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제정한 국제 테러 희생자 추모의 날을 맞아 국제 지도자들이 희생자 가족에 대한 연대와 테러범들에 대한 책임 추궁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과거 여러 차례 테러 공격으로 미국 정부의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라 있으며, 최근에는 사이버 테러(Cyber Terrorism)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21일 제3회 국제 테러 희생자 추모의 날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희생자 가족과의 연대를 강조하며 정의를 바로 세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구테흐스 총장] “And we commit to raising their voices and seeking truth and justice. We cannot undo the damage done, but we can defend their human rights and dignity.”
테러 희생자들의 목소리를 높이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며, 피해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희생자들의 인권과 존엄을 지키겠다는 겁니다.
구테흐스 총장은 모든 힘을 다해 테러분자들의 공격을 막고, 이들에 대한 책임추궁을 요구해야 한다고 국제사회에 촉구했습니다.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도 성명에서 “테러로 인한 아픔과 고통은 미국인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무거운 짐”이라며 테러범들에 대한 책임 추궁에 전념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폼페오 장관] “The pain and suffering caused by terrorism is a heavy burden that the American people know all too well. We are committed to holding terrorists accountable for the crimes they have committed, no matter where they may be found or how long they have escaped justice.
유엔총회는 지난 2017년 테러 희생자와 생존자들을 기리고 지원하며, 테러 대응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8월 21일을 ‘국제 테러 희생자 추모의 날’로 제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뒤 해마다 기념하고 있습니다.
유엔은 올해 추모의 날을 맞아 테러 희생자 유족들과 생존자들을 통해 테러의 반인륜성과 가족들의 아픔을 나누는 동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녹취: 유엔 동영상] “I lost my dad when I was four months old. I was one of the few passengers that survived a deadly Boko Haram attack.”
유엔 인권기구(OHCHR)에 따르면 “테러(Terrorism)는 일반적으로 정치적 또는 이념적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 민간인들을 표적으로 하는 폭력 행위”를 말합니다.
아울러 테러는 평화와 안보를 위태롭게 하며, 사회·경제 발전마저 위협하기 때문에 모든 국가는 테러범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며 국민의 인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고 유엔은 강조하고 있습니다.
테러 공격은 주로 과격 이슬람 세력 등 폭력적인 정치·종교 집단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북한 정권 역시 테러의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17년, 미국 정부의 테러지원국 명단에 9년 만에 다시 오른 뒤, 두 차례의 미-북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1월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며 북한은 핵으로 전 세계를 위협하는 것 외에도 반복적으로 국제 테러 행위를 지원해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In addition to threatening the world by nuclear devastation, North Korea has repeatedly supported acts of international terrorism, including assassinations on foreign soil,”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해외 영토에서 일어난 암살 사건,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풀려난 뒤 숨진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 등을 언급하며, 테러지원국 재지정 조치는 북한 정권의 억압에 잔인하게 영향받은 많은 사람들을 생각나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해외에서 일어난 암살 사건은 사실상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2017년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화학무기로 독살된 사건을 의미합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적어도 북한 국적의 남성 4명이 두 여성을 수주해 독살을 주도한 것으로 결론 내리고 북한 정부를 강하게 규탄했지만, 북한 당국은 모든 혐의를 부인한 바 있습니다.
북한 정권은 과거에도 여러 테러 공격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은 바 있습니다.
북한은 1983년, 전두환 당시 한국 대통령 암살을 위해 미얀마 아웅산 묘역에 폭탄 공격을 가해 17명의 한국 정부 각료와 수행원, 미얀마인 4명이 숨졌습니다.
미얀마 당국은 당시 북한 정찰국 소속 공작원 3명 중 즉사한 신기철 외에 리더인 김진수 소좌와 강민철을 체포했지만, 김진수는 자백을 거부해 사형 집행됐으며, 강민철은 자백 뒤 25년간 복역하다 지병으로 감옥에서 사망했습니다.
한국 국정원 1차장 시절에 강민철의 한국행을 시도하고 그에 관한 책까지 출판한 라종일 가천대 석좌교수는 과거 VOA와 가진 인터뷰에서 아웅산 묘역 사건은 명백한 북한 정권의 테러라고 말했습니다.
[라종일 교수] “(강민철은) 조국에 배신감도 느끼고, 북한이 자기네들 존재도 부인하고 당시 도와주려고 한 게 전혀 없었습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인해 자백을 하기로 결심한 것 같습니다.”
북한은 이후 1987년 11월, 김현희 등 공작원을 통해 대한항공 여객기를 폭파해 115명이 사망했으며, 미국 정부는 이듬해 이 테러 공격을 이유로 북한을 처음으로 테러지원국에 지정했습니다.
북한은 이후 2008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될 때까지 20년간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랐지만,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폭파 주범이었던 김현희 씨는 2017년 미 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뒤 VOA와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은 원래 테러 국가”로 “거짓말로 사는 정권”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녹취: 김현희 씨] “북한은 원래 거짓 역사로 이뤄졌고 거짓으로 먹고사는 나라입니다. 지금까지 6·25전쟁과 아웅산 테러, KAL기 폭파, 특히 이렇게 증인이 살아서 증언하지만 한 번도 자기들이 했다고 인정한 적이 없습니다. 그때(2008년) 해제해줄 때 북한으로부터 KAL기 사건에 대해 공식으로 사과를 받지 않고 해준 것이 저는 잘못됐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북한이 KAL기 사건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고 한국의 자작극이라고 아직도 뒤집어씌우는 소리를 하거든요.”
미국과 국제사회는 북한 당국이 최근에는 인터넷을 활용해 컴퓨터와 정보통신망을 무력화하는 사이버 테러(Cyberterrorism)에 개입하고 있다며 경계를 더 강화하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와 재무부 등 4개 부처는 지난 4월 북한의 사이버 위협에 대한 주의보를 발령하고 “북한의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