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인 등이 연루된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대부분 가담자들의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체포된 한 명에 대한 스페인 송환심리가 오는 5월로 예정돼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이 일어난 건 지난해 2월22일입니다.
스페인 정부 등에 따르면 멕시코 국적자인 에이드리언 홍 씨를 비롯한 10여 명은 이날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 침입해 직원들을 결박하고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을 강탈했습니다.
이후 반북단체인 ‘자유조선’은 습격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고, 약 두 달 뒤인 지난해 4월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토퍼 안 씨가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됐습니다.
사건 발생 1년이 지난 현재, 안 씨는 습격 사건과 관련해 체포된 유일한 인물입니다.
반면 에이드리언 홍 씨를 비롯한 나머지 용의자들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입니다.
특히 미 사법당국은 지난해 홍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뒤 그의 아파트를 급습했지만 체포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아직까지 그에 대한 체포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밖에 용의자들이 소속된 ‘자유조선’ 역시 지난해 9월 의미를 알 수 없는 단어와 숫자들을 웹사이트에 게시한 뒤, 5개월이 넘게 어떤 글도 올리지 않으면서 사실상 활동을 중단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관할권을 쥐고 있는 스페인 정부가 관련 용의자들을 모두 자국 법원에 세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체포된 안 씨는 현재 보석으로 석방된 상태에서 스페인 송환심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안 씨는 체포 직후 수감됐지만 이후 가택연금을 조건으로 석방됐고, 현재는 주거지에 머물러야 하는 시간이 대폭 줄어드는 등 보석 조건이 완화됐습니다.
안 씨의 심리는 당초 1월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변호인의 요청에 따라 오는 5월로 연기된 상태입니다.
안 씨 변호인과 검찰은 송환심리를 앞두고 오는 3월과 4월에 각자의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해야 하며, 판사는 이를 토대로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안 씨 측은 안 씨가 북한으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고, 이에 따라 스페인 법원으로의 송환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또 ‘자유조선’ 측은 당시 스페인대사관 침입 사건에 대해 “북한대사관 직원의 망명을 돕기 위한 것이었다”며, 안 씨와 홍 씨가 체포돼 스페인으로 송환되면 북한에 의해 암살 당할 위험이 크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사건이 북한 외교관의 왜곡된 진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주장도 펴고 있습니다.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조카이자 지난 2017년 살해된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과도 일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유조선’은 김정남이 북한 공작원 등에 의해 살해된 직후 김한솔의 신변보호를 자청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안 씨는 직접 김한솔의 경호를 맡은 것으로 전해졌는데, ‘자유조선’은 김한솔과 안 씨가 찍은 사진을 웹사이트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현재 김한솔을 비롯한 김정남 가족의 행방 역시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