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북한 식량안보 악화 가능성...정권 안정에 악영향”

지난 5월 북한 평양 락랑구역 남사협동조합 농민들이 모내기를 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앞으로 북한에 폭우와 홍수가 심해지고 작물 재배 여건이 나빠져 식량난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또 평양과 영변 등 주요 전략 지역의 침수 가능성도 높아지면서 정권 안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후변화가 북한의 식량난을 악화시키고 정권 안정도 위협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미국의 우드웰기후연구소(Woodwell Climate Research Center)와 전략위기협회(Council on Strategic Risks)는 28일 공동 발표한 ‘북한의 중첩되는 위기: 안보, 안정과 기후변화’ 보고서에서 기후변화가 한반도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더욱 강력한 폭염과 폭우... 곡창지대 강타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우드웰기후연구소 알렉산드라 네이글리 박사는 30일 VOA에 “북한은 앞으로 폭염과 가뭄이 심해지는 것은 물론 더욱 극단적인 강수 현상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보고서는 2035년에는 북한의 심각한 가뭄 기간이 지금보다 최소 3개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네이글리 박사] “So not only are we going to see more heat and more drought but we’re also going to see more extreme precipitation events. And then on top of that coastal areas, sea level is expected to rise by about one foot by 2050. And that’s under business as usual scenario. And so not only will that impact infrastructure but also coastal agricultural land.”

네이글리 박사는 또 “2050년까지 북한 해수면이 약 1피트, 0.3미터 상승할 것"이라며, "북한의 기반시설은 물론 해안의 농경지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보고서는 2050년까지 해수면 상승에 따른 홍수 피해로 북한 내 약 55만3천 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반도 온도와 습도가 높아져 태풍 이동경로가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북한의 폭우와 홍수가 심해진다는 설명입니다.

2030년까지 북한의 쌀과 옥수수 작황 실패 가능성을 분석한 지도. Map by Carl Churchill, Woodwell Climate Research Center

보고서는 특히 서해안의 쌀과 옥수수 곡창지대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강수량과 온도 변화로 함경남도와 평안북도의 흉작 가능성이 계속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녹취: 네이글리 박사] “We’re also seeing a shift where crops are likely to do well. So along the coast, that’s where the breadbasket is located, we’re going to be seeing more likelihood of crop yield failure there, whereas in the inland region there’s a lower likelihood of crop failure. The issue is that the inland areas are really mountainous and so it’s not very conducive to commercial agriculture or large-scale agriculture but that’s something that they’ll have to grapple with in the future.”

네이글리 박사는 서부 해안 지역보다 내륙으로 들어갈수록 작황 실패의 가능성이 줄어든다며, 다만 내륙 지역은 산악지대여서 대규모 상업용 농사를 짓기가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평양과 영변 핵시설... 요충지 침수 가능성 높아져’

보고서는 앞으로 북한에서 범람 지역의 군사시설, 주거단지, 상업과 교통기반시설, 농업시설이 폭우로 침수될 위험이 더욱 높아진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전략시설인 영변 핵시설, 인구 밀집지역인 평양, 곡창지대인 황해북도의 침수 가능성을 분석했습니다.

2050년까지 북한의 해수면 상승을 분석한 지도. Map by Carl Churchill, Woodwell Climate Research Center

보고서는 영변 핵시설의 5메가와트 원자로와 실험용 경수로에 인접한 구룡강에서 홍수가 일어난 적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기후변화는 이 지역의 심각한 홍수 가능성을 높인다며, 1971년에서 2000년 사이 이 지역의 홍수 발생 가능성이 100년에 한 번이었다면, 2050년에는 68년에 1번 발생할 수 있는 확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보고서는 영변 핵시설에서 심각한 홍수가 발생하면 민감한 핵 물질을 담고 있는 시설이 위태로워져 방사능과 유해물질이 환경에 누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평양을 가로지르는 대동강 일대 홍수 통제 방안들이 제한적이라며, 평양에서 홍수가 발생할 가능성은 3배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현재 발생 가능성이 100년에 1번인데, 2050년에는 34년에 1번으로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기후변화는 위기 증폭 효과”

보고서는 따라서 기후변화로 북한의 식량난이 악화되고 기반시설이 파괴되며, 탈북자가 증가하고 자원이 고갈돼 북한 내 지역별로 소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전반적인 정권 안정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또 기후변화로 인한 탈북민 증가는 북한과 중국 간 긴장을 높이고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서는 전망했습니다.

보고서 공동저자인 전략위기협회 캐서린 딜 선임연구원은 VOA에 “기후변화는 많은 안보 문제에 있어 위기를 증폭하는 역할을 하며, 특히 북한과 같이 식량난과 극단적인 기후, 환경 악화를 겪고 있는 나라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딜 연구원] “I view climate change as a risk multiplier for many security issues, especially for a country like N Korea which already faces challenges from food shortages, extreme weather, and environmental degradation. As the study lays out, climate change has the potential to worsen all of these endemic issues and negatively affect the lives of citizens in N Korea. How this directly translates to instability is still not clear I would argue, and it requires more thought and discussion within the region as well.”

딜 연구원은 “기후변화가 북한의 고질적 문제들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기후변화가 북한의 불안정에 어떤 직접적 영향이 있는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이 부분에 대한 토론이 더욱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