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됐지만 미-북 관계는 아직 탐색전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미-북 관계의 현 주소와 전망을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월 20일 출범한 이래 5차례 이상 북한에 관계 개선 신호를 보냈습니다.
우선 백악관의 젠 사키 대변인은 4월 30일 대북정책 검토 완료를 발표하면서 새 정책의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이며 세밀히 조정된 실용적인 접근을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사키 대변인] “I can confirm that we've completed our DPRK policy review, which was thorough, rigorous and inclusive.”
`워싱턴 포스트' 신문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새로운 대북정책 발표에 앞서 북한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북한은 응하지 않았습니다.
이어 5월 21일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문재인 대통령과 미-한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이 분명한 비핵화 약속을 할 경우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바이든 대통령] “We'll see. If he made any commitments, I would meet with them and if there was a commitment on which we met. And the commitment has to be that there's discussion about his nuclear arsenal.”
침묵을 지키던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6월 17일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대화와 대결 모두 준비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중방] “국가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담보하자면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하며, 특히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미국은 이를 미-북 대화의 신호로 보고 북한의 협상 테이블 복귀를 촉구했습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6월 20일 김 위원장의 발언이 “흥미로운 신호”라며, “평양으로부터 명확한 신호가 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6월 22일 담화에서 “꿈보다 해몽”이라는 속담을 써가며 미국이 스스로를 위안하는 쪽으로 해몽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꼬았습니다.
다음날 리선권 북한 외무상도 “아까운 시간을 잃는 무의미한 미국과의 어떤 접촉 가능성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짤막한 담화를 냈습니다.
6월 21일 미국의 성 김 대북특별대표가 서울을 방문해 전제조건 없이 만나자는 메시지를 북한에 보냈습니다.
이어 국무부 2인자인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이 7월 23일 서울을 방문해 미국은 북한과 “신뢰할 수 있고 예측 가능하며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에 대화를 제안했으며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셔먼 부장관] “We are looking forward to a reliable, predictable, constructive way forward with the DPRK…”
그러나 북한은 아직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거듭된 대화 재개 메시지에 북한이 호응하지 않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하나는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문제입니다. 북한에서 대미 정책을 총괄하는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해 7월10일 담화를 통해 “조-미 회담의 주제를 적대시 철회 대 조-미 협상 재개”의 틀로 고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 마디로 비핵화의 대가로 제재 해제 외에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미-한 연합군사훈련 중단 등을 포괄하는 ‘적대시
정책’ 폐지를 요구한 것입니다. 아울러 이같은 선결요구가 충족되지 않는 한 대화에 응할 수 없다는 겁니다.
또 다른 것은 비핵화의 보상책이 분명치 않다는 겁니다. 북한은 자신들이 수 십 년간 온갖 고생을 하며 핵과 미사일을 개발한만큼 비핵화에 따른 협상 가격이 올랐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미국이 생각하는 보상책은 비핵화에 따른 제재 완화와 미-북 관계 개선 정도입니다. 이렇게 보상책을 둘러싸고 미-북 양국이 커다란 시각차가 있으면 대화나 협상이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인 미 해군분석센터 켄 고스 국장은 협상이 이뤄지려면 테이블 위에 좀더 구체적인 보상책을 올려 놓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They wanna know what US will put on the table…”
전문가들은 북한의 식량난이 꽉막힌 미-북 관계를 푸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15일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식량난을 공식 시인했기 때문입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지난해 태풍 피해로 알곡 생산이 계획에 미달돼 현재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습니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공식 석상에서 식량난을 언급한 것은 사실상 식량 지원을 요청한 것이라고,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북한의 상황이 매우 어렵고, 단기적으로 대북 제재와 비핵화를 맞교환하기 어렵기 때문에, 인도적 지원 통한 여건 조성, 북-미 대화의 분위기 조성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봐야겠죠.”
이어 북한은 7월17일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에 최초로 제출한 ‘자발적 국별검토’(VNR)을 통해 “2018년 식량 생산량이 495만t으로 10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연간 식량 수요량은 575만t입니다. 그러나 지난해 식량 생산량은 태풍과 수해 등으로 440만t에 그쳤습니다. 따라서 135만t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는 북한이 자체적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규모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이들은 또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국제적 대북 식량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 동북아시아 상황을 보면 북한을 둘러싼 주변국들은 각자 북한에 식량을 지원할 이유가 있습니다.
중국은 북한체제의 안정과 북-중 관계 강화를 바라고 있습니다. 중국은 식량난
대규모 탈북 난민이 생기는 상황을 바라지 않습니다. 따라서 북한에 식량을 줄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은 지난 해에도 북한에 쌀과 옥수수 60만t을 지원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도 북한에 식량을 주고 싶어합니다. 같은 민족으로서 북한 주민들의 굶주림을 방치할 수 없는 이유도 있고, 이를 통해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하고 싶어합니다.
앞서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은 6월 20일 대북 식량 지원에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미국도 대북 식량 지원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21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며, “북한에서 재앙적 인도주의 상황이 잠재적으로 펼쳐지는 것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프라이스 대변인] “ It is in no one's interest to see a humanitarian catastrophe potentially unfold in the DPRK.”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25일부터 시작되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의 중국 방문을 관심있게 보고 있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셔먼 부장관이 중국 당국자들과 북한 식량난 문제와 함께 비핵화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High likely discuss it and denuclearization issue..”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과연 대북 식량 지원에 나설지 또 이를 계기로 미-북 관계가 풀릴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