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은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조언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국경 봉쇄와 격리 조치만 강화할 것이 아니라 정확한 실태를 공개하고 국제사회와 협력해 보다 효과적인 방역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을 이유로 최근의 극심한 수해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복구 지원을 받지 말도록 지시했습니다.
또 유엔아동기금(UNICEF)은 북한이 신종 코로나 유입을 막기 위해 올 연말까지 국경 통제와 이동 제한 조치를 이어갈 수 있음을 내비쳤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은 제재에 따른 경제난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어려움에 최근에는 수해까지 덮친 ‘삼중고’를 겪으면서도 문을 더 굳게 걸어 잠그고 있는 양상입니다.
전문가들은 방역과 의료 체계가 열악한 북한 당국으로서는 국경 봉쇄가 전염병에 대응하는 최선책일 수 있다면서도, 상황이 장기화하는 만큼 보다 현실적인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박기범 재미한인의사협회 북한담당 국장은 17일 VOA에, 최장 40일에 달하는 격리 기간을 줄이고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방역에 나서야 효과적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박 국장] “The extra steps they are taking may not be based on the science, it is more fear based.”
북한의 조치는 과학적 근거 보다는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에 따른 것일 수 있으며, 이런 조치는 더 많은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겁니다.
미국의 명문 하버드대 의과대학 교수인 박 국장은 지원물자가 실린 화물에 대한 격리 기간도 과학적 관점에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국제사회의 기준이 되고 있는 2주 격리로 전염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북한 당국이 깨닫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박 국장은 말했습니다.
두려움에 입각한 다소 과도한 조치보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대응이 효과적이라는 점을 북한 당국에 설득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애초 북한의 목적이 주민의 건강과 보건 상황 개선이 아닌 체제유지인 만큼, 북한이 오히려 국경봉쇄 조치 등의 전염병 대응책을 체제유지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북한 의사 출신인 최정훈 한국 고려대학교 공공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7일 VOA에, 지난 1월 말부터 국경을 봉쇄한 북한의 전염병 예방 조치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북한이 지난 70여년 간 해 온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북한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시행이 가능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본래 지역간 이동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곳이 북한이며, 이미 지역 단위로 폐쇄된 곳이라는 겁니다.
최 연구원은 북한 당국이 국제기구와의 대화를 통해 전염병 예방책을 조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박 연구원] ”북한 당국 자체가 주민의 건강, 주민 차원의 문제 의식이 전혀 없어요. 오직 체제유지 차원의 신경을 쓰는 거에요. (국제기구의 말) 절대 듣지 않습니다. 북한은 일단 1990년대 시작된 대기근을 거치면서 북한 체제와 주민들이 나름의 적응 능력이 생겼어요. 주민의 건강과 생명 부지에는 관심이 없고, 주민 스스로 살아갈 수 있다 이거에요.”
북한이 봉쇄한 문을 열고 국제사회와 협력해야 전염병 방역에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로버트 코헨 전 미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평양 주재 세계보건기구(WHO)도 북한 내 코로나 상황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면서, 최고의 코로나 대응책은 북한이 솔직하게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코헨 전 부차관보는 북한 당국이 더 신속하게 개방하고 관리에 나설수록 북한 주민들의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