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리룡남 주중대사 임명..."북중 경제협력 강화 의지"

지난 2018년 8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리룡남 당시 북한 부총리(오른쪽)가 이낙연 한국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북한이 중국 주재 대사로 무역 전문가인 리룡남 부총리를 임명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새로운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고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19일 신임 중국 주재 대사로 리룡남 내각 부총리를 임명했습니다.

리룡남 신임 대사는 2001년 무역성 부상에 이어 2008년 무역상을 지냈고, 2016년 대외경제상을 거쳐 2019년 내각 부총리에 임명돼 북한의 대외경제를 전담했습니다.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때는 재벌총수 등 한국의 경제인 17명을 별도로 만나기도 했습니다.

“중국과 경제협력 강화 의지”... “무역, 관광, 인도주의 지원 등 주목”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고위 경제관료를 주중 대사에 임명한 것은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미 중앙정보국 CIA 출신 수 김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19일 VOA에, 이번 인사는 북한이 처한 경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 연구원] “It just underscores the economic realities in N Korea right now under Covid-19 and subsequent border closures and decline in trade. The population are suffering but also Kim Jong Un is facing dire straits.”

김 연구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스스로 경제정책 실패를 인정했듯이, 코로나와 국경 봉쇄로 인한 무역 감소는 북한 일반 주민들에게도 고통을 주고 있고 김정은도 끔찍한 궁핍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신임 대사를 통해 무역은 물론 여러 분야에서 중국의 지원을 끌어내려 할 것으로, 김 연구원은 전망했습니다.

지난 10월 북한 강원도 원산으로 들어오는 차량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 요원이 통제하고 있다.

[녹취: 김 연구원] “I think the focus of course is going to be on the trade aspect but there’s the security support, the humanitarian support, if possible maybe try implementing changes in places like tourism or the transport of coal as well.”

신임 대사의 중국과의 협력에서 주된 초점은 무역이 되겠지만 안보 지원과 인도주의적 지원도 이끌어내려 노력하고 관광 분야에서 중국의 태도 변화 등을 모색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김 연구원은 막후에서 불법 활동이 확대될 가능성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파워엘리트를 연구하는 정성장 윌슨센터 연구위원 겸 한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VOA에, “지재룡 중국대사 때보다 북-중 경제협력이 보다 체계적으로 강화, 발전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 연구위원] “북-중간 경제협력에 북한이 상당히 큰 역점을 두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고, 가장 중요한 이유는 올해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지 않고는 경제 위기를 돌파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죠.”

정 연구위원도 리 대사가 무역뿐 아니라 다양한 경제협력을 모색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정 연구위원] “기존의 무역도 발전시킬 뿐 아니라 북한이 그동안 관광특구 개발에 상당히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죠. 코로나-19가 진정이 되면 관광객 유치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고요.”

따라서 리룡남 대사는 중국의 전통적인 외교 간부들뿐 아니라 경제엘리트들도 두루 만날 가능성이 크다고 정 연구위원은 말했습니다.

지난달 북한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8차 대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오른쪽에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왼쪽에 조용원 당 비서가 앉아있다.

“김정은 정권 세대교체 중”

이번 주중 대사 교체는 10년차에 들어선 김정은 정권의 세대교체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북한 지도부를 연구하는 미 해군분석센터 CNA 켄 고스 적성국 분석국장은 신임 중국대사가 전문성에 기반해 발탁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I think that a lot of these people being put in place are people that Kim has gotten to know over time, various bureaucrats and experts. We’re now seeing them being seated in critical positions across the panoply of leadership including the diplomatic corps.”

고스 국장은 “김정은이 시간을 두고 알게 된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이 외교 등 지도부의 핵심 보직에 임명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올해 초 8차 노동당 대회를 통해 당 지도부를 새로 구성해 젊고 검증된 인사들로 채웠습니다.

고스 국장은 김 위원장이 현재 관료조직을 재정비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North Korea right now is in the middle of a pause because of COVID and sanctions and everything else. They’re in a situation where they can’t do much of anything. And I think he’s taking this opportunity during this pause to reformulate and normalize the leadership structure in the bureaucracy.”

코로나와 제재로 모든 것이 정지되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을 기회로 삼아 김 위원장이 지도부와 관료 체계를 정상화하고 재구성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고스 국장은 김 위원장이 코로나 사태 등이 해결된 뒤 일상적인 정권 운영뿐 아니라 대외관계도 더 잘 추진할 수 있도록 개편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중국에 폭넓은 인맥”... “경제뿐 아니라 외교도 감안한 인사”

익명을 요구한 고위급 탈북민은 VOA에 리룡남 대사의 장인이 1980년대 중국 주재 북한대사를 지낸 전명수라고 전했습니다.

따라서 처가가 중국통이며 중국과 긴밀히 연결돼 있고, 처남도 중국에 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북한은 정치와 경제가 하나로 결합돼 있다”며 대사를 임명할 때 경제 문제 하나만을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중국 정부에 인맥이 넓은 리 대사를 선택한 것 같다며, 부총리를 대사로 보내는 것은 격을 굉장히 높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탈북민은 또 리 대사는 사고가 유연한 사람이라고 전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