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동서남북] 돌아온 김정은, 미북대화 재개 조짐 안 보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순천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 중병설과 사망설에 휩싸였던 김 위원장이 20일 만에 공개활동을 재개했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만에 공개 활동을 재개하며 국정에 복귀했습니다. 장기 교착 상태에 있는 미국과 북한 간 대화 재개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건강 이상설에 휩싸였던 김정은 위원장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자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터넷 트위터에 “(김 위원장이) 건강하게 돌아온 것을 보게 돼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참석한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미 국무부에서 한국과 일본을 담당하는 마크 내퍼 부차관보는 5일 미국은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있으며 북한과 다시 마주 앉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내퍼 부차관보] “As far as the United States is concerned we remain open to diplomacy, regardless of whatever conclusions Pyongyang has drawn. The door to diplomacy remains open.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이 국정에 복귀하고 미국이 이를 환영했다고 해서 미-북 대화가 재개될 것으로 전망하는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는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미-북 관계는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까지 현재의 교착 상태가 계속될 것이라고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인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익연구소(CNI) 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카지아니스 국장]”I don’t see really any viable path way...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신문도 김정은 위원장이 3주 만에 다시 등장한 것은 미-북 교착 상황을 재확인 한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워싱턴 한반도 전문가들이 향후 6개월 간 미-북 관계가 큰 변화없이 교착 국면이 계속될 것으로 보는 이유는 크게 3가지입니다.

우선, 미-북 관계의 핵심 쟁점인 비핵화와 제재 해제를 둘러싼 양국의 견해 차가 워낙 크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북한은 대화가 재개되려면 미국이 먼저 제재 해제를 약속하라는 입장입니다. 또 북한은 석탄 등 핵심 제재 해제와 미국으로부터의 안전보장과 경제 지원을 바라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 상황을 오래 관찰해온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제재가 풀리지 않으면 북한은 결코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North Korea interested one thing only that’s sanction relief..”

북한은 미-한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 한국 내 첨단무기 배치 중단 등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은 북한에 핵과 미사일 개발 동결과 영변 핵 시설과 다른 비밀 핵 시설의 폐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백악관을 자주 방문하는 카지아니스 국장은 트럼프 행정부도 북한이 비핵화에서 양보하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카지아니스 국장] ”Unless either Kim Jung-un willing to completely give up nuclear weapon..”

미국은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요구하는 반면 북한은 ‘선 제재 해제, 후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어 양국이 접점을 찾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또 다른 이유는 미국의 정치 상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선을 9개월가량 앞둔 3월 1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지금까지 125만여 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사망자도 7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민 3천300만 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는 등 경제 전반이 크게 악화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긍정적인 언급을 하더라도 외교 협상에 나서기는 힘들 것이라고, 래리 닉시 한미연구소(ICAS)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녹취: 래리 닉시 박사]”He will continue say nice thing on Kim Jung-un because..”

게다가 코로나 사태는 미국과 중국 관계를 사실상 ‘신냉전’ 상태로 만들었습니다. 현재 두 나라는 ‘ 코로나’ ‘무역’ ‘남중국해’ ‘타이완’ 등 다양한 현안을 둘러싸고 사사건건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미-중 대립은 꽉 막힌 미-북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북한 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사태가 풀리려면 미-중 양국이 힘을 합쳐야 하는데 지금은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라고,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말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We can make progress with North Korea, but we need to be on the same page with China. But we are clearly not."

특히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미-북 대화 재개를 한층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선거철이 아니라면 미국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기 위해 종전 선언과 소규모 제재 완화 같은 카드를 제시하며 대화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선거전이 시작된 상황에서 이같은 양보에도 당장 야당인 민주당과 언론의 공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카지아니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카지아니스 국장] ”Timing is awful, even if it is small couple million dollar, immediately Democrats call Trump…”

미국의 대통령 선거 상황은 북한의 입장도 어정쩡하게 만들었습니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북한의 구상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한 전략무기로 트럼프 행정부를 압박해 제재 해제를 받아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대선 상황은 평양의 이런 계산을 헝클어 놓았습니다.

만일 북한이 실제로 ICBM을 발사하거나 커다른 도발을 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유일한 외교적 업적을 잃고 재선에 불리한 상황을 맞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북한에 보다 강경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입니다.

그렇게 되면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3년 간 쌓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한층 강경한 민주당 바이든 대통령과 직면하게 된다고, 래리 닉시 한미연구소(ICAS)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녹취: 래리 닉시 박사] “If kim fire ICBM in pacific it will hurt Trump…”

북한은 이런 점을 감안해 3월 2일부터 4월 14일까지 주로 방사포와 순항미사일 같은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흥미로은 점은 백악관이 미-북 관계를 낙관하고 있는 점입니다.

최근 백악관을 방문한 카지아니스 국장은 대화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당국자들이 장기적으로 북한과의 협상이 이뤄지고 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카지아니스 국장] ”White House long term is very optimistic deal can happen with North Korea, working relation with North Korea…”

핵 문제에 코로나바이러스, 그리고 대선까지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서 미-북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