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와중에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제안하는 등 관여 의사를 적극 밝히고 있습니다. 올해 말 실시되는 대선 때문에 북한 문제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것이라는 워싱턴 일각의 당초 관측과는 대비되는 움직임입니다. 김카니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10월 스톡홀름 실무회담 이후 미-북 협상 교착 국면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올해 초부터 국무부 한반도 핵심 라인은 줄줄이 공석 상태를 맞았습니다.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대북 실무 협상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던 알렉스 웡 대북특별부대표 겸 북한 담당 부차관보와 마크 램버트 대북특사의 인사 이동을 거론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에 대한 관심이 멀어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특히 미-북 협상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힘든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오는 11월 대선 때까지 북한 문제와 관련해 현상유지를 선호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계기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관여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행정부 고위 관리들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와 관련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제안하고 나선 겁니다.
로버트 데스트로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 담당 차관보는 지난달 중순, 미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해 북한에 도움을 제안한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녹취: 데스트로 차관보] “But I do know that the – that our government has reached out to North Korea, to Iran, and to China – to eve-rybody, and said look, to the extent that we can be useful, we will try and be useful and provide assistance. We’ve done that on any number of occasions.”
데스트로 차관보는 “미국 정부가 북한과 이란, 중국, 그리고 모두에게 손을 내민 사실을 알고 있다”며 이를 통해 미국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과 노력을 할 수 있고, 또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는 말을 했다는 겁니다.
폼페오 국무장관은 유엔 기구들과 다른 나라들의 북한과 이란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용이하게 할 것이라며, 대북 인도적 지원도 직접 제안했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 코로나 방역과 관련해 협조할 의사를 전달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국장은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특히 미-북 양국이 결정한다면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은 상호 관여를 시작할 수 있는 구체적인 분야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I think that the main point here is that the U.S. con-tinues to send signals that reinforce a posture of openness to dialogue with North Korea. We continue to say that the door is open in various ways, and the coronavirus response is one specific area where both countries could begin en-gagement with each other if they decide to do so.”
이런 가운데 미 재무부도 북한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영향을 받는 나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실(OFAC)이 최근 발표한 대북 제재 개정안에는 북한 반입을 금지한 ‘사치품’ 중 유엔 대북제재위의
면제 승인을 받은 경우 사치품 적용을 하지 않겠다는 새로운 규정이 담겼습니다.
미국은 또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제재 면제 확대와 제재 완화를 촉구하는 유엔 등 일각의 주장에 대해, 미국의 독자 제재는 인도주의적 지원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대북 제재에 대한 미 행정부의 기조에는 변함이 없는 상황입니다.
특히 재무부의 대북 제재 개정안에는 불법 대북 금융 거래를 돕는 해외 은행과 기관에 ‘세컨더리 보이콧’, 즉 제3자 금융 제재를 확대 적용하도록 해 북한을 압박하는 수단이 추가됐습니다.
이에 대해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좌절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 best way to read it, is it's kind of, we're frustrated, we're clearly frustrated with the North Koreans. U.S. banks, U.S. people can’t do business with North Korea. So this would be sort of extending it to foreign side…”
전문가들은 대북 제재를 유지, 강화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인도주의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미국의 제안에 북한이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카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