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군사 역량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습니다. 사이버 공격뿐 아니라 무인기 활용, 주민 감시용 체계 등 전방위적으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스웨덴 외교부 산하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북한 군과 연구소 등이 군사적 목적의 인공지능(AI)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SIPRI는 22일 발표한 ‘인공지능, 전략적 안정성 그리고 핵 위험성’ 보고서에서 북한의 AI 기술은 민수와 군사 부문에서 국제 제재 등으로 발전이 제한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과거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 발언 등을 토대로 무한한 전략자산의 일환으로 간주해 수 년간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SIPRI “85개 기관 AI 개발 관여, 군사분야 적용에 집중”
“음성, 지문, 안면인식 기술도 확보…AI 개발 초기단계”
SIPRI는 북한 내 총 85개 정부기관이 AI 개발에 관여하고 있고, 이 중 37곳은 새로 설립한 대학들이라며, 상당한 인력이 AI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지표라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AI가 당장 북 핵 개발에 큰 역할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평가했지만, 사이버 작전, 무인기 활용, 주민 감시통제 등에 전방위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 개발은 조선콤퓨터중심 산하 AI연구소가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으며, 1997년 독자적 바둑인공지능 체계인 은별의 경우 2010년까지 총 6차례 세계 대회에서 우승을 하는 역량을 보였다고 밝혔습니다.
또 최근의 기술 진전 사례로 김일성대학이 개발한 인공지능 기반 음성인식체계 룡남산5.1과 자연과학연구소가 개발한 지문, 안면인식 체계 신동, 김책대학이 개발한 다중언어해석 체계 등을 들었습니다.
가장 고도화된 인공지능 체계 역량을 선보인 사례로는 김일성종합대학이 2016년 공개한 심층신뢰망을 활용한 기계학습 연구보고서를 꼽았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빠른 속도의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채택하고 있는 외국의 사례를 모방할 수 있는 AI 기술 초기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고 밝혔습니다.
“정찰총국 121국 등 AI 기반 사이버 공격 활용”
“121국 산하 91부대, 미국의 핵통제체계 교란 초점”
특히 사이버 공격 역량은 이미 이런 AI기술을 전방위적으로 활용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북한군 정찰총국 산하 121국 등이 관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121국 산하 110연구소의 경우 컴퓨터 통제체계의 혼란을 야기하는 정보공작과 전파 방해가 주요 임무라고 추정했습니다.
또 121국 산하 91부대는 남한의 주요 네트워크에 대한 사이버 공격과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위한 기밀정보 탈취를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91부대의 핵심 임무는 미국의 핵 관련 명령, 통제, 의사소통체계(NC3)의 교란에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북한군 총참모부 산하 204부대는 사이버심리전을, 31부대는 해킹 프로그램 개발, 51부대는 지휘통제체계의 통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AI 기계학습 활용 제로데이 감지 대폭 개선”
“NP3체계교란 통한 확장억지력 무력화 시도 가능성”
한편 SIPRI는 북한이 컴퓨터 운용체계 등의 취약점에 대한 보완이 이뤄지기 직전에 공격하는 이른바 ‘제로데이’(Zero Day) 공격을 한국과 미국 등에 여러 차례 감행해왔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AI역량은 이 같은 취약점을 빠른 시간 안에 발견하고 공격하는 데 잠재적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미국의 NC3체계 교란을 통해 한국에 대한 핵 확장 억지력의 무력화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SIPRI는 경고했습니다.
VOA뉴스 김동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