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 미한 정상회담 날 한국전 참전용사에 명예훈장 수여

백악관은 19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21일 미한 정상회담 진행 도중 한국전 참전용사인 랠프 퍼킷 주니어 예비역 대령에게 명예훈장을 수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미 육군 트위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수여하는 최고 무공훈장의 주인공으로 한국전 참전용사가 선정됐습니다. 특히 미한 정상회담 열리기 직전 한국 대통령이 참관하는 가운데 훈장 수여식이 열려 눈길을 끕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미한 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 한국전 참전용사인 랠프 퍼킷 주니어 예비역 대령에게 명예훈장 (Congressional Medal of Honor)를 수여할 예정입니다.

백악관은 훈장 수여식에 문재인 한국 대통령도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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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명예훈장은 미 의회 이름으로 대통령이 군인 유공자에게 수여하는 최고의 무공훈장입니다.

백악관은 퍼킷 예비역 대령은 한국전이 벌어지던 1950년 11월 25일과 26일 사이 제 8군 레인저 중대장(중위)으로 참전해 직무 범위를 넘어선 용맹함과 대담함을 선보였기에 명예훈장을 수여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퍼켓 예비역 대령 한국전 당시 중공군과의 고지전 진두지휘”

“중공군 사격 유인해 205고지 탈환에 결정적 공헌”

당시 레인저 중대는 대낮에 평안북도 운산군에 위치한 205 고지 탈환 임무를 수행 중인 가운데 적군은 박격포, 기관총 사격으로 대응하고 있었다고 백악관은 설명했습니다.

205 고지 사수전은 유엔군이 한국전에 참전한 대대 규모의 중공군과 벌인 전투입니다.

퍼켓 중대장은 쏟아지는 적의 포탄 속에 가장 가까이 있던 탱크에 올라타고 이동한 뒤 탱크에서 뛰어 내려 부하들을 독려하며 공격을 주도했습니다.

특히 충분히 위험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의도적으로 개활지로 3차례나 뛰어나가 적의 공격이 자신에게 집중하도록 행동을 취했습니다.

백악관은 이 같은 행동은 레인저 부대원들이 적의 사격원점을 포착해 파괴하도록 해 205고지를 장악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당일 밤에 적들은 고지를 재탈환하기 위해 4시간에 걸쳐 반격을 시도했지만 퍼켓 중대장이 선보인 특출한 지도력과 용맹한 모범은 중대원들에게 큰 감명을 줬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결과 1개 대대 규모의 적군이 5차례의 파상공격을 감행했음에도 모두 격퇴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전 참전용사인 랠프 퍼킷 주니어 예비역 대령. 사진 = 미육군 웹사이트

“5차례 사수전에서 부상 불구, 진두지휘”

특히 백악관은 당시 퍼켓 중대장이 수류탄 파편에 부상을 당했음에도 퇴각하길 거부했고, 야포 사격지원을 진두지휘하면서 적군의 대열을 무너뜨리는데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그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장소를 떠나 참호와 참호 사이들을 직접 찾아 전방의 상황을 하나, 하나 확인했고, 부대원들의 총탄 배급에도 각별한 신경을 썼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백악관은 적군의 6번째 파상공격이 시작되고 더 이상 야포 사격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고지를 사수할 수 없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2발의 박격포탄이 참호에 떨어졌고, 심각한 부상을 당한 퍼켓 중대장은 움직이기 힘든 상황이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부하들이 매우 위태로운 상황에 빠진 것을 인지한 퍼켓 중대장은 자신을 두고 퇴각하라고 명령했지만, 중대원들은 이 명령을 거부하며 적군의 사격이 맹렬하게 쏟아지는 상황에서 참호에서 그를 구출했다고 백악관은 설명했습니다.

또 퍼켓 중대장은 고지 아래로 후송되자마자 고지를 점령한 적들에게 맹렬한 야포 사격을 명령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백악관은 퍼켓 중대장이 보인 특출한 영웅적 행동과 직무 범위를 넘어선 이타성은 미군의 가장 높은 가치의 전통을 지키는 것에 상응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올해로 94세인 퍼켓 중대장은 이미 205고지 사수전의 공로로 명예훈장 다음으로 높게 평가되는 수훈십자장(Distinguished Service Cross)을 받았습니다.

한국전 참전용사인 랠프 퍼킷 주니어 예비역 대령. 사진 = 미육군 웹사이트

생존자 명예훈장 수훈 2% 미만…최고 영예

한국전 유공 명예훈장 수훈 145건 … 전체6위

미국의 명예훈장은 혁혁한 전공에 중점을 둔 수훈십자장과는 달리 전투에서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직무범위를 넘어선 혁혁한 용맹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충족기준이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평가됩니다.

지금까지 수여된 명예훈장 수훈자 3천 507명 가운데 생존자에게 수여된 사례는 66건에 불과합니다.

명예훈장 수훈자들의 모임인 메달오브아너 소사이티가 20일 기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수여된 3천526건의 명예훈장 가운데 한국전 참전 유공자가 받은 건 145 건에 이릅니다.

▶메달오브아너 소사이티 수훈집계 바로가기

이는 남북전쟁 1천523건, 2차 세계대전 472건, 미국 원주민 전투 426건, 베트남전 262건, 비전투 유공 193건에 이어 6번째로 많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기존 유공의 승격 차원…미한 동맹 관계에 긍정적”

한미연합사령부 작전참모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20일 VOA에 한국전 참전 유공 생존자에게 70년이 지난 시점에 명예훈장을 수여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승격’의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 맥스웰 선임연구원] “So what's happening is, the DSC (Distinguished Service Cross) that he received is being upgraded to a Medal of Honor and it goes through an investigation. Of course, I think that the point you're making about being so late. I think it required an act of Congress. During the Obama administration, they ordered a relook of all Medals of valor, Silver Star and above to see if they were properly awarded...”

바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의회는 모든 유공훈장 수여자 가운데 지금까지 유공이 저평가되거나 특히 소수인종에 대한 평가로 누락된 사례를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재조사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설명입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이번 수여는 전적으로 의회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며 수여 시점은 백악관이 조율하기 때문에, 미한 정상회담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한국 문재인 대통령이 참관하는 형식으로 진행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 같은 방식은 미한동맹의 본질이 한국전에서 시작된 점을 강조하는 동시에 명예훈장에 대한 미국민의 높은 사회적 존경심 등을 고려할 때 관계 강화에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VOA뉴스 김동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