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 도전 트럼프, '화염과 분노'에서 대북 정상외교와 협상 교착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했다.

재선에 도전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동안 북한 문제를 주요 대외 현안으로 다뤘습니다. 북한 지도자와 세 차례 회동하며 `톱 다운’ 방식의 전례 없는 외교를 펼쳤습니다. 하지만 비핵화와 양국 관계에서 실질적 진전을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4년간 대북 행보를 박형주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4년 전 대선 후보 시절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며 협상할 수 있다’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첫 해(2017년) 동안은 북한의 고강도 도발에 대처해야 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23일 만에 도발을 시작한 북한은 이 기간 두 차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20여 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강력한 수사로 응수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2017년 8월]“They will be met with fire, fury and frankly power the likes of which this world has never seen before."

북한이 도발을 멈추지 않으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또 김정은 위원장을 향해선 “로켓맨이 자살 행위를 한다”고 비난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2017년 유엔 연설] "Rocket Man is on a suicide mission for himself.”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이 말로만 그쳤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미국의 핵 항공모함과 핵 폭격기 등을 한반도에 전개했고, 유엔에서는 연이은 고강도 대북 제재를 주도하며 ‘최대 압박’의 고삐를 당겼습니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분위기가 급반전됐습니다.

2018년 6월 12일, 역사적인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톱 다운’ 방식의 대북 정상외교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습니다.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북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명한 공동합의문을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과 김여정 노동장 제1부부장이 교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정상회담 이후 연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주민들을 위한 밝은 미래를 향해 과감한 첫 걸음을 내디뎠다”면서, 미-북 관계의 “새로운 역사를 열 것”임을 천명했습니다.

[녹취:트럼프 대통령/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 기자회견] “We’re prepared to start a new history and we’re ready to write a new chapter between our nations.”

이후 양국 관계에서 전례 없는 장면들이 연출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70년간 적대관계를 이어온 북한의 지도자와 1년간 무려 세 차례의 만남을 가졌습니다.

또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판문점에서 잠시나마 북한 땅을 밟기도 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입니다.

[녹취: 김정은 위원장/2019년 6월 판문점 미-북 정상회동] “각하께서 한 발자국 넘어오시면 사상 처음으로 우리 땅을 밟으시는 미국 대통령이 될 겁니다.”

게다가 김정은 위원장과 최소 28차례 친서를 주고받으며 정상 간 친분을 동력으로 한 미-북 외교를 이어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북한 지도자와의 이런 관계 덕분에 ‘북한발 핵 위협’을 해소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2차 대선 후보 토론] “North Korea, we’re not in a war. We have a good relationship. People don’t understand. Having a good relationship with leaders of other countries is a good thing.”

실제로 북한은 2017년 11월 29일 ICMB ‘화성 15호’ 발사 이후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아무런 합의 없이 결렬로 끝나면서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핵심인 비핵화와 미-북 관계 변화를 위한 진전은 멈춘 상태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2차 2정상회담을 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폭력배 정권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동안 북한의 핵 미사일 역량이 더욱 증강해 미국에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지난달 대선 후보 2차 TV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을 통해 북한에 정당성을 부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민주당 바이든 후보/2차 대선 후보 토론] “He’s legitimized North Korea. He’s talked about his good buddy, who’s a thug, a thug. And he talks about how we’re better off. And they have much more capable missiles, able to reach us territory much more easily than they ever did before.

일부에서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을 이유로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중단·축소하고,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사실상 묵인했으며, 북한 인권 문제도 도외시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기존의 `톱 다운’ 방식 대북 정상외교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재선될 경우 북한과 빠르게 합의를 맺을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If and when we win, we will make deals with Iran very quickly, we’ll make deals with North Korea very quickly.”

북한도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에 좋은 성과를 기원한다’는 김여정의 담화 등을 통해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협상 의사를 강하게 내비쳤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고, 이어 장기 교착 상태에 있는 미-북 비핵화 협상을 재개할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