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박지현 “자유와 평등 규정한 세계인권선언, 북한은 예외"

영국에서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는 탈북민 박지현 씨가 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연례 국제인권회의에서 북한의 인권 실상을 증언했다. 사진 = 2021 Geneva Summit for Human Rights and Democracy.

영국에 정착해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는 탈북민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연례 국제인권회의에서 북한의 인권 실상을 증언했습니다. 이 탈북민은 개인의 자유와 안전, 생명에 관한 세계인권선언이 북한 주민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08년 영국에 난민으로 정착한 탈북민 박지현 씨는 8일 화상으로 열린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제네바 정상회의’에서 북한 주민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정권의 노예로 자라도록 강요 받는다고 증언했습니다.

탈북 여성과 북한 어린이들의 인권 보호를 목표로 하는 민간단체인 `징검다리' 공동대표인 박지현 씨는 이날 연설에서 “세계인권선언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게, 생명과 자유 그리고 안전에 대한 권리를 갖고 태어났지만 북한은 예외”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씨] “According to the 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all human beings are born free and equal with the right to life, liberty, and security. Except in North Korea. North Koreans are stripped of their individuality and turned into slaves the moment they’re born.”

북한 주민들은 태어난 순간부터 개인의 특성을 박탈 당하고 노예가 돼 버린다는 겁니다.

박지현 씨는 어린시절 단 한번도 누가 자신에게 ‘커서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물어본 적이 없다면서, 북한 주민들은 커서 의사나 우주비행사 또는 영화배우 등이 되는 것에 대해 상상하며 흉내를 내는 것도 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씨] “Not once in childhood did someone ask me, ‘What do you want to be when you grow up?’ We didn’t pretend to be doctors or astronauts or movie stars. You don’t have hopes or dreams – your only thoughts are of the state. So we played war games - North Korea v. the Yankees. North Korea always won.”

북한 주민들은 희망이나 꿈도 없이 오로지 국가에 대해서만 생각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늘 ‘전쟁놀이’를 했는데 북한과 ‘양키’, 즉 미국과의 전쟁을 가정하는 것이었고 여기서는 북한이 항상 이겼다고 말했습니다.

박 씨는 또 북한에 기아가 닥쳤던 1990년대 후반 길거리에서 이웃과 아이들, 지인들이 숨져있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씨] “We saw dead bodies lying in the streets, neighbors, kids, people I knew. But no one called it ‘starvation’ – just ‘an illness.’ We didn’t protest or blame the government, because our whole lives we’d been trained not to.”

하지만 아무도 그런 상황을 ‘기아’라고 부르지 않고 그저 ‘질병’이라고 불렀다고 박 씨는 말했습니다.

박 씨는 또 북한 주민들은 정부에 항의하거나 정부를 비난하지 않았다며, 평생 그런 훈련을 받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 씨는 기아로 삼촌을 잃고 아버지마저 힘을 잃고 나약한 상태에서 살기 위해 탈북했지만 인신매매 조직의 덫에 걸려 중국 동북 지역에서 ‘성노예’로 팔렸던 사연도 이야기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들을 낳은 박 씨는 아들이 5살이 됐을 때 체포돼 북한으로 강제송환된 후 노동수용소에서 고문을 당했지만 두 번째 탈북을 감행해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함께 탈북했던 이는 체포돼 북한으로 강제송환 당한 이후 지금도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박 씨는 전했습니다.

현재 영국에서 남편과 세 아이와 함께 살고 있다고 밝힌 박 씨는 국제사회 지도자들이 북한이 규범을 지키는데 있어 예외가 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씨] “International leaders can’t let North Korea be the exception to every rule. North Koreans deserve the right to live freely without fear of torture and persecution in any country they choose to live in. You can make that possible by sharing our story.”

북한 주민들도 고문이나 박해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자신이 선택한 나라에서 살 수 있는 권리가 마땅히 있어야 하며, 각자가 경험한 이야기를 널리 알림으로써 그것이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박 씨는 북한의 인권 상황을 알리는 활동으로 2018년 냇웨스트(NatWest)의 ‘아시아 여성상’ 대상, 2020년 국제앰네스티 영국지부의 ‘앰네스티 브레이브 어워드’, 그리고 2021년 ‘한원채 인권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올해로 13번째인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제네바 정상회의는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 인권단체 ‘인권재단’과 제네바에 본부를 둔 `유엔 워치’ 등 25개 민간단체가 공동으로 후원하고 있습니다.

이 회의에는 그동안 북한 정치범 수용소 출신 신동혁, 정광일, 강철환 씨,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호원으로 일했던 이영국 씨, 북한 해외 노동자 출신 임일 씨, 북한 정치범 수용소 경비대원 출신 안명철 씨 등이 연사로 참석했습니다.

지난 2018년에는 북한에 억류됐다 의식불명 상태로 송환된 직후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참석해 김정은 정권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