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진단 인터뷰] ② 올브라이트 ISIS 소장 "수소폭탄 확보가 관건…핵공격 표적은 한국"

지난 2016년 1월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북한의 수소탄 핵실험을 축하하는 대규모 군중집회가 열렸다.

북한이 수소폭탄 전 단계인 ‘증폭핵분열탄’ 기술을 갖추고 비밀 핵시설을 계속 운영하면서 북한의 핵 능력을 가늠하기 더욱 어려워졌다고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이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한국에 핵 공격을 가하고 미국이 자국의 안전을 우선시해 신속히 개입하지 못하는 상황을 북 핵 프로그램의 가장 큰 위협으로 꼽았습니다. 두 차례로 기획한 ‘북핵 진단’ 인터뷰, 두 번째 순서로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사찰과 2012년 미-북 간 2.29 합의에 관여했던 올브라이트 소장과의 대담을 전해드립니다.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소장님이 2015년 발표한 북한 핵무기 전망치가 당시 큰 주목을 받았고 지금까지도 인용되고 있습니다. 2020년까지 최소 20개에서 최대 100개의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다는 분석이었는데요. 여전히 유효한 수치입니까?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

올브라이트 소장) 코비드19 방역 기간 동안 미 정부 당국자들과 비공식 화상회의 등을 통해 의미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현 상황이 완화되는 대로 새 보고서를 통해 2015년 당시의 추정치를 갱신할 계획입니다. 북한이 관련 활동을 더욱 은밀하게 진행 중인데, 현재 20~6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는 게 제 분석입니다. 지난 2년 동안 북한 핵 보유량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커졌습니다. 동시에 핵무기 제작 능력은 개선됐고요.

기자) 어떤 불확실성이 커진 건가요?

올브라이트 소장) 북한의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 보유량에 대한 불확실성을 말하는 겁니다. 물론 우리는 플루토늄 보유량에 대해선 상당히 합리적인 추정치를 갖고 있습니다. 핵무기 12개가량을 만들 수 있는 양이죠. 하지만 영변의 경수로가 가동돼 핵무기용 플루토늄을 생산하기 시작하면 이 수치는 급격히 증가할 수 있습니다. 영변에는 15~20MW급 원자로 말고도 아직 가동되지 않는 100MW급 (실험용) 경수로가 있으니까요. 무기급 우라늄에 대해선 여전히 논쟁이 있습니다. 영변 외 다른 지역에 또 하나의 원심분리기 시설이 있는지에 대한 논쟁입니다. 이곳에서 상당량의 무기급 우라늄을 생산 중이라면 아무도 우라늄 폭탄 보유량을 알 수 없게 됩니다. 10~50개 사이에서 그저 짐작만 할 뿐입니다.

기자) 핵폭탄 1개에 핵물질이 얼마나 들어가는지에 대해서도 수치가 조금씩 다르지 않습니까?

올브라이트 소장) 유럽 정보기관들은 북한의 핵폭탄 1개에 4kg 정도의 플루토늄이 들어간다고 평가합니다. 4kg에 다소 못 미칠 수도 있지만 5kg이나 6kg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라늄의 경우엔 핵폭탄 1개에 15Kg, 혹은 20kg이나 25kg이 들어가는지 분명치 않습니다. 북한이 무엇을 달성하려고 하는지 확실하지 않으니까요. 최소량의 우라늄만 사용하려 한다면 15kg으로도 핵무기 1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상당한 폭발력을 갖춘 작동 가능한 핵무기를 만들고자 한다면 20kg 이상이 필요하고요. 이처럼 전체 핵물질 양과 핵무기 1개당 투입량의 불확실성 때문에 북한이 20~60 혹은 20~70개의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비정상적인 범위처럼 보이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겁니다.

기자) 북한 핵기술이 진전되면 핵물질 투입량도 달라질 수 있습니까?

올브라이트 소장) 북한의 한 핵실험은 폭발력이 150kt이나 200kt, 혹은 250kt에 달한다는 관측도 있었습니다. 이런 실험을 하려면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 아마 북한에 가용한 것은 ‘1단계 수소폭탄(single-stage thermonuclear weapon)’ 입니다. 기밀 해제된 문서에 따르면 영국이 1950년대에 이런 실험을 했는데, 플루토늄 4kg과 무기급 우라늄 100kg을 한데 투입해 폭발력을 300kt으로 키우는 방식입니다. 또한, 북한이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2단계 수소폭탄(two-state thermonuclear weapon)’ 기술도 있습니다. 이런 역량에 도달하면 1단계에 플루토늄 4kg, 2단계에는 무기급 우라늄 15~30kg만 넣으면 됩니다. 북한은 자신들이 ‘2단계 수소폭탄’을 제작 중이며, 따라서 그렇게 많은 양의 무기급 우라늄이 필요 없다고 외부에서 믿게 만들고 싶어 합니다.

기자) 그러니까 북한이 추구하는 핵무기 종류에 따라 개수도 완전히 다른 수치가 나올 수 있겠군요.

올브라이트 소장) 만약 북한이 ‘1단계 수소폭탄’을 원한다면 훨씬 많은 양의 무기급 우라늄이 필요합니다. 핵무기 1개에 25kg이 아니라 100kg의 무기급 우라늄을 집어넣어야 하니까요. 이렇게 4~5배의 무기급 우라늄이 투입될 경우 북한의 핵무기 개수는 20~30개로 떨어집니다. 북한 핵 보유량에 엄청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일각에서 북한 핵 보유량 범위를 30~40개 사이로 단정하는 것은 아마도 북한이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 분석일 겁니다. 따라서 저는 북한 핵무기 개수를 20~60개 사이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그 범위에서 가장 적절한 추정치 하나를 뽑을 순 없지만요.

지난 2017년 9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현지지도했다며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 뒤에 세워둔 안내판에 북한의 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4형'의 '핵탄두(수소탄)'라고 적혀있다.

기자) 북한이 그렇게 기술력을 높여가는데 비례해서 핵탄두 소형화 능력도 크게 진전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동의하십니까?

올브라이트 소장) 북한은 핵분열 무기의 폭발력을 유지하면서 이를 소형화할 수 있는 상당히 정교한 기술을 개발했을 것으로 봅니다. 물론 완벽한 기술을 갖춘 것은 아닙니다. 북한은 ‘증폭핵분열탄(boosted fission weapon)’ 기술을 가진 것으로 보이지만, 우라늄과 플루토늄 기폭제를 터뜨려 안쪽의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게 만들어 원자폭탄보다 훨씬 큰 폭발력을 내는 수소폭탄 단계까지는 가지 못한 것 같습니다. 미국이 1940년대 말에서 1950년대 초에 추진했던 이 대혁신은 핵탄두 소형화를 용이하게 만들었는데, 북한이 이 기술을 습득했다는 증거는 아직 못 봤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수소폭탄 개발을 계속하면서 상당히 정교한 컴퓨터 코드를 운영하고 복수의 장소에서 핵무기의 하위부품들을 시험하고 있을 겁니다. 따라서 이제는 북한이 폭발력과 관계없이 핵탄두 한 개를 아주 작게 만들어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아니라, 2~3개의 핵분열 무기를 동시에 실을 수 있는지에 관한 질문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자) 소형화가 결국 다탄두미사일(MIRV) 능력으로 연결된다는 설명인가요?

올브라이트 소장) 하지만 핵탄두 소형화 자체보다 각 탄두의 폭발력이 얼마나 큰지가 더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가령 100kt 위력의 핵탄두 1개를 실을 수 있는데, 굳이 (다탄두미사일 개발에 나서) 2kt 위력의 탄두 몇 개를 탑재할 필요가 있는지에 관한 질문입니다. 북한이 각개 탄두를 큰 파괴력을 유지한 채 소형화할 수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고, 여기에 대해선 회의적인 관측이 나옵니다. 미국의 다탄두미사일은 상당히 소형화된 300kt의 수소폭탄을 탑재하고 있는데, 북한은 그런 능력 근처에도 가지 못했습니다. ‘2단계 수소폭탄’을 개발하지 못했을 테니까요. 이 때문에 북한이 (수소폭탄 대신) 핵분열 무기 몇 개로 다탄두미사일을 구성한다 해도 파괴력은 별로 크지 않습니다. 가령 5kt 위력의 핵탄두 3개를 탑재한 다탄두미사일을 미국을 향해 발사한다면 상당한 인명피해를 발생시키겠지만, 오히려 미국의 수소폭탄 보복으로 북한 전체가 파괴될 위험을 각오해야 할 겁니다. 따라서 북한으로선 다탄두미사일 개발보다, 위력이 훨씬 큰 단일 탄두 탑재 능력을 갖추는 게 미국을 더 위협하는 방법입니다.

기자) 북한의 미사일 ‘대기권 재진입’ 능력과 관련해선 이미 기술을 확보했다는 진단이 우세한 것 같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 재진입 능력은 발사된 로켓이 떨어지는 과정에서 관측되는 데이터와 여기에 대한 확신이 필요한데,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이런 것들을 확보했을 수 있습니다. 같은 과정을 밟았던 이란으로부터 도움을 얻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북한은 계속 그런 방향으로 움직여왔고 지난 2년 동안 재진입 기술 개발에 성공했을 것이라는 게 제 판단입니다.

기자) 그래서 한동안은 북한이 아예 재진입 기술이 필요 없는 EMP(전자기파) 폭탄에 눈독을 들이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었는데, 이제 어느 정도 현실화한 것 아닙니까?

올브라이트 소장) 북한 스스로 이미 그런 의지를 밝혔으니까요. 핵보유국들은 이미 1950년대와 60년대에 EMP 개발을 추진했던 만큼, 북한도 그 기술을 “재발견”했을 겁니다. 따라서 이를 심각하게 여겨야 합니다. 폭발력을 크게 키우거나 정확도를 높일 필요도 없고 상공에서 폭발시키는 무기인 만큼, 북한으로서는 다른 종류의 게임이 될 겁니다. (‘국가-국토안보에 대한 EMP 대책위원회’의 사무총장) 빈센트 프라이 박사의 경고만큼 파괴적일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큰 피해를 입힐 겁니다. 게다가 여러 발을 폭발시킬 수도 있고요. 북한에는 일종의 비대칭무기이자 억지력이고, 심지어 멀리 발사할 필요 없이 일본과 한국을 상대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은 자신들이 언급한 무기에 대해선 늘 개발을 현실화해왔습니다. 일찌감치 수소폭탄 개념을 언급하더니 실제로 이를 추진하는 갖가지 정황이 유럽 정보당국에 의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의 EMP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기자) 북한과 이란 핵 문제에 집중하시면서 가장 우려할만한 북 핵 위협 혹은 변수는 뭐라고 보십니까?

올브라이트 소장) 북한의 선제공격 가능성입니다. 자살행위로 여겨질 수 있지만, 북한이 한국에 핵무기를 떨어뜨려 항복을 받아낼 수 있다고 믿는 건 아닌지 짚어봐야 합니다. 아마도 미군이 즉각 개입할 겁니다. 하지만 미국은 그런 상황에서 판단을 잘해야 합니다. 북한이 ‘1단계 수소폭탄(증폭핵분열탄)’을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면 미국 시애틀과 같은 도시에 엄청난 피해를 입힐 수 있으니까요. 그럴 때 미국이 (북한에 항복한) 한국을 “해방”하기 위해 병력을 파견할까요? 이처럼 북한이 한국을 재빨리 항복시키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위험성에 대해 우려해야 합니다. 한국이 스스로 북한 핵무기의 공격 대상이 될 리 없다고 여기는 건 순진한 생각입니다. 특히 북한의 핵무기와 운반수단 능력을 고려할 때 말입니다.

기자) 북한의 그런 능력 때문에 ‘완전한 비핵화’ 추진은 이미 비현실적인 목표가 됐다는 일각의 지적에 동의하십니까?

올브라이트 소장) 저는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가 미국의 정책이 돼야 한다고 믿습니다. 실제로 성취할 수 있는 목표인지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고 유일한 선택지는 비핵화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못했던 이스라엘, 파키스탄, 인도가 현재 어떤 위치에 있습니까? 파키스탄은 1998년 핵실험 이후 몇 년 뒤 제재에서 벗어났고 인도도 그랬습니다. 이로 인해 핵무기는 영원히 이들 나라의 무기고를 채우게 됐고 어떤 메커니즘도 이를 제거할 수 없게 됐습니다. 핵무기금지조약 등이 있지만 이는 1928년 국가의 정책수단으로 전쟁 포기를 선언했던 ‘켈로그-브리앙 조약’과 다름없습니다. 북한과 군축협상 등을 통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정당화할 경우 북한은 수십 년 뒤에도 핵무기를 갖고 있을 겁니다. 저는 북한을 방문했을 때 최선희로부터 파키스탄과 같은 (핵보유국) 지위를 갖는 게 목표라는 말을 직접 들었습니다. 최선희는 ‘우리는 미국에 동아시아의 이스라엘처럼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파키스탄처럼 되도록 놔둬선 안 됩니다.

기자) 바이든 행정부도 그런 원칙이 확고하다고 평가하십니까?

올브라이트 소장) 북한 문제를 무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그런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12년 북한과 ‘2.29 합의’에서 당했던 굴욕을 되풀이하고 싶어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 간 접촉 방식도 별 성과가 없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성공을 보장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없는 한, 일을 진행하기를 꺼리고 있습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으로부터 북한 핵 프로그램의 수준과 변수에 대한 분석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