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 정부는 북한과의 협상 재개 시 한국전쟁 국군포로 문제를 인권 차원에서 제기해야 한다고 미국의 전문가들이 밝혔습니다. 유엔 등 국제사회의 관여와 관심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 남아있는 한국전쟁 국군포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한국이 정부 차원의 협의체를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13일 ‘잊을 수 없는: 북한에 여전히 억류 중인 한국군 포로’를 주제로 북한인권위원회(HRNK)가 주최한 화상세미나에서 이같이 제안했습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한국전쟁 국군포로 상당수가 이미 사망했을 것으로 생각해 이 문제를 잊어서는 안된다”면서 “그들의 후손들이 북한의 성분제도에 따라 차별 받으며 여전히 고통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맥스웰 연구원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발표된 ‘미-한 민주주의 거버넌스 협의체(DGC)’에서 이 문제를 다룰 것을 제안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선임연구원] “At the recent Biden-Moon summit in the rock factsheet, it outlines a new concentrated mechanism, the US-ROK democracy and governance consultation mechanism which will serve to coordinate ROK-US focus on human rights and democracy promotion at home and abroad.”
당시 미 정부의 설명자료에 따르면 이 협의체가 국내외 인권과 민주주의 증진과 관련된 미국과 한국의 정책조율을 담당하는 만큼 한국군 포로 문제도 다뤄야 한다는 겁니다.
특히 미국과 한국이 통합된 관점으로 이 문제를 다뤄야 하며, 북한 김 씨 일가가 계속 자행하는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 관심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고,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밝혔습니다.
이날 화상세미나에는 국군포로 자녀로 2006년 탈북한 뒤 현재 '6.25 국군포로가족회' 대표인 손명화 씨가 참석해 국군포로 가족으로 북한에서 겪은 차별에 대해 증언했습니다.
[녹취: 손명화 씨] “아버지들은 국군포로라는 신분을 자식들에게는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까 출신성분이 괴로군 포로 43호라는 딱지 때문에 공부를 잘해도 대학을 못하고 남자들은 군대도 못 가요”
손 씨는 한국에 정착한 뒤 아버지의 명예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한국 정부가 아버지를 1951년 전사한 것으로 이미 처리해 부녀관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자신은 ‘국군포로 추정 자녀’ 신세라고 토로했습니다.
북한인권위원회에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는 아만다 모트웻 오 변호사는 국군포로 문제를 유엔에서 ‘강제실종’과 ‘반인도범죄’ 관련 사안으로 다룰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오 변호사] “In 2014 the UN Commission of Inquiry characterized this denial of repatriation for POW in part as enforced disappearance...North Korea's enforced disappearance of POW is an act that may constitute a crime against humanity if it is widespread or systematic.”
2014년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가 북한의 국군포로 송환 거부를 ‘강제실종’의 일환으로 규정했으며, 국군포로에 대한 강제실종이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면 반인도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겁니다.
오 변호사는 북한 당국이 정전협정에 따른 포로 교환으로 이 문제가 해결됐고 북한에 남아 있는 포로들은 자발적 의사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북한을 탈출한 국군포로들은 이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증언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오 변호사는 또 국군포로에 대한 유엔 ‘강제실종 실무그룹’의 활동을 소개하며, 이 조직의 권한이 제한적이지만 국제사회가 실종된 이들을 확인, 기록하고 북한의 관행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런 절차를 통해 북한 당국에 대한 책임 추궁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증거를 구축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28년 동안 미 해군에서 복무한 프레드릭 빈센조 애틀랜틱 카운슬 방문연구원은 전쟁포로에 대한 진지함은 국가의 가치와 직결되는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벤센조 연구원] “Other youth who just when they hear that eighty thousand people have been written off or they kind of find out as like what is it really say about the values of our countries is if we're willing to just sacrifice this issue and I'm not saying go to war over it, but bring it up Remember them, treat them fairly.”
전쟁에서 8만여 명의 군인이 사라진 것에 대해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북한과의 관계를 위해 이런 문제를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젊은 세대에게 나라의 가치에 대해 무엇이라고 설명할 것이냐는 겁니다.
빈센조 연구원은 이 문제를 놓고 (북한과) 전쟁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이 문제를 제기하며 국군포로를 기억하고 명예롭게 대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는 지난 2014년 발표한 최종보고서에서 한국전쟁 정전 당시 8만 2천 명의 국군포로가 실종됐으며, 이 가운데 5~7만 명 정도가 포로로 억류된 채 한국에 복귀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보고서는 특히 북한 정권이 정전협정 체결 뒤 국군포로들로 구성된 비자발적 건설여단을 만들어 강제로 북한 최북단의 탄광과 공장, 농촌으로 보내 강제노역을 시켰고, 이후 외진 광산으로 보내 죽을 때까지 그곳에서 살게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이 가운데 지난 1994년 조창호 중위를 시작으로 2010년까지 모두 80명의 국군포로가 자력으로 탈북해 한국에 귀환했다고 국방백서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유엔 보고서와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북한에 생존해 있는 국군포로는 약 300~500명 사이로 추정됩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