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과학자들, 핵실험 재개 반대 공동기고...“북한 등에 명분 줄 것”

1945년 미국 뉴멕시코주 알라모르도의 트리니티 핵실험장에서 실시된 세계 첫 원자탄 실험으로 인해 핵 구름이 형성됐다.

최근 미국의 핵실험 재개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의 저명 과학자들이 반대 입장을 밝히고 나섰습니다. 북한 등 다른 나라에 핵실험의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무기가 국가안보의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핵실험 재개는 핵 무장 경쟁과 우발적이고 고의적인 핵전쟁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미국의 저명 과학자 40여 명은 17일 과학전문 ‘사이언스’ 잡지에 게재한 공동 기고문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핵무기 실험 재개를 고려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인류 최초의 원자탄 실험인 ‘트리니티 실험’ 75주년(16일)을 맞아 이뤄진 이번 기고에는 2008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마틴 챌피 컬럼비아대학 교수 등 노벨상 수상자들과 세계적인 언어학자인 노엄 촘스키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등 40명이 참여했습니다.

이들은 인류와 지구에 해를 끼치는 핵실험을 반대하는 과학자들의 오랜 전통에 따라 “미 정부에 핵실험 진행 계획을 포기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미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지난 5월 행정부 고위 관리들을 인용해, 미국 국가안보기관 수장들이 모인 회의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핵 군축 협상 참여를 압박하는 차원에서 핵실험 재개 검토를 논의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미국은 1992년 이후 핵실험을 중단해 왔습니다.

이들 과학자들은 어떤 규모와 방식이든 미국의 핵실험 재개는 북한과 인도, 파키스탄 등 다른 나라에 실험 재개를 ‘허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2016년 9월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한 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실험 성공을 자축하는 군민대회가 열렸다

또 지하 핵실험의 경우 방사성 물질이 수자원 등에 유출될 수 있고, 지상 실험은 1963년 ‘부분적 핵실험 금지조약’에서 금지된 것일 뿐 아니라 방사능 물질이 광범위하게 확산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미국이 조약을 위반하면 다른 나라들이 더 큰 핵탄두 실험을 감행하는 것을 막거나 대기 중 방사능 유출을 통제할 방법이 없다면서, 핵무장 국가 간 ‘제한적 핵 전쟁’ 조차도 엄청난 살상과 파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과학자들은 미국을 포함해 모든 나라가 핵탄두 수를 줄여야 하며, 이를 늘리거나 개량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은 상원에서 ‘핵실험 금지법안’(PLANET)을 통과시키고 포괄적핵실험 금지조약(CTBT)을 비준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들 과학자들은 9개 핵무기 보유국 중 8곳이 1998년 이후 핵무기 실험을 유예했고, 9번째 보유국인 북한도 탄두 폭발 실험을 중단한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CTBT를 비준하면 다른 보유국도 이를 비준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은 1996년 포괄적핵실험금지협정에 서명했지만 아직 공식 비준하진 않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트리니티 실험’ 75주년 기념 성명에서 “핵무기는 미 국가안보를 지속적으로 보장하며 국가 방어의 중추”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강력하고 다양한 (핵) 역량 보유는 국제 핵 확산을 제한하고, 적을 저지하며, 자신들의 핵심 안보 요소로서 미국의 핵 억제력에 의존하는 동맹국들을 안심하게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러시아가 핵무기 실험을 감행하고 중국도 그렇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핵실험 유예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중국이 새로운 핵무기 통제 조약에 참여해 세계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데 함께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내년 2월 ‘신전략무기 감축협정(New START)’ 종료를 앞두고 러시아와 협상에 나선 가운데 중국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핵무기 통제 협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