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5년 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을 이끌었던 휴 그리피스 전 조정관이 대북 제재 이행 안내서를 발표했습니다. 그리피스 전 조정관은 VOA에 대북 제재 위반 사례 대부분에 북한 외교관들이 연루됐다며, 해외공관들이 북한 정권의 생명선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수장으로 2014년부터 2019까지 패널 활동을 이끌었던 휴 그리피스 씨가 유엔 회원국들이 활용할 수 있는 대북 제재 이행 안내서 (How-to guides)를 발간했습니다.
정부 관리와 정책 입안가들, 주제별 전문가들에게 대북 제재 관련 정보를 제공하려는 목적입니다.
스위스의 무기 조사기관 ‘스몰 암스 서베이’를 통해 최근 발표된 이 보고서는 북한의 무기 거래, 외교관과 공관을 활용한 제재 회피, 제재 명단에 오른 개인과 기관의 제재 회피 등 세 가지 사례를 집중 소개하고 유엔 회원국들의 대처법을 제시했습니다.
그리피스 전 조정관은 14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대북 제재 위반은 대부분 북한 외교관이 어떤 단계에서든 연루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치품, 재래식 무기, 핵과 탄도미사일 부품, 석탄 등 대북 제재에 위배되는 거래들의 공통분모는 북한 외교관과 공관”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그리피스 전 조정관] “Based on five years as coordinator of the UN Panel of Experts watching case after case, ranging everything from luxury goods, conventional weapons, nuclear-related items, ballistic missile related items, coal, which was prohibited trades being facilitated by North Korean diplomatic passport holders and their embassies, it’s the common denominator. In most cases of sanctions violations, you have North Korean diplomatic involvement at some stage in the process.”
전 세계 북한 공관들이 정권의 생명선(Lifeblood)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리피스 전 조정관은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 외교관 여권을 ‘위험 신호’(red flag)로 간주해 북한 외교관 여권 소지자들이 입국할 경우 즉각 짐을 수색하고 해당 인물의 배경과 과거 이력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회원국들이 서로 추방된 북한 외교관들의 명단과 수법을 공유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유엔 지도부의 승인 아래 회원국들에 제재 이행 관련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는 민간단체 CCSI(Compliance & Capacity Skills International)의 엔리코 캐리시 이사도 14일 VOA에, 대북 제재 이행에 있어 회원국들이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캐리시 이사] “The number one capacity constraint is information. So, be informed about what the purposes of the sanctions are, and how to implement the sanctions measures and ensure that the private sector complies with it. That is the chief obligation of member states.”
대북 제재를 위반하는 나라들이 대부분 제재를 집행할 행정적, 기술적 역량이 부족한데 특히 관련 정보를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따라서 각국 정부는 제재의 목적과 이행 방법에 대한 정보를 얻고, 민간 분야의 제재 준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캐리시 이사는 밝혔습니다.
캐리시 이사는 북한의 제재 회피 수법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지만 많은 나라가 대북제재위원회에 자국의 노력을 보고하는 등 과거에 비해 각국의 이행 수준이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그리피스 전 조정관은 대북 제재 위반국들이 전 세계에 퍼져있다며, 대북 제재 이행은 “조직적인 실패”(systematic failure)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그리피스 전 조정관] “As time passes, so the power of the sanctions weakens, to the extent that new front companies are created and sanctioned individuals assume new identities, disguise their appearance and are once again free to travel the world.”
유엔은 지난 몇 년 간 제재 위반 명단에 북한 개인과 기관을 새롭게 추가하지 않았으며, 이렇게 시간이 지나가면 제재의 효력도 약화될 것이라는 겁니다.
그리피스 전 조정관은 북한이 새로운 위장회사들을 설립하고, 제재 대상 북한인들은 새로운 신분을 갖추고 외모를 바꿔 자유롭게 전 세계를 여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