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민간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과 달리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전망도 밝지 않다는 주장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전 세계 비핵화를 주장하는 국제 민간단체 ‘글로벌 제로(Global Zero)’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지난 3년 간 비핵화 정책에 대한 분석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북한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비핵화 시도를 비중 있게 다루면서, 미국의 대북 비핵화 방향의 현 주소를 짚었습니다.
보고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북한 지도부를 직접 참여시키기로 한 결정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역량을 제한하거나 후퇴시키는 데 실질적 진전을 가져올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를 달성하는데 실패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더 이상 북한으로부터 핵 위협이 없다고 선언했지만, 아직 두 나라는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인 단계에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태라는 겁니다.
보고서는 북한은 계속 핵 물질을 생산하고 있으며, 군사적 역량도 그대로 남아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접근법이 대통령 개인에 맞춰져 있는 점을 북한 비핵화 실패의 원인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접근법은 일관성이 없고,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언변으로 훼손되는 경우도 많았다는 지적입니다.
보고서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협상 능력을 과신하고, 동시에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필요한 단계나 과거 협상 등을 오해하면서, 미국이 더 적은 선택지에 놓이고 신뢰도에도 손상을 입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보고서의 공동저자인 존 울프스탈 전 백악관 군축·비확산 담당 선임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신중성과 조심성 결여가 핵과 관련해 위험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며 북한과 관련한 사례를 제시했습니다.
북 핵 위기가 고조됐던 지난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은 ‘함대’가 한반도로 향하고 있다며 북한을 겨냥한 경고성 발언을 했지만, 오히려 당시 ‘USS 칼 빈슨 항공모함’은 한반도를 떠나고 있었다는 설명입니다.
울프스탈 전 보좌관은 당시처럼 긴장이 높아진 상황이나 군사적 충돌 중에 나오는 대통령의 발언은 위기를 심화시키거나 심지어 핵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핵과 관련된 문제를 다루는 미국의 오랜 전통은 위협적이거나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발언을 할 때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보고서는 현재 미-북 협상이 계속 진행 중이라며, 이를 통해 북 핵 위협과 역내 갈등 위험요소를 줄이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아울러 양측이 협상을 통해 내년까지 북 핵 위협을 줄이고, 비핵화를 향한 진전을 이룰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를 내놓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런 기회는 올해 말로 예정된 미 대선을 감안하면 시간이 많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미국 정부는 아직까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마이크 폼페오 장관은 올해 초 행한 연설에서 북한이 올바른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데 희망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폼페오 장관] “I still remain hopeful that North Korea will make the right decision, not – certainly the right decision for the world, but the right decision for the North Korean people as well.”
그러면서, 이런 결정은 전 세계뿐 아니라 북한 주민들을 위해서도 옳은 결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도 올해 1월 VOA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 해결에) 아직 희망을 갖고 있다”며, 미국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의 약속에 기반한 건설적인 대화에 초점을 맞춰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