 전달하면서 시작된 감식 프로젝트를 상당히 오랫동안 주도하셨잖아요. 그 프로젝트는 이제 마무리됐습니까?
제니 진 박사) 이제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아직 끝나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완전히 끝나는 날이 올지는 잘 모르겠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신원 확인을 못 하고 있는 유해들이 그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30년 전에 받은 유해이지만 신원 확인이 안 된 유해들을 모아보면 208개 상자 중에서 100상자 정도 남았거든요. 그 안에 있는 유해들은 DNA 추출이 어려운 뼈들이나 아니면 DNA 결과는 나왔지만 유가족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지금까지 신원 확인을 못 한 분들이 있는 데요. 저희가 그런 경우에는 포기하지 않고 유가족을 찾아야 하는 경우는 계속해서 찾고 있고요. DNA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경우에는 다시 검사를 의뢰하는 식으로 계속 진행 중입니다. 그러나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고 보시면 되죠.
기자) ‘K208’ 처음 시작된 게 2011년, 벌써 9년 전이 됐네요. 이미 그때도 DNA 유전자 정보를 이용한 감식 기법 활용으로 속도를 높였다는 설명을 들었었는데, 이후에도 기술 진전이 계속 이뤄져 왔죠?
제니 진 박사) 그렇죠. 기술 진전 측면에서는 일단 DNA 기술이 많이 발전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되겠고요. 범죄 현장 등에서 쓰이는 DNA 기술은 굉장히 좋아요. 쓰기도 편하고. 살아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니까. 하지만 저희는 70년 이상 된 유해들을 다루다 보니까 DNA를 추출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렵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DNA 기술이 계속 발달해서 신원 확인의 속도를 계속 높이고 있고요. 숫자를 보시면, 저희가 558구 신원을 확인했다고 말씀드렸는데 그중에서 364구가 2012년 이후에 신원 확인이 된 분들이세요. 65%가 2012년 이후에 신원이 확인된 건데 속도가 갑자기 빨라졌다는 이야기죠. 그렇게 된 데는 유전자 분석 기법의 발달도 있고, 저희 내부적으로 이것을 좀 더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운영하는 점, 그리고 유가족 시료를 좀 더 많이 확보했다는 것, 그런 여러 가지 요소들이 함께 작용해서 저희가 신원 확인 속도를 좀 더 높일 수 있었습니다.
기자) 미-북 대화가 이뤄질 때마다 미군 유해 추가 송환 문제가 거론되는데, 지금 두 나라 관계나 대화가 여의치 않기 때문에 추가 발굴 가능성이나 이를 위한 미-북 당국 간의 논의는 진행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제니 진 박사)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제가 알기로는 저희가 여러 번 연락했지만 북한 측에서 답이 없다, 이렇게 들었습니다.
아웃트로: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의 제니 진 박사로부터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속에서도 지속하고 있는 한국전 참전 미군 유해의 신원 확인 작업과 성과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