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풍경] 대북단체, USB 정보 유입 활동 100회 맞아 정보 유입 중요성 강조

한국의 탈북자 단체 관계자들이 강화도에서 쌀과 이동식저장장치(USB) 등이 들어 있는 페트병을 바다에 던지고 있다. (자료사진)

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한국 내 민간단체가 서해 바다에서 USB를 북한으로 흘려 보내는 활동 100회째를 맞았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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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후 12시, 서울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 떨어진 강화군 석모도에 5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쌀과 USB를 담은 페트병을 북한으로 보내기 위해서입니다.

[현장음: 교인들 노래] “주님의 그 사랑은 정말 놀랍네, 놀랍네, 놀랍네…”

“북한 주민에게 사랑과 희망을”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걸고 모인 사람들은 울퉁불퉁한 바위와 자갈 위에서 줄을 맞춰 페트병이 담긴 커다란 자루들을 나릅니다.
12시 20분 경, 수북히 쌓인 페트병이 하나씩 서해로 던져 지는데요, 한국 내 북한인권 민간단체 ‘큰샘’의 박영학 대표와 ‘노체인’의 정광일 대표를 중심으로 모인 탈북민들은 페트병을 시간 안에 던지느라 쉴 틈이 없습니다.

[녹취: 현장음] “물 때가 좋아서 잘 가네요!” 최고! 잘 가네! 북한 형제들이여 쌀 받아서 배부르게 먹으세요.”

바다에 떨어지기 무섭게 페트병들은 출렁이는 물살에 쓸려 떠내려갑니다.

이날 지역 교회와 탈북민들은 총 1천200킬로그램의 쌀을 페트병에 담아 USB와 함께 북한으로 보냈습니다.

두 단체가 북한에 식량과 정보를 보내기 시작한 건 지난 2016년으로, 23일은 100회째를 맞는 날이었습니다. 노체인의 정광일 대표입니다.

[녹취: 정광일]” 2016년도 였거든요. 그 때는 사실 석모도 건너가는 다리가 없어서, 배로 건너 다녔거든요. 처음에 시작한 건 박영학 씨가 시작했어요. 저는 그 때 풍선을 했구요. 박영학 씨가 쌀도 보냈고, 저하고 풍선도 같이 했어요. 풍선을 보내는게, 너무 기회가 없어요. 많이 없어요. 한 해 여름에 보낼 기회가 5-6번 밖에 없는데, 이걸.. 페트병에 쌀과 같이 넣어서 하자. 바다로 보내면 많은 걸 보낼 수 있잖아요.”

“쌀도 먹고 정보도 먹이자”는 정 대표의 제안으로 북한 주민들을 위한 식량 보내기 운동은 북한 내 정보 유입 활동으로 발전하게 된 겁니다.

USB에 담기는 내용은 대략 교양, 오락, 뉴스 등으로 나뉘지만 궁극적으로는 독재정권에서 살고 있는 북한 주민 스스로가 자유민주주의 사회를 보고 깨닫게 한다는 취지입니다.

그런만큼 탈북민의 정착생활 등이 담긴 다큐멘터리, 헝거게임, 매트릭스 등 절대권력과 싸우는 내용의 미국영화, 김정은 정권에 대한 비판이 담긴 매체와 VOA 영상 뉴스가 주요 내용입니다.

종교의 자유를 알리기 위해 기독교 성경과 북한 노래를 개사해 제작한 노래 수 십 곡도 포함됩니다.

이런 다양한 정보가 북한까지 잘 도착하려면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이 필요합니다.

[녹취: 정광일] “기본적으로 20-30분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 최종 간조 시간을 마쳐야 하기 때문인데, 물 골이 있습니다. 하류다 보니까. 거꾸로 올라오죠. 그리고 기술적인 문제가 페트병에 쌀을 꽉 채주면 안되죠. 부력이 안생겨서, 그래서 반 쯤 체워요. 그러면 부력으로 인해 북한으로 들어갑니다.”

페트병이 북한으로 들어갔는지 여부는 몇 가지 경로로 확인이 가능하다고, 정 대표는 설명합니다.

한국의 탈북자 단체 관계자들이 강화도에서 쌀과 이동식저장장치(USB) 등이 들어 있는 페트병을 바다에 던지기 위해 준비 작업하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의 한 언론매체는 지난달 "북한 보위성이 강연을 통해 남조선에서 코로나바이러스를 묻힌 돈과 쌀을 풍선이나 플라스틱 통에 담아 북측에 보내고 있다고 비방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정 대표는 언론이 북한의 강연자료를 통해 확인했고, 위성항법 위치추적장치 GPS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광일] “황해남도 해주까지 나오는데, 앞 바다까지 간 건 그 담에 신호가 끊어져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확실한 건 5-6시간 사이에 북한까지 간다는 거. 오늘은 6시 한 20분까지는 신호가 왔어요.”

기술적인 시행착오를 경험하며 4년 간 꾸준이 해로를 통해 활동하고 있는 노체인의 대북 정보 유입이 시작된 건 지난 2009년. 중국과 북한 국경에서 육로를 통해 CD를 들여보낸 것이 처음이었습니다.

2013년부터는 USB, 2015년에는 마이크로 SD카드를 무인기, 드론에 매달아 북-중 국경에서 직접 날려보냈습니다.

2016년에는 드론을 날려 보냈다가 김일성 동상 파괴를 시도한 테러범으로 몰리는 일을 겪으면서 드론 활동은 중단했습니다.

한국의 정권이 바뀐 상황도 대북 정보 유입 활동의 장애였다고 정 대표는 설명합니다. 경찰이 USB에 담긴 내용을 사전에 검열하는 일이 있었고, 지역 주민의 안전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언론의 생중계가 저지 당하기도 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정보를 북한으로 보내는 일인 만큼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면서 미국에서 돌파구를 찾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내용물 제작과 개발은 자체 제작이나 다른 단체들의 지원으로 충분하지만 정보 유입 수단인 USB 는 수량이 늘 부족하기 때문에 미 정부의 보조금에 기대를 걸었다는 겁니다.
미 국무부는 지난 11월과 올해 1월 대북 정보 유입과 북한 내부 정보 유출을 촉진하는 사업, 그리고 북한 인권 기록과 옹호 활동 사업들에 최저 75만 달러에서 최대 300만 달러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지원 대상은 미국과 해외 비영리 비정부기구들과 공사립 고등교육기관 등입니다.

노체인은 수 년 전부터 미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대북 정보 유입 보조금 지원을 신청했는데, 2년 전 미국의 비영리 민간단체로 등록하면서 가능해졌습니다.

이를 담당했던 찰스 육 노체인 US담당자는 VOA에 “미국 정부의 대규모 지원을 받는 미국의 민간단체들을 접촉했고, 제안서가 통과돼 지원금을 기다리고 있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려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내 여러 대북 인권단체들은 미국 정부의 지원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미국 민간단체들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는데요, 찰스 육 씨는 이에 대한 잇점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녹취: 찰스 육] “There is a benefit to collaborate with other NGOs when applying for US Govt grants. Generally, a collaborative approach can provide a stronger capability. For instance, the NGO in Korea has a …”

미국의 단체들이 제공하는 더 넓은 관점이 도움이 되고, 무엇보다 보조금 신청서를 내 본 경험이 많다는 것이 가장 큰 혜택이라는 겁니다.

찰스 육 씨는 협력단체와 새로운 활동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코로나 사태가 발생했다고 말했습니다.

미 연방정부 공무원으로 2년 전부터 공개적으로 대북 인권활동에 나서고 있는 찰스 육 씨는 미국 정부가 대북 정보 유입 활동을 지지하고 있는 만큼, 한국의 단체들이 미국에서 기회를 얻기를 희망했습니다.

찰스 육 씨는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인권재단’이 노체인의 대북 정보 유입 활동에 수 년째 협력하고 있는 것도 하나의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드론과 대량의 USB를 지원해온 인권재단은 2016년부터 벌이고 있는 ‘자유를 위한 플래시 드라이브’ 운동을 통해 단체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미국, 영국, 노르웨이의 시내 한 복판에 이동식 판넬을 세워놓고 누구나 USB를 꽂아놓고 갈 수 있도록 하는데요, 북한 주민 스스로 자유가 무엇인지 알도록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정 대표는 이번에도 약 1만여개 물량의 USB를 약속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정 대표는 수많은 탈북자들이 외부 정보를 접하고 자유세계에 눈을 뜬 만큼 북한 주민들이 스스로 북한에 자유의 바람을 일으킬 그 날까지 대북 정보 유입 활동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