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미-중 대립 격화…미 제재 움직임에, 중 보복 경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사태 속에서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갈수록 가열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코로나 확산이 중국 탓이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한 데 이어 제재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고, 중국은 미국이 움직임에 나설 시 보복하겠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오택성 기자입니다.

미국은 그동안 일관되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중국 발원설을 강조해 왔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차별적 발언이라는 지적에도 코로나 사태가 중국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공개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지칭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지난 4월)] “(Why do you keep calling this virus 'Chinese Virus'? A lot of people say it’s racist.) No. It's not racist at all. It comes from ‘China’.”

미국은 최근 들어 중국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훨씬 더 격렬하게 높이고 있습니다.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은 지난 2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이1949년 이후 잔혹한 공산 독재정권의 지배를 받아왔다며 비난의 수위를 끌어올렸습니다.

[녹취: 폼페오 장관] “China’s been ruled by a brutal, authoritarian regime, a communist regime since 1949.”

폼페오 장관은 또 이례적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직접 거론하며 시 주석이 지난 18일 세계보건총회 개막식 연설에서 “중국이 공개적이고 투명하며, 책임성 있게 행동했다”고 밝힌 데 대해, “그랬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냉소적인 반응을 내놨습니다.

[녹취: 폼페오 장관] “President Xi claimed this week that China has acted “with openness, transparency, and responsibility.” I wish it were so.”

폼페오 장관은 또 중국이 코로나 팬데믹 대응을 위해 약속한 20억 달러에 대해서도 “수 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과 수 조 달러의 손해를 끼친 것에 비하면 쥐꼬리만 하다”고 평가 절하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은 이보다 더 거칠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중국의 어떤 정신 나간 사람이 중국을 뺀 모두가 코로나바이러스에 책임이 있다고 탓하는 성명을 냈다”며 “제발 누가 이 멍청이한테 중국의 무능 탓에 세계적인 대규모 살상이 일어났다고 설명 좀 해주라”고 비속어까지 사용했습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국은 미국의 이 같은 비난을 강하게 반박하면서 맞받아치고 있습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폼페오 장관을 지목하며, 미국이 지난 1월과 3월 사이 강력한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유, 마스크를 쓰기까지 오래 걸린 이유, 코로나의 빠른 확산을 저지하지 못한 이유를 국제사회에 직접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자오 대변인] “Mr. Pompeo should tell the world why the U.S. government didn't take strong prevention and control measures between January and March, why it was for such a long time against people wearing masks, and why it failed to stem the fast spread of COVID-19 in the U.S.”

장예쑤이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대변인도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대 중국 압박에 대해 경고했습니다.

장 대변인은 “만일 미국이 냉전적 사고를 견지하며 중국에 적대적인 전략을 추구하고, 중국의 핵심 이익을 손상한다면 결국 스스로에 해를 입히게 될 것”이라며 “중국은 먼저 문제를 야기하지는 않겠지만 문제가 생길 경우 이를 결코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과의 대립을 피하지 않을 것임을 내비친 겁니다.

[녹취: 장 대변인] “If the U.S. keep up the cold war mentality, pursue a strategy against China and undermine China's major and core interest, it will only end up hurting others and hurting themselves eventually. China will never start trouble, but it will never be afraid when trouble comes its way.”

이런 가운데 미국은 발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행동으로 대중국 압박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미국 상원은 '알리바바'와 '바이두' 같은 중국 기업의 미 증권거래소 상장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습니다.

미국의 이같은 움직임에 장 대변인은 “중국에 제재를 위협하는 법률을 채택할 경우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코로나를 둘러싼 이 같은 미-중 갈등은 미 대선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뉴욕타임스' 신문 기고문에서, 미국의 코로나 확산 방지 실패와 미-중 긴장 등을 이용해 올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가 새로운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CNN’ 방송도 미국의 중국에 대한 공격이 대선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재선을 위해 미국 경제를 해치지 않고 중국을 압박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VOA뉴스 오택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