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문가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대해 북한이 어떻게 호응할지 기다려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추가 유인책을 더 모색할 때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남북 협력을 지지한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서는 신중한 견해를 밝혔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전직 관리들을 비롯한 미국의 전문가들은 미-북 협상 재개 여부와 관련해 ‘공이 북한에 있다’고 공통적으로 진단했습니다.
북한을 협상장으로 데려오기 위해 미국과 한국이 유인책 등 추가 조치를 모색할 때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1994년 북 핵 1차 위기 당시 미-북 제네바 기본합의의 주역인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는 24일 VOA에 “지금 막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가 완료됐고, 동맹들 간 정상회담도 열렸다”며 “이제 북한이 실무회담에 호응하고 나올 때이지 미국과 한국이 더 이상의 유인책을 제시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특사] “We’ve just had both the U.S. policy review, we’ve had a summit between the allies. I think it’s time really for the North to agree to have a working-level meeting. I don’t think we need to do any more enticement. I don’t see the need for, for example a reduction in sanctions or anything right now”
갈루치 전 특사는 “지금 당장 (대북) 제재 완화와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도 못 느낀다”며 이제 미-북 두 나라의 전문가들이 마주 앉는 것에 합의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2005년에서 2008년 북 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협상장에 나오는 것은 북한 스스로에 달린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미-한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을 협상장으로 데려오기 위해 제재를 완화하자는 신호는 없었다”고 분석했습니다.
1990년대 제네바 핵 협상과 미사일 협상 등에 나섰던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도 “이 시점에는 결정이 진짜 북한에 달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아인혼 전 특보] “In terms of what the U.S. and S Korea can do, I don’t know at this stage whether it would be helpful to reach out directly to the North the U.S. has been reaching out to them periodically but without much success.”
아인혼 전 특보는 “이 시점에 미국과 한국이 북한에 직접 손을 내미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없다”며 “미국이 정기적으로 북한에 다가갔지만 성과가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오히려 지금은 중국이 북한에 대해 협상장으로 돌아가도록 권고하면 긍정적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겁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도 “지금까지 미국과 한국은 계속해서 북한에 관여하고 외교적 해법을 찾기 위한 의지를 보여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선임연구원] “The U.S. and certainly S Korea have demonstrated a continued willingness to engage and to conduct diplomacy. But it is N Korea and Kim Jong Un that has chosen not to. So I don’t think you’re going to see the administration give concessions or try to entice Kim Jong Un to come to the negotiating table.”
맥스웰 연구원은 “그 제안을 선택하지 않은 것은 김정은과 북한"이라며, "바이든 정부가 북한을 협상장으로 데려오기 위해 양보하거나 유인책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남북 협력 지지 표명... “급격한 변화 없을 수도”
한편, 미-한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싱가포르 공동선언뿐 아니라 판문점 선언 계승을 재확인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남북 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데 대해 미국 전문가들은 신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갈루치 전 특사는 “한국이 독자 행동을 시작하도록 미국이 더 유연성을 주겠다는 징후를 공동성명에서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전해 들은 바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특사] “I could not tell from the joint statement whether the U.S. was interested in providing any more flexibility on the part for the S Koreans to initiate its own move… I didn’t hear anything specifically.”
아인혼 전 특보는 “바이든 정부 당국자들이 남북 협력에 대해 더 전향적으로 나오도록 문재인 정부가 몇 달 동안 압박했다”며 “바이든 팀의 공식 발언은 문 정부에 기쁜 소식이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아인혼 전 특보] “But where this leads I’m not sure. My guess is that in private, the Biden administration reiterated its view that inter-Korean relations should not get very far ahead of progress on the nuclear issue.”
아인혼 전 특보는 다만 이런 공개 발언이 가시적인 진전으로 이어질지 모르겠다며, “비공개 자리에서는 남북관계 속도가 비핵화 진전 보다 너무 앞서 가면 안 된다는 점을 바이든 정부가 강조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추이를 봐야 하겠지만 미국의 접근법에 급격한 변화가 없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남북대화 지지를 표명하는 동시에 대북 제재 완화 의사가 없다는 점도 동시에 밝혔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테리 선임연구원] “However, President Biden also said there’s not going to be sanctions relief. So that’s going to be the challenge. How does President Moon go about engaging with N Korea in a way that does not violate the sanctions regime? I think in real terms, practical terms, this is something that’s going to be very difficult to do.”
테리 연구원은 “문 대통령이 대북 제재를 위반하지 않으면서 북한에 관여하는 방법을 찾는 것은 실질적인 의미에서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바이든 정부가 남북대화를 지지한 것이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대규모 기반시설 사업에 대한 청신호는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North Korea has rejected President Moon’s repeated efforts at engagement... So he’s done seemingly everything he could without violating sanctions to try to gain north Korea’s trust or resume of negotiations but it’s all been a failure.”
클링너 연구원은 “문 대통령의 거듭된 관여 노력을 북한이 다 거부했다”며 “문 대통령은 북한의 신뢰를 얻고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제재 위반을 제외하고는 모든 노력을 기울였지만 다 실패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차관보는 “바이든 대통령은 매우 유능한 정치인으로서 한국의 대북 접근법이 미국과 다르다는 것을 이해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Joe Biden is a very skilled statesman who understands that S Korea has some differences in how it approaches N Korea than we do.”
힐 전 차관보는 따라서 미국의 전임 정부 때와 비교해 “한국이 미국과 (남북 협력을 두고) 의견차이가 심할 것으로 큰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 진지한 대화의사 전해야”
토마스 컨트리맨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차관대행은 정상회담 이후 다음 단계에 대해 “한국과 미국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며 북한과 진지한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컨트리맨 전 차관대행] “To bring North Korea back to the table, I think requires Seoul and Washington to speak with one voice to say we are prepared for serious dialogue, but we won’t do the dialogue in the press. We’ll do it at the negotiating table. We hope we can begin those negotiations soon, that’s the next step.”
컨트리맨 전 차관대행은 “다만 언론을 통해 협상을 하지는 않을 것이며, 협상장에서 조만간 만나길 원한다는 것을 북한에 알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미-한 정상회담 결과를 자세히 알 수 있는 방법은 미국과 한국과의 대화에 나서는 방법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테리 연구원은 북한의 회담 복귀 전망과 관련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변수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당장 나서는 것을 코로나 상황이 막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녹취: 테리 선임연구원] “Added complication is they’re very paranoid about COVID which hinders engaging with Americans until they could also very well decide to dial up pressure so that they would increase leverage when they come back to the talks.”
테리 연구원은 따라서 북한이 남은 시간 동안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으며, 시험발사 등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클링너 연구원도 북한이 미국이나 한국 새 정부의 첫 1년 임기 동안 도발에 나서곤 한다며,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시험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