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통령 선출 마지막 절차…선거인단 투표 의회 인증이란?

지난 2017년 1월 워싱턴 연방의사당에서 열린 2016년 대통령 선거의 선거인단 투표 인증을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렸다. 상원의장인 조 바이든 부통령(왼쪽)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미국의 46대 대통령을 공식 선출하는 마지막 절차가 오늘(6일) 진행됩니다. 대통령 당선을 최종 확정하는 선거인단 투표의 미 의회 인증인데요. 기존에는 형식에 불과했던 이 마지막 관문에 올해는 유난히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새 대통령을 공식 선출하는 마지막 절차가 미 동부 시간으로 6일 오후 1시부터 진행됩니다.

상원과 하원은 수정헌법 제12조에 따라 이날 이 시각 하원 본회의장에서 각 주의 대통령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인증하기 위한 합동회의를 개최합니다.

회의는 상원의장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주재합니다.

부통령이 부득이한 이유로 참석이 어려울 경우 상원 다수당 내 가장 연장자인 상원의장 대행이 합동회의를 주재하는데, 올해의 경우 공화당 척 그래슬리 상원의원이 됩니다.

수정헌법 제12조는 “부통령이 투표 인증서를 개봉하면 개표가 실시되고, 최다 득표자가 대통령이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12월 14일 50개 주와 수도 워싱턴DC를 포함한 51개 선거구에서 각 주별로 확정된 총 538명의 선거인단 중 과반 270명을 넘긴 306명은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뽑았습니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한 선거인단은 232명입니다.

지난 11월 3일 대선에서 두 후보가 각각 확보한 선거인단 수와 일치하는 결과입니다.

주별 선거인단 투표 결과에 대한 의회 인증은 사실상 확실시된 바이든 전 부통령의 당선을 공식 확정 짓는 마지막 절차입니다.

통상 이 절차는 2시간 가량이면 끝나는 의례적인 요식행위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부정선거’ 주장을 받아들여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 인증을 거부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공화당의 모 브룩스 하원의원을 시작으로 테드 크루즈, 조시 하울리 등 공화당 상원의원 11명이 지난 2일 성명을 내고 이번 합동회의에서 바이든 당선인이 승리한 선거인단 투표 결과에 반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만약 각 주에서 상원의원과 하원의원 각각 1명 이상이 주의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면 토론을 거쳐 이의가 제기된 주의 선거인단 투표를 인증에서 제외할지 여부를 전체 표결을 통해 결정하게 됩니다.

이날 합동회의를 주재하는 펜스 부통령의 역할도 주목됩니다.

그동안 부통령의 역할은 의회의 선거인단 투표 결과 집계를 감독하는 요식에 불과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부통령이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거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헌법에 따라 부통령은 각 주의 선거인단 투표용지를 집계 전 알파벳 순서대로 크게 읽도록 돼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부통령은 특정 주의 선거인단을 소개하지 않음으로써 개표에 포함하지 않아 선거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과 일부 공화당 의원들의 주장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조지아주 상원의원 선거 유세에서 펜스 부통령이 “우리를 위해 해내길 바란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는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I hope Mike Pence comes through for us…”

하지만 일부 의원들의 반발에도 대부분 공화당 의원들은 이런 움직임을 반대하고 있어, 의원들의 이의 제기가 받아들여지거나 부통령이 일부 선거인단 투표 집계를 거부해도 당선인이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입니다.

미국에서 대통령을 뽑는 절차가 이처럼 여러 단계를 거치도록 한 배경에는 국정 와해와 불안정을 막고, 유권자의 의사를 존중하면서도 지역별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제정된 선거 관련 법들 때문입니다.

특히 이런 법들은 과거 1800년대 두 건의 대통령 선거가 계기가 됐습니다.

선거인단 과반수 이상을 얻은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그 다음 후보가 부통령이 됐던 당시,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은 당이 다른 존 애덤스 부통령과 사사건건 부딪히게 됩니다.

제퍼슨 대통령 재선 후 1804년 러닝메이트 제도와 각 주에서 인증한 선거인단의 투표 결과에 관한 의회의 역할을 상세하게 담은 수정헌법 12조가 나온 배경입니다.

이어 1876년 대선부터는 여러 주에서 각 정당이 서로 승리했다고 주장하는 후보의 선거인단을 의회에 보내 혼란을 초래하자 주 정부가 인증한 선거인단을 우선시하도록 하는 ‘선거인 계수법’(Electoral Count Act)이 1887년 제정됐습니다.

상하원이 합동회의에서 선거인단 투표 결과 인증에 관한 규정을 채택하도록 하게 한 것도 수정헌법 12조와 선거인 계수법에 따른 겁니다.

상하원은 합동회의 며칠 전 이 규정을 채택하며, 올해를 비롯해 지난 수 십 년 간 “의회가 아닌 각 주가 선거인단을 채택하는데 책임이 있으며, 의회는 주 정부의 이런 권한을 반드시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