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위 국방 관계자들이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 준비단계에서 무력화하는 전략을 강조하고 나서 주목됩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미사일이 고도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지적합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월러스 그렉슨 전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1일 VOA에 북한의 미사일 수량과 고도화 추세를 고려할 때 미군이 발사 왼편(Left of Launch) 전략을 추진하는 건 자연스럽고 부득이한 자위 셈법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그렉슨 전 차관보] “When faced with a country like North Korea that keeps building and building its missile and its nuclear arsenal, self-defense is going to require more than very, very expensive measures to intercept a weapon after it has been launched….So yeah, this is a natural progression. And it's also fairly inevitable that we're going to go in this direction.”
그렉슨 전 차관보는 현재 미국의 대북 탄도미사일 방어태세는 모두 요격이 어려운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미사일의 수량으로 밀어붙이는 적성국의 셈법에 대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존 하이튼 미 합동참모본부 차장은 적성국에 대한 미사일 방어와 격퇴와 관련해 향후 ‘발사 왼편’에 초점을 둔 종합적인 방어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같이 보기: 미 합참차장 "북한 미사일 계속 진화 중…발사 전 무력화 전략 추진"발사 왼편이란 적성국의 미사일을 발사 전에 무력화시키는 작전개념으로, 발사준비 → 발사 → 상승 → 하강으로 이어지는 비행단계에서 '발사'보다 왼편에 있는 '준비단계'에 대처한다는 의미입니다.
케네스 윌즈바흐 미 태평양공군사령관도 최근 태평양공군은 우방과 사이버, 우주 사령부뿐 아니라 육군, 공군과 함께 발사 왼편 전략이 실현 가능하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그렉슨 전 차관보는 발사 왼편 전략이 만능은 절대 아니라며, 북한은 이미 미사일 발사 준비단계에서 해당 미사일 외에 다른 전력의 추가 보복 태세를 갖추고 있을 가능성이 크며, 자칫 갈등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그렉슨 전 차관보] “It's the country that is on the receiving end of some kind of preventive war quite likely will have the means to retaliate itself. So it's not an absolute, it's not a showstopper in my mind.”
이언 윌리엄스 “대북 억제 강화 취지…예방전쟁 태세전환 의미 아냐”
이언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 방어프로젝트 부국장은 발사 왼편 전략은 갑자기 결정해서 실행에 옮기는 게 아니라 상황인식 태세를 통해 몇 단계 이전에 징후를 파악하는 단계를 반드시 동반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하이튼 차장 발언의 취지는 향후 대북 군사 준비태세를 급격히 예방적 전쟁대비 태세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며, 억제력 강화 차원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윌리엄스 부국장] “I think it's really about deterrence. Deterring conflict. Having the capabilities and the willingness and the ability to prosecute a conflict in a way that an adversary would be denied any benefit… the United States foreign policy community is still very traumatized from that (Post 911). I think that is a strategic blunder. So that kind of a posture is not something that we're going to be returning to anytime soon”
미국의 외교정책 공동체는 아직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예방적 전쟁에 따른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으며, 당장은 그런 방식으로 회귀하기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윌리엄스 부국장은 다만 발사 왼편 전략은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제한된 요격기 수량을 고려할 때 선제공격을 통해 미사일 방어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측면에서는 필요한 정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와 관려해 일본은 단가가 비싼 미사일 방어 요격기를 도입하는 대신 제한적 적 기지 공격 능력을 모색하는 등 선제타격안을 효과적인 방어전략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같이 보기: “일본 이지스어쇼어 도입철회 배경에 북·중 위협 진화...공격역량 확보 명분”또 지난 1월 미 하버드대와 MIT 공동 학술지인 ‘국제안보’에는 한국이 독자적인 재래식 대응군 투자를 급격히 확대하고 있다는 내용의 논문이 실렸습니다.
한국형 3축체계의 명칭만 바뀌었을 뿐 선제타격에 방점을 둔 전략을 중단 없이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 논문은 선제타격에 기반한 억제전략은 당장은 효과적일 수 있지만 북한의 도발 결정셈법을 기존보다 빠르게 단축시킴으로써 오판으로 이어지는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같이 보기: MIT-하버드 저널 "한국군, 재래식 보복 역량 고도화…지도부 타격 개념도 승계"“한-일 선제타격 역량 강화…역내 불안정 증대 요소”
윌리엄스 부국장은 지나치게 선제타격에 초점을 두는 전략은 더 이상 최초의 미사일 공격 파도를 기존 요격체계로 방어하는 것만으로 견뎌내지 않겠다는 의지의 반영일 수 있다며, 그러나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는 불안정성과 위험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발사 왼편 전략은 북한처럼 핵 무장을 한 나라에 적용되는 개념을 지칭할 때 사용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넓게 확대하면 미사일 상승단계에서 조기요격 방안까지 포함해 폭발에 따른 방사능 부산물이 적성국의 영토에만 국한되도록 하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Where would you like to shoot down a ballistic missile with a nuclear warhead? You'd like to shoot it down as close to North Korea as possible, so that when the warhead falls to the ground, it falls on North Korea…I got a concern. But my concern is that North Korea is forcing us to do this. And that we ought to be explaining that to China and to the world and to North Korea as well saying, 'you think nuclear weapons are your ultimate salvation? In reality, they're your ultimate doom'.”
브루스 베넷 “부득불 전략…미-한 감시센서 통합 중요”
베넷 선임연구원 역시 미-한-일 세 나라가 선제타격을 염두에 둔 전략으로 미사일 방어전략의 중심을 변화시키는 추세가 불안정성을 높인다는 점에 공감을 나타냈습니다.
그러면서도, 북한의 핵 고도화와 대량살상무기 개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베넷 선임연구원은 발사 준비단계에 대한 선제타격 셈법은 각국이 다를 수 있다며, 미-한 연합군 사이에 감지센서 통합이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양국이 실시간 바뀌는 상황에 동일한 위협인식을 공유해 오판을 막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렉슨 전 차관보는 미국은 지금까지 북한의 도발과 관련해 예방전쟁에 대한 유혹을 잘 견디며 절제된 대응을 취했다며, 오히려 한국이나 일본이 대내적 지지율 때문에 선제타격으로 무게가 실릴 가능성을 더 우려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오판을 막기 위해서도 미-한-일 삼각공조 체제가 항상 긴밀히 유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김동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