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계기로 대북 인도적 협력 기회 생길 수도...미북협상 돌파구 가능성 없어”

지난 26일 북한 평양의 버스 승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있다.

북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발병하면 인도적 협력의 기회가 생길 수 있지만, 이런 상황이 미-북 비핵화 협상의 진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북한이 제재 완화와 관련 있는 경우에만 지원을 받을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김시영 기자입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계기로 미-북 간 비핵화 협상에 돌파구가 열릴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는 14일 발표한 ‘분쟁지역의 코로나바이러스’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코로나 대유행이 중단기적으로는 인도적 대북 협력의 기회를 만들 수 있을지 모르지만, 미-북 간 협상의 진전 가능성은 낮다는 겁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캐트린 보토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아시아프로그램 연구원은 15일 VOA에, 무엇보다 북한의 제재 완화 요구는 미국의 요구와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녹취: 보토 연구원] “Now to be clear they want sanctions relief above all else, but that's incompatible with the U.S. demands. It is kind of the ‘chicken and the egg’ situation. The United States want denuclearization before the sanction relief and North Korea wants sanction exemption before the denuclearization.”

그러면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상황에 비유하며, 미국은 제재 완화 전 비핵화를 원하고, 반대로 북한은 비핵화 전 제재 완화를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김정은 정권이 미국과 한국이 코로나 방역을 차원에서 미-한 연합훈련을 연기했음에도, 북한이 아홉 차례 단거리 미사일 발사와 군사훈련을 계속한 점도 상호신뢰 부족의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보고서는 미국을 비롯해 한국, 중국 등 북한 주변국들이 이 같은 북한내 코로나 위기를 비핵화 회담의 이점을 찾기 위해 이용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접근이 장기적으로 대북관계를 개선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그 예로 대규모 인도주의적 위기의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음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코로나 방역 지원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점을 들었습니다.

또 김여정 제1부부장의 최근 발언도 두 정상의 친선 관계가 양국 간의 긍정적 관계와 동일시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코로나가 북한에 큰 피해를 주기 시작하지 않는 한, 북한은 제재 완화와 관련이 있는 경우에만 미국의 지원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보고서는 북한이 국경을 봉쇄한 뒤 코로나 확진 사례가 없다고 주장한 점과 관영 매체들의 북한 무료 공중보건의 우월성을 홍보한 것등은 정상적이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국제사회가 코로나 대유행이 북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거의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은 명백히 코로나와 같은 심각한 발병을 스스로 견뎌낼 수 없으며, 코로나가 빠르게 확산하면 순식간에 대규모 인도주의적 위기에 빠질 거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북한 내 일부 대도시 의료시설은 코로나 방역에 필요한 기본 물자가 부족하며, 인구의 43%가 영양실조로 추정된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보토 연구원은 북한 내 코로나가 창궐할 경우 북한 주민들에게 재앙과 같을 수 있다는 점을 미국 정부가 알고 있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보토 연구원] “I think the U.S. government recognizes that if there is an outbreak in North Korea this could be very devastating to the population. So I think what we can do right now is to modify some of the, not lift sanctions, but modifies some of the requirements that humanitarian organizations face in trying to get sanctions relief.”

보토 연구원은 그러면서 제재 완화가 아니더라도 인도주의 단체들이 직면하고 있는 일부 조건들을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통해 북한 주민들에 대한 코로나 관련 필수적인 의료 물품 공급이 보다 쉽고 빨리 이뤄질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이 현재 미국이 제안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겁니다.

보토 연구원은 앞으로 몇 달 안에 코로나가 북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VOA뉴스 김시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