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금연 운동, 코로나 대응 일환...구체적 실행 의지가 관건"

지난 2016년 6월 북한 원산의 한 도로 변에서 주민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북한 당국이 최근 새 금연법 채택 등 대대적인 금연 운동을 벌이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예방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흡연이 코로나 감염 위험을 높이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금연 운동이 성공하려면 구체적인 예산 지원과 함께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김영권 기자입니다.

북한 당국은 최근 금연법을 채택한 이후 관영 매체들을 통해 흡연의 유해성을 지적하며 대대적인 금연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05년 금연 통제법 제정 등 여러 차례 금연 운동을 펼쳤지만, 최근의 움직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공포에 따른 대응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의 ‘중앙일보’ 등 일부 매체는 앞서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코로나바이러스가 호흡기 질환으로 흡연자들에게 치명적이란 보고가 있다”며 북한이 “감염 방지 차원에서 흡연율을 떨어뜨리려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평양의 일부 엘리트 출신 탈북민과 의사 출신 탈북민도 VOA에 북한의 움직임은 금연이 확산되는 세계적 추세를 따르려는 것도 있지만, 코로나 공포도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조선중앙통신’은 10일 ‘세계적으로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는 흡연피해’ 기사에서 “대류행(유행) 전염병이 전파되는 상황에서 신형 코로나바이러스가 주로 기도와 폐를 통해 침입하기 때문에 흡연자가 악성 전염병에 걸릴 위험성이 크다”고 경고했습니다.

북한 청진의 위생방역소에서 의사로 전염병을 담당했던 최정훈 한국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1일 VOA에, 북한 흡연자들은 전염병 감염과 전파에 매우 취약하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정훈 선임연구원] “일단 흡연하게 되면 기관지나 폐가 담배에 들어 있는 각종 유해물질에 노출되기 때문에 만성 기관지염이나 폐결핵 등 각종 호흡기 질환들에 취약해지거나 질병에 걸릴 확률이 올라가죠. 그러면 코로나-19 같은 치명적인 감염병에 노출이 되고 감염될 위험성이, 확률이 올라갑니다.”

한국에서 의사로 활동 중인 탈북민 J 씨도 “북한 주민들이 대체로 체력이 약해 감염병에 취약하고 의료·보건 시설도 매우 열악하다”며 “일단 흡연자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일반인보다 중증에 걸리거나 사망 위험이 훨씬 높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지적은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 국제사회의 경고와 맥을 같이하는 겁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코로나 감염과 관련해 흡연자들에게 아예 “담배를 끊으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 “If you currently smoke, quit. If you used to smoke, don’t start again. If you’ve never smoked, don’t start,”

지난 8월 북한 평양역 입구에서 역무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을 위해 승객들의 체온을 재고 있다.

흡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심각한 질병 위험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금연해야 하며, 과거 흡연을 했다면 다시 시작하지 말고 비흡연자라면 시작도 하지 말라는 겁니다.

세계보건기구는 흡연으로 인해 중증도 위험이 두 배 이상 높아질 수 있다며, 여러 나라의 사례들을 분석한 결과 흡연자들의 유병률과 입원 비율이 비흡연자보다 더 높았다고 지적합니다.

또 영국에서는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코로나에 걸릴 확률이 79% 높다는 보고가 있었고, 중국에서는 최대 15배라는 보고까지 나왔습니다.

WHO와 CDC에 따르면, 실내외 흡연 모두 비말을 통한 감염 위험이 높고, 흡연을 위해 손을 입에 가까이 하기 때문에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높으며, 흡연자들이 주로 모여서 마스크를 내리고 담배를 피우며 대화하기 때문에 감염 위험이 훨씬 높습니다.

CDC는 특히 지난달 보도자료에서 환기가 잘 통하지 않는 실내에서 바이러스가 공기를 통해 전파될 수 있다고 밝혀, 일정 거리 이상의 흡연도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코로나 방역 대응의 세계적인 모범 사례로 꼽히는 한국 보건당국도 지난달 브리핑을 통해 흡연으로 인한 코로나 감염 위험을 공개적으로 경고했습니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위기대응분석관입니다.

[녹취: 이상원 분석관] “거듭 말씀드리지만, 세계보건기구도 이미 흡연을 코로나-19 감염과 중증도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 인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침입할 경우 이에 맞설 수 있는 신체적 저항력이 감소될 수 있습니다. 흡연 중이신 분들은 지금이라도 금연에 적극 참여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게다가 흡연자가 내뿜는 담배 연기에 바이러스도 함께 나오기 때문에 비흡연자까지 간접흡연으로 인한 감염 가능성이 커지는 등 흡연은 코로나 확산의 중요한 고리 중 하나라는 지적입니다.

북한도 이런 국제 기류에 편승해 금연 캠페인을 펼치고 있지만, 성공 가능성은 비관적이라고 북한 출신 의사들과 엘리트 출신 탈북민들은 말했습니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금연 교시를 통해 “담배는 심장을 겨눈 총과 같다”며 적극적인 금연 캠페인을 펼쳤지만 모두 허사였고, 김 위원장에 이어 아들인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애연가로 불리고 있다는 겁니다.

최정훈 선임연구원은 북한에서 담배는 기호식품이 아닌 돈과 뇌물, 남성의 거의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품이라며, 김 부자 동상 근처와 핵심 지역을 제외하면 북한 전역이 사실상 재떨이와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주민들의 금연 의식 수준을 높이기 위한 북한 당국의 확고하고 구체적인 실행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정훈 선임연구원] “일단 성공하지 못할 겁니다. 적어도 포고문이 내려야죠. 담배공장 생산을 줄인다고 했잖아요. 정말 할 의지가 있다면 줄이는 게 아니라 생산을 중단한다고 해야죠. 또 생산 품목을 다른 것으로 돌린다. 정말 확고한 의지가 있다면 디테일하고 철저한 단속 관련 법들이 나왔을 겁니다. 확실한 의지는 엿보이지 않는 거죠.”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북한 내 흡연 인구를 줄이기 위해 세금을 대폭 올리고 암 경고 사진 등을 담뱃갑에 넣으며, 금연 운동 관련 예산 지원과 자료 축적 등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권고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