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차별 제로의 날'...유엔, 북한에 모든 형태 차별 철폐 촉구

한국 서울의 유엔인권사무소.

유엔이 1일 국제 `차별 제로의 날'을 맞아 북한 정권에 모든 형태의 차별을 끝낼 것을 촉구했습니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북한 지도층이 나라 안팎의 잠재적 위협에 대한 주민통제 수단으로 차별제도를 공식화해 주민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인권 서울사무소는 1일 유엔이 제정한 ‘차별 제로의 날’ (Zero Discrimination Day)을 맞아 인터넷 사회관계망 서비스인 ‘트위터’를 통해 북한 내 차별 철폐를 촉구했습니다.

[유엔 인권 서울사무소] “We urge the DPRK to end all forms of discrimination based on songbun or socio-political status, including in access to education and employment,”

“교육과 취업 접근성 등 성분이나 사회적·정치적 지위를 근거로 한 모든 형태의 차별을 종식할 것을 북한 당국에 촉구한다”고 밝힌 겁니다.

유엔과 국제사회는 지난 20년 가까이 각종 보고서와 결의 등을 통해 북한에 다양한 차별이 만연돼 있다며, 성분제도 등에 대한 철폐를 촉구해 왔습니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는 2014년 최종보고서에서 ‘차별’을 별도 조항으로 만들어 북한 정권 수뇌부가 차별을 공식화해 이를 통치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었습니다.

“북한은 스스로를 모든 분야에서 평등과 무차별, 공평한 권리를 부여하는 나라로 설명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차별이 뿌리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심각하게 계층화된 사회”란 겁니다.

보고서는 특히 북한 내 시장화 증진으로 이런 차별에 다소 변화가 있지만, 여전히 “북한 당국이 조장한 성분 차별”과 “남녀 차별이 똑같이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공식적 차별제도 운용이 개개인의 인권 향유에 매우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며 “북한에서 차별은 지도층이 대내외적 잠재 위협으로부터 주민들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이라고 밝혔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도 지난주 발표한 북한의 성분 관련 보고서에서 북한 내 만연한 인권 탄압이 성분제도에서 시작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 저자인 이 단체의 로버트 콜린스 선임고문은 VOA에, 옛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악명높은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와 성분제도는 모두 다른 계층을 겨냥한 “압제”란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콜린스 선임고문] “Two systems severely limit the ability of specific groups within their countries, not only to be able to prosper but just to live properly.

두 정책 모두 나라 안에서 특정 계층의 번영은 물론 제대로 살아갈 능력마저 극심하게 제한하는 인권 침해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북한 외무성은 1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런 국제사회의 인권 문제 지적을 “국권 침탈을 노리는 인권모략 책동”이라고 반박하며, 북한은 “인민대중이 주인인 사회”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김 씨 정권의 우상화와 충성을 거듭 강조해, 차별이 없다는 대외선전을 무색하게 했습니다.

한편 유엔은 올해 ‘차별 제로의 날’을 맞아 취약계층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차별을 “백신 아파르트헤이트”에 비유하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유엔 AIDS 성명] “COVID-19 is hitting the most vulnerable people the hardest—even as new vaccines against COVID-19 are becoming available, there is great inequality in accessing them. Many have equated this to vaccine apartheid.”

가장 취약한 계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타격을 받고 있으며, 새 백신이 보급되고 있지만 접근에 큰 불평등이 존재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이를 “백신 아파르트헤이트”와 동일시하고 있다는 겁니다.

볼칸 보즈키르 유엔총회 의장은 이날 공개한 영상 성명에서, 세계인권선언에 대한 국제사회의 재결의를 강조했습니다.

[녹취: 보즈키르 의장] “On Zero Discrimination Day, I hope you will join me in re-committing to the 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which states; All human beings are born free and equal in dignity and rights.

보즈키르 의장은 “모든 인간은 존엄과 권리 안에서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났으며, 이성과 양심을 타고 났기 때문에 형제애의 정신으로 서로를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유엔은 전 세계 평등 원칙과 다양성 존중, 인간에 관한 모든 차별 금지를 장려하기 위해 2014년부터 3월 1일을 ‘차별 제로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