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동서남북] 평양 근무 외교관 "북한, 대중무역 재개하는 듯...수입품 가격 큰 폭 상승"

19일 북한 평양에서 '태양절'을 맞아 '빛의 축제'가 열렸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에 상주하던 외교관과 국제 구호기구 직원들이 대거 평양을 떠났습니다. 영국, 독일, 스웨덴, 프랑스, 체코, 폴란드, 베네수엘라, 브라질, 파키스탄 공관은 폐쇄됐고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국제기구 직원도 3월 철수했습니다. 도대체 평양에서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VOA는 최근까지 북한에서 근무했던 외교관으로부터 평양의 상황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는 이메일로 진행했으며, 당사자의 요청에 따라 이름 등 신원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기자) 먼저 자신을 소개해 주시죠.

외교관) "저는 북한에서 근무했던 외국 외교관입니다. 그 이상은 밝힐 수 없습니다."

기자) 현재 평양에는 중국과 러시아 대사 등 9명의 대사와 4명의 임시대사만 남아 있고 외교관들은 대거 철수하고 공관도 대부분 폐쇄됐습니다. 왜 이렇게 된 것인가요?

외교관) "외교관들은 북한 당국에 의해 쫓겨난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북한 당국은 처음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을 이유로 평양의 외국인들에게 나가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렇지 않고 남으면 엄격한 제한 조치를 모두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어 2020년 3월 9일에는 항공편을 마련해 놓고 출국을 종용했습니다. 이 때 많은 외교관이 철수했는데 독일대사관도 이 때 폐쇄됐습니다. 그 후 북한 당국은 국경을 철저히 봉쇄해 일반우편과 외교우편, 소포와 DHL은 물론 송금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이로 인해 대사관 관리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이는 모두 외교관계에 관련된 ‘빈협약(Vienna Convention)’ 위반인데 북한은 이를 무시했습니다."

기자) 그래도 중국과 러시아 대사는 평양에 남아 있지 않나요?

외교관) "평양에서 중국대사관은 다른 나라 외교관들과 교류가 거의 없습니다. 반면 러시아대사관은 다른 나라 외교관들에게 개방적이고 교류가 많습니다. 다만 3월 18일 러시아 외교관과 가족들이 ‘레일 바이크’를 밀며 북-러 국경을 넘었습니다."

기자) 북-중 국경이 언제쯤 다시 열릴까요?

외교관) "최근 중국과 북한이 서서히 무역을 재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자력갱생을 한다고 하지만 자체 생산할 수 없는 물자가 있기 때문에 중국에서 수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북한은 아직 백신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북-중 인적 교류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평양에서 좋은 식당이나 통일시장 등에서는 중국 상인들을 비교적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어떻게, 또 왜 장기간 북한에 머물면서 활발하게 사업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기자) 외교관계에 대해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중국에 대해 어떤 언급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외교관) "북한의 관리들과 일반인들은 공식적인 발표 외에 나같은 외국인에게 중국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습니다."

기자) 미국에서는 지난 1월에 새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했는데, 미국에 대해서는 어떤 얘기를 합니까?

외교관) "북한의 언론은 아직 미국의 대통령 선거와 그 결과, 그리고 새 대통령 이름을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김정은 위원장도 미국에 대해 언급할 때 “누가 미국의 대통령이든 간에”이런 식으로 표현합니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대미전략의 일환이라고 생각됩니다. 아시겠지만 북한은 미국에 대해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폐지하지 않으면 협상을 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에 그런 입장을 유지하는 겁니다."

기자) 북한 외무성과 정책 협의는 어떻게 하십니까?

외교관) "정책 협의가 잘 안 됩니다. 기본적으로 북한 관리들은 외국 외교관과 대화를 하지 않습니다. 만일 북한 외무성 관리들이 말하고 싶은 게 있으면 미리 준비된 문건을 읽을 뿐 질문에는 대답을 안 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코로나 백신 문제를 물어본 적이 있는데 북한 외무성 관리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기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이죠, 김여정 부부장이 자주 담화를 내는데, 실제로 김여정이 외교정책에 간여하나요?

외교관) "중요한 외교정책을 김정은 위원장이 아니라 김여정 부부장이 내린다고 상상할 수 없습니다. 김여정이 담화를 내는 것도 김정은 위원장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북한의 경제 상황에 대해 묻겠습니다. 식량 사정이 어떻습니까?

외교관) "평양의 외국인들은 식량 부족을 잘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격이 오르긴 했지만 야채와 생선 등은 그런대로 공급되고 있습니다. 다만 오렌지나 바나나 같은 수입품은 보기 힘듭니다. 또 전에는 밀가루로 만든 비스킷이 있었는데 이것이 밀가루가 아니라 쌀로 만든 것으로 대체됐습니다. 품질은 좋지 않습니다."

기자) 북한의 물가가 오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나 올랐습니까?

외교관) "외국인들이 북한의 모든 상점에서 쇼핑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외교관들이 갈 수 있는 상점에서는 코로나 이전에 이미 가격이 올랐고요. 이후 밀가루, 쌀, 기름, 설탕 가격은 안정적이었습니다. 설탕은 1kg에 1달러였는데, 지난 6개월간 볼 수 없었습니다. 또 외교관들은 지정된 주유소에서만 기름을 넣을 수 있는데 휘발유는 1kg에 1.05 달러, 디젤유는 1.5 달러였습니다."

기자) 다른 물가는 어떻습니까?

외교관) "평양의 ‘통일시장’이 물가 변동을 살피기 좋은 곳인데요. 북한 국내에서 생산되는 채소와 과일 가격은 꽤 올랐고 수입품은 그보다 더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조그만 인스턴트 커피 한 병이 30-40 달러이고, 커피 원두는 1kg에 150 달러였습니다. 그리고 샴푸, 샤워 젤, 면도용 거품 가격은 30-50 달러였습니다. 중국산 스카치 테이프는 10 달러였습니다."

기자) 평양의 전력난은 어느 정도입니까?

외교관) "평양에서는 전기가 자주 나갑니다. 그래서 평양의 외국 대사관들은 모두 자체 발전기를 갖추고 있습니다. 일반 주민들은 심한 전력난을 겪고 있는데요. 밤에 보면 평양의 많은 아파트 주민들이 태양광 패널 배터리에 연결된 희미한 조명을 켜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건물 엘리베이터도 운행이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기자) 지난해 10월 북한은 인위적으로 1 달러에 8천원이었던 환율을 6천원으로 바꿨습니다. 왜 그런 조치를 취한 건가요?

외교관) "북한에는 외국인용 환율과 내국인용 환율이 따로 있습니다. 북한이 왜 이런 조치를 했는지 설명을 들은 적은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북한 당국이 외화 흐름을 바꾸고 원화를 강세로 만들기 위해 이런 조치를 취했다는 겁니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습니다."

기자) 북한의 신흥 부유층인 ‘돈주’들은 김정은 정권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외교관) "돈주는 김정은 정권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돈주와 정권과의 관계가 좋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돈주가 빈부격차와 부정부패같은 문제를 일으킨 것도 사실입니다. 또 지금처럼 북한이 중앙집권적인 사회경제 체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돈주는 여러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돈주는 골치아픈 문제가 될 것입니다."

기자)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외교관) "감사합니다."

최근까지 북한에서 근무했던 외교관과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외국 공관 폐쇄와 물가 움직임 등 평양 내부 상황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최원기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