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 "미국 중·단거리미사일 한국 배치하면 대응 불가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러시아는 미국이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중∙단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경우, 이에 대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미 국방부는 “미래의 작전에 대해서는 추측이나 언급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김시영 기자입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0일,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중∙단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경우, 이에 대응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러시아 타스 통신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국영 언론매체 ‘로시스카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중∙단거리 미사일 배치를 계획해 왔으며, 이런 맥락에서 일본과 한국이 거론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한국과 일본) 두 나라는 그런 미사일을 배치할 계획이 없다고 했지만, 미국이 정말로 미사일을 배치하기를 원한다면,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한국과 일본에 미사일들이 배치되면 러시아 영토 전체가 사정권에 들어간다며 “우리는 자연히 (미사일 배치에) 대응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미 국방부의 데이비드 이스트번 대변인은 10일, 라브로프 장관의 발언에 대한 입장과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중거리미사일 배치 계획을 묻는 VOA의 질문에, “미래의 작전에 대해 추측하거나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8월2일, 1986년에 구 소련과 맺었던, 사거리 500km에서 5천500km의 지상 발사 미사일 금지를 골자로 하는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서 탈퇴했습니다.

그동안 미국은 중거리핵전력조약으로 아시아에 중거리미사일을 배치하지 않는 동안 중국은 중거리미사일 등을 개발해 배치해왔다고 불평했습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미국이 조약에서 탈퇴한 다음 날 지상배치형 중거리 미사일의 아시아 배치를 고려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가능하면 수 개월 내에 아시아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일본과 호주, 한국 등 후보지로 거론됐던 국가들이 이를 부인하자, 에스퍼 장관은 “우리는 그 단계로부터 꽤 멀리 떨어져 있다”며, 최적의 장소가 어디인지 동맹국들과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존 볼튼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지난해 8월, 미국의 아시아 지역 중거리 미사일 배치 계획은 한국과 일본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이 아시아 주둔 미군을 겨냥한 대규모 무기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미사일 배치 계획은 “한국과 일본 그밖에 어느 곳에라도 있는 동맹을 방어하는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데이비드 헬비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지난달 7일, 미국이 중거리핵전력 조약에서 탈퇴한 이후의 환경을 동맹에 어떻게 적용할 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헬비 수석부차관보] “And we have to consider how we will adapt the alliance to a Post INF Environment. Now at some point in the future will be developed this capability that the United States will look to deploy these assets in the Indo-Pacific region.”

미국은 미래의 어느 시점에 중거리 미사일 능력을 개발하면 인도 태평양 지역에 이 자산을 배치하는 것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미 국방부는 INF 조약 탈퇴 뒤인 지난해 8월 중거리 순항미사일 실험을 실시했고, 지난해 12월에는 중거리 지상발사형 탄도미사일에 대한 시험발사를 실시했습니다.

추궈훙 당시 주한 중국대사는 지난해11월 미국의 중거리미사일 한반도 배치 가능성 대해, “미국이 한국 본토에 중국을 겨냥하는 전략적 무기를 배치한다면 어떤 후과를 초래할지에 대해서는 여러분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미국 중거리 미사일의 한국 배치 가능성이 거론됐던 지난해 8월 “우리 정부는 관련 논의를 한 적도 없고 검토한 적도 없다”며 “앞으로 계획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VOA뉴스 김시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