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저명 인권 인사들 "남북한 대북정보 유입 차단 시도에 우려"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위원장.

최근 남북한 국회가 모두 대북 정보 유입을 차단하는 법을 채택하거나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 저명 인권 인사들이 이런 움직임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개인의 알 권리를 막는 것은 인류 보편적 권리를 담은 세계인권선언에 위배된다는 지적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장은 최근 남북한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북 정보 유입 차단 움직임과 관련해 한국에는 신중한 접근을, 북한에는 주민들의 알 권리를 막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커비 전 위원장은 7일 VOA에 보낸 이메일 답변에서, 한국의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대북 전단과 물품 살포 금지 법안은 법 조항의 문구에 따라 세계인권선언이나 한국 헌법 혹은 다른 법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커비 전 위원장] “Depending on the language of the law, any such provision might also raise the possibility of breach of universal human rights law or local constitutional or other law.

아울러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지난 4일 채택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관해서는 즉답하지 않은 채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를 북한 정권이 막을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최종 보고서, 이에 대한 유엔과 국제사회의 대응 조치는 그 중대성을 감안할 때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야 한다며, 북한 당국은 이를 막을 권리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커비 전 위원장] “DPRK does not have a right to prevent the people of that country from being informed of the conclusions of the COI and the actions taken by the United Nations and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o respond to these findings, given their gravity.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는 지난 2014년 최종보고서에서 “북한에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 침해가 북한의 정부 기관과 당국자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며, 많은 경우 반인도범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었습니다.

특히 “북한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독특한 특성 중 하나는 국가가 정보를 완전히 독점하고, 조직화된 사회생활을 철저히 통제하는 것”이라며, “언론과 표현, 정보, 결사의 자유가 거의 완전히 부정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앞서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지난 4일 제14기 12차 전원회의를 열어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을 채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통신은 이 법이 반사회주의 사상문화의 유입·유포 행위를 철저히 막고 북한의 사상과 정신, 문화를 굳건히 수호하며 사상·혁명·계급진지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모든 기관과 기업소, 단체와 공민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준칙들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데이비드 앨튼 영국 상원의원은 그러나 7일 VOA에, 북한의 새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의심의 여지 없이 개인의 견해와 표현의 자유를 명시한 세계인권선언 19조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앨튼 상원의원] “This undoubtedly violates Article 19 of the 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and represents the continued enforced imposition of a repressive single view ideology on the entire population of North Korea.”

데이비드 앨튼 영국 상원의원.

이 법은 북한 정권이 모든 주민에게 억압적인 단일 이데올로기를 지속해서 강요하고 있음을 거듭 보여준다는 겁니다.

앨튼 의원은 그러면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인권의 기본 원칙에 대한 모욕이자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자유의 권리를 지속적으로 공격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앨튼 의원이 언급한 세계인권선언은 유엔총회가 1948년 12월 10일 채택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국제 보편적 규범입니다

세계인권선언은 특히 19조에서 ‘모든 사람은 의사 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유엔의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19조는 모든 사람이 간섭없이 자신의 의견을 지닐 권리가 있고, 국경에 관계없이 모든 매체를 통해 정보와 사상을 구하고 받아들이며 전파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유엔 전문가들은 특히 표현의 자유 가운데 개인의 ‘알 권리’는 주권자인 국민의 정보 권리와 욕구를 충족시키고 이를 통해 소극적·수동적 지위가 아닌 정부와 사회 운영에 적극적인 개입자로서의 권리를 보장한다고 지적합니다.

데이비드 케이 유엔 표현의 자유 담당 특별보고관은 올해 `세계 언론자유의 날’ 행사 회견에서 이런 ‘알 권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북한 같은 권위주의 정부들의 통제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녹취: 케이 특별보고관] “We should be asking, in my view is, what are the government's doing to provide information to the public.”

국민 개개인은 “정부가 국민 대중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질문해야 하며, 국민이 정치뿐 아니라 다른 공익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정부가 어떤 범위의 노력을 하고 있는지 질문해야 한다”는 겁니다

북한 당국은 그러나 이런 표현의 자유 등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라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배격하며, 북한에 인권 침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의 김성 대사는 지난달 유엔총회 제3위원회가 개최한 북한인권결의안 관련 회의에서 “인권 문제를 구실로 북한의 체제를 훼손하거나 전복시키려” 한다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습니다.

[녹취: 김성 대사] “The DPRK delegation categorically rejects draft resolution entitled the situation of the human rights in the DPRK,”

호주 대법관 출신인 커비 전 위원장은 그러나 7일 VOA에, 인권 침해가 없으면 유엔 조사단을 입국시켜 투명한 조사를 받으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과거 북한과 북한 주민들에 대한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의 거듭된 접근 요청을 반복적으로 거부했다는 겁니다.

[커비 전 위원장] “The COI on DPRK repeatedly requested access to DPRK and its citizens. This was repeatedly denied.”

이런 환경에서 유엔 조사위의 견해는 북한 주민들이 최종보고서 등 유엔의 조사 결과를 인지하도록 다른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언론 매체들도 북한 내 인권 상황을 보도하기 위해 다른 소식통들을 인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겁니다.

커비 전 위원장은 그러면서 한국인들은 디지털 정보 시스템 개발에 있어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사람들 중 하나라며, 북한 내 인권 상황에 관해 모든 남북한 국민이 알도록 이 기술이 활용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커버 전 위원장] “The Korean people are amongst the most inventive in the world in the development of digital information systems. This technology must be made available to inform all Koreans about the state of human rights in DPRK.”

커비 전 위원장은 반인도적 범죄는 침묵으로 사라지지 않는다며 “유엔 헌장과 세계인권선언에 따라 이를 공개적으로 조사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해결하려 할 때만이 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