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가죽 코트와 털 달린 코트 등 눈에 띄는 옷차림으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선대인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 노선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택성 기자입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지난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광명성절을 맞아 김정은 위원장이 김일성과 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평양의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 TV(지난 16일)]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위대한 령동자 김정일 동지의 립상에 경외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드리는 꽃바구니가 진정됐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22일 만에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공개된 사진에서는 특히 김 위원장의 복장이 관심을 끌었습니다.
지난 2017년과 2018년 광명성절에 각각 검정색 정장과 인민복을 착용한 것과 달리, 무릎 밑까지 덮는 검정색 가죽 코트를 입고 등장한 겁니다.
김 위원장은 올해 첫 현지 지도로 비료공장을 방문했을 때도 같은 옷을 입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선대, 특히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옷차림을 따라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김 주석이 입던 하얀색 정장에 뿔테 안경을 쓰고 당 전원회의 단상에 오르는가 하면, 지난해 러시아 방문 때는 검은색 코트에 검정색 중절모까지 써 김일성 주석의 ‘판박이’ 같은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탈북자 출신인 세계북한연구센터의 안찬일 소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김일성 따라하기’가 다분히 의도적인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녹취: 안 소장] “김정은이 김일성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나타남으로써 김정은을 믿고 따르면 다시 그런 부흥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입니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옷차림은 지난해부터 특이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참관할 때 가죽 코트를 입고 나왔고, 이후 다음달 백두산을 방문할 때도 같은 의상으로 등장했습니다. 비단 가죽 코트뿐이 아닙니다.
지난해 11월 창린도 방어대를 방문할 당시에는 거의 발목까지 내려오는 아이보리색 롱코트를 착용했고, 12월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를 시찰할 때는 털이 달린 갈색 롱코트를 입고 등장하는 등 옷차림이 점점 화려해졌습니다.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옷차림을 전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 겁니다.
일부 한국 언론은 김 위원장의 옷차림이 “금강산 관광 문제와 관련해 윗세대를 비판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김정은표 이미지’ 등 최대한 자신 만의 독자적인 모습과 영역을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 한국학센터의 세르게이 쿠르바노프 교수는 북한에서는 옷차림과 같은 것들이 모두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쿠르바노프 교수] “북한이라는 사회는 뭔가 항상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항상 북한은 배경이나 초상화, 생김새, 옷차림이 의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옷차림을 통한 메시지 전달은 북한 만의 상황은 아닙니다.
지난 2018년 한국을 방문한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검은색 가죽 자켓으로 눈길을 끌었는데, 부패를 척결할 강력한 지도자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는 오랜 시간 동안 군복을 착용하면서 자신의 권위를 부각시켰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서구 문화권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철의 여인’으로 불린 영국의 마가렛 대처 총리가 대표적인데, 대처 총리는 분신과도 같이 항상 ‘브로치’를 가슴에 달아 강인하면서도 세련된 이미지를 부각시켰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VOA뉴스 오택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